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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야간경제 활성화” VS “효과 미지수” 찬반 논란

지난 20일(현지시간) 사디크 칸 영국 런던시장(가운데)이 지하철 빅토리아 노선의 첫 야간 운행 차에 올라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런던 AP=뉴시스]



영국은 산업혁명의 나라답게 1863년 1월 수도 런던에서 세계 최초로 지하철을 개통했다. ‘튜브(Tube)’라는 애칭의 런던 지하철은 11개 노선으로 운행되며 하루에 약 450만 명이 이용한다. 그런 런던 지하철이 153년 만에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시도를 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밤부터 주말에 한해 빅토리아·센트럴 등 2개 노선에서 24시간 운행을 시작한 것이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이 ‘나이트 튜브(Night Tube)’의 야간 운행 현장을 찾아 직접 지하철을 타보고 시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선진국에 부는 ‘24시간 지하철’ 실험 열풍

칸 시장은 “모든 시민에게 더 많은 일자리와 기회를 만들어 주려는 시도”라며 “야밤이나 새벽에 출퇴근하는 시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런던시는 24시간 지하철을 타는 야간 근무자의 상당수가 환경미화원, 호텔 종업원, 보안요원 같은 저소득층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런던의 살인적 물가를 감당하지 못해 주로 교외에 살고 있어 실질적 도움이 될 전망이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전까지의 황금 같은 주말 시간대를 즐기려는 관광객과 젊은이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런던시는 매주 5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주말 야간에 지하철을 이용할 것으로 관측했다. 런던시는 2개 노선을 시작으로 향후 나머지 9개 노선에서도 단계적으로 24시간 운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고 훈련시켜 주중 다른 요일로도 확대할 방침이다.



영국이 24시간 지하철 실험에 나선 데는 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야간 대중교통을 통해 시민들이 야간에 마음 놓고 경제 활동(소비)을 하게 되고,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돼 일명 ‘야간경제’의 활성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다. 관광업의 활성화 효과, 기업이 임직원들에게 쓰던 출퇴근 비용의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런던시가 자체 추산한 24시간 지하철의 경제적 효과는 매년 한화로 약 6000억원, 경제단체 런던퍼스트가 추산한 액수는 약 1150억원이다. 그만큼의 돈이 ‘야간 지하철을 타고’ 풀리면서 경기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란 얘기다. 최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영국의 이번 실험이 반전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이미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24시간 지하철 실험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게 미국 뉴욕의 지하철이다. 뉴욕은 단일 도시 가운데 세계 최다인 26개 노선이 24시간 운행 중이다. 영국과 달리 주말과 주중을 가리지 않고 주 7일 일하는 24시간 지하철이다. 평일 야간 근무자더라도 귀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뉴욕의 관광 명소들이 뿜어내는 멋진 야경을 두루 섭렵하려는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다. 독일(베를린)·오스트리아(빈)·덴마크(코펜하겐)·호주(시드니) 등도 24시간 지하철 실험에 한창이다.



한국도 올 들어 24시간 지하철의 일부 도입 논의가 서울에서 있었다. 지난 3월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서울시의회 업무보고에서 지하철 7호선 전체 구간(57.1㎞) 중 장암~온수역 사이를 주말 야간(금요일 밤, 토요일 오전 1∼5시)에도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0분 간격으로 운행, 사전 조사를 마쳤으며 올 상반기 중 연구 용역과 전문가 회의를 거쳐 내년 하반기께 도입할 계획, 대체근무자 등의 인력 확보와 시설 개선에 총 26억원이 들 것’이라는, 꽤 구체적인 검토 내용이었다. 각계에서 호응했고 누리꾼들은 “좋은 시도”라며 반색했다. 그러나 이후 실제 도입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지난 25일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서울시와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당장 해결하기 힘든 몇 가지 문제가 발견돼 현재는 보류 단계”라면서 “아예 안 하겠다는 건 아니며, 향후 여건이 갖춰지면 재검토해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단 예산 확보 문제가 쉽지 않다. 또 영국의 경우처럼 근로시간 연장에 따른 근로조건 개선(임금 인상 등) 문제가 노사 간 합의로 해결돼야 하지만 역시 쉽지 않다. 영국조차 지하철 노조의 파업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거쳐야 했다.



전례로 볼 때 주요 이해당사자들이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걸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예컨대 심야 시간대에 시민들의 발 역할을 하는 택시의 경우 24시간 지하철이 도입되면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관련 업체나 개인택시사업자들은 이를 결사 반대할 전망이다. 정작 서울시의 교통정책 방향과 상충되는 부분도 있다. 2013년에 도입돼 운행 3년째를 맞은 서울시의 ‘올빼미버스’와 역할·수요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시내 8개 노선에서 야간 운행 중인 올빼미버스는 누적 600만 명에 가까운 탑승객을 기록하면서 서울시의 혁신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24시간 지하철을 도입하면 둘 중 하나는 빛이 바랠 공산이 크다.



도입 찬성론자들이 강조하는, 야간경제 활성화라는 경제적 효과 또한 서울시와 공사 측은 아직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공식 입장은 “전문기관들의 정밀 진단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지만 전문가들마저 여러 가능성만 예단할 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나라’로 해외에서 인식될 만큼 야간에 여러 경제 활동이 수반된다”며 “24시간 지하철이 자리 잡으면 야간경제 활동의 주요 인프라로 기능하면서 경제적으로 전에 없던 효과가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이창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조심스럽지만 (24시간 지하철이) 택시나 올빼미버스의 수요를 대체하는 선에 그친다면 결국은 ‘제로섬(한쪽이 득을 보면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보는 상태)’이 될 것”이라며 “예상되는 사회적 비용을 극복하고 추진할 만큼 경제적 효과가 충분히 창출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양측의 의견 모두 설득력이 있는 만큼 흐지부지됐던 도입 논의가 재개되면 찬반 논란도 다시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문가들은 ‘총론(도입하느냐 마느냐의 논의)’보다 ‘각론(도입한다면 세부적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운행할 것이냐의 논의)’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선별로 기대되는 경제적 효과가 큰 쪽을 분석해 그에 맞게 운행 방법을 정한다거나, 탑승하려는 시민의 니즈에 부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죠. 준비한 만큼 거둘 겁니다.” 이장균 위원의 말이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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