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커버스토리] 1975년, 도자기 낚은 어부 덕에 유물 2만3502점 세상에 나와

신안 해저선은 2만3502점의 수중 문화재가 발굴된 아시아 최고, 세계 최대의 보물선입니다. 또한 우리나라 수중 문화재 발굴 역사의 출발점이죠. 신안 해저선에서 발굴한 수많은 문화재들은 그 자체로도 귀중한 보물이며, 700년 전 한·중·일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표본입니다. 신안 해저선 보물 이야기를 숫자로 풀어봤습니다.

보물선 이야기 - 숫자로 보는 신안 해저선

신안 해저선 수중 문화재 발굴 기간 9년
기사 이미지

발굴된 문화재를 바탕으로 만든 신안 해저선 모형.

“아니 이게 뭐야, 도자기 아냐?” 1975년 8월 20일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 앞바다에서 고기를 잡고 있던 어부 최평호씨의 그물에 도자기 6점이 걸려 올라왔습니다. 예부터 ‘옛날 어느 땐가 큰 배가 가라앉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던 바로 그곳에서죠. 형님이 바다에서 건져 올린 도자기를 보고 범상치 않다고 느낀 동생은 신안군청에 신고를 합니다. 도자기가 송·원시대의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세상은 신안 앞바다 보물선 이야기로 떠들썩해졌습니다.

보물의 존재가 알려지자 증도 앞바다에 도굴꾼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실제로 바다에서 건진 청자화병 등 122점의 문화재를 몰래 팔려던 일당이 검거되는 사건도 있었죠. 문화재관리국에서는 부랴부랴 임시조사단을 꾸려 1976년 10월 26일 신안 해저선 발굴 작업을 시작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수중 문화재 발굴 작업이죠.

발굴 상황은 열악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수중 문화재 발굴 경험을 가진 전문가는 물론이고, 바닷속 잠들어 있는 문화재를 인양할 장비조차 없었죠. 해군의 전문 잠수사들은 이렇다 할 장비도 없이 보물들을 인양했습니다. 1차 긴급발굴로 청자 52점을 포함해 112점의 유물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후, 9년 동안 11차례에 걸쳐 총 2만3502점의 문화재가 발굴됐습니다.

신안 해저선에서 발굴한 도자기 수 2만661점
기사 이미지

용 모양 붓걸이

신안 해저선 유물 2만3502점 중 2만661점이 도자기입니다. 한 번도 사용한 흔적 없는 신품들로 발굴 당시 대부분 10개, 20개 단위로 끈으로 묶여 사각형 나무상자에 담겨 있었죠. 또 도자기 사이사이 나무와 볏짚을 넣어 서로 부딪치지 않게 보호했고요.
기사 이미지

어룡장식 화병

중국 저장성 용천요 가마에서 생산한 청자가 1만2359점으로 발굴된 도자기의 60%에 달합니다. 당시 일본에서 용천요 가마의 그릇이 인기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용천요 가마에서는 세계적으로도 귀한 대접을 받는 남송시대 관요(국가에서 운영한 가마)의 영향을 받아 분청색(흰빛을 띤 엷은 푸른색)의 고품질 청자를 생산했습니다. 차·향·꽃과 관련된 도기도 많이 나왔습니다. 신안 해저선이 운항하던 당시는 일본 최초의 무사정권인 가마쿠라 막부(1192~1333) 시대입니다. 일본과 중국이 정식으로 외교관계를 수립하진 않았지만, 일본 상류층에서 차를 마시고 향을 피우는 중국 문화가 크게 유행하며 교류가 활발했죠.

고려청자도 7점 발견됐습니다. 특히 매병은 제작시기가 신안 해저선 침몰 당시보다 100년 이상 앞선 것으로 대대로 내려온 골동품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 중국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무역선에서 고려청자가 발견된 것일까요? 역사학자들은 송·원시대에 고려에서 수출한 것을 중국을 방문한 일본인이 사들여 경원에서 선적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합니다.

신안 해저선에서 발굴된 동전의 무게 28톤
기사 이미지

개원통보. 621, 841~846, 943~960년에 사용됐던 동전이다.

신안 해저선에 실린 상품 중 가장 무거운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동전입니다. 배에는 800만 개의 동전이 실렸는데 그 무게만 28t에 달했죠. 중국 신나라(기원후 8~23년)때 발행한 화천(14년)부터 원나라에서 발행한 지대통보(1310년)까지 모두 66건 299종의 동전이 발견됐습니다. 당시 중국에서 동전은 화폐 가치가 없었습니다. 원나라는 동전 사용을 금지하고 지폐인 교초와 보초를 발행했죠. 동전은 다른 나라와 무역할 때만 허용해 중국 상인들은 일본인에게 금을 받고 동전을 팔았습니다. 중국 상인들에게 동전 판매는 남는 장사였죠. 당시 중국의 금값은 일본에 비해 3배나 높았거든요.
기사 이미지

당국통보.

그렇다면 일본에서는 이 많은 동전을 수입해 어디에 썼을까요. 여기에는 두 가지 견해가 있습니다. 하나는 일본에서 화폐로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12~15세기 일본에서는 송나라 동전이 많이 유통됐어요. 일본 옛 그림을 보면, 동전으로 물건을 사거나 귀하게 관리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죠. 비슷한 시기 베트남·서하·요나라에서도 송나라의 화폐가 유통됐고요. 또 다른 견해는 동전을 녹여 거대한 청동 불상을 제작하는데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신안 해저선에서 발견된 목간에는 교토 동복사와 후쿠오카 조적암 등 사찰에서 주문한 의례용 물품들이 많았습니다.

신안 해저선이 출항하고 침몰한 년도 1323년
기사 이미지

신안 해저선이 발견된 전라남도 신안군 임자도·증도 앞바다 전경.

신안 해저선은 언제 어디서 출발해 어디로 향하는 배였을까요? 이 수수께끼는 신안 해저선에서 발견한 목간(사진)을 통해 풀 수 있습니다. 목간은 문서·편지 등의 글을 적는 나무 조각을 말합니다. 종이가 발명되기 전까지 흔히 쓰던 필기도구였죠. 신안 해저선이 운항했던 1323년은 원나라(1271~1368) 시대로 종이 책이 유행했지만, 무역상들은 목간을 이용해 꼬리표를 만들었습니다. 종이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단단했기 때문이었죠.

신안 해저선에서는 364개의 목간이 발견됐습니다. 목간에는 받는 사람의 이름과 주소, 물품 내용과 수량, 선적한 날짜 등이 자세히 적혀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신안 해저선이 1323년 6월 3일 마지막 선적을 하고 중국 경원(현재 지명은 닝보)항을 출발해 일본 하카타항으로 향하고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었죠.

신안 해저선은 최대 길이 28.4m, 최대 폭 6.6m, 무게 200톤에 달하는 대형 무역선이었습니다. 배 밑바닥이 칼날처럼 생겨 높은 파도가 밀려와도 방향이 쉽사리 바뀌지 않아 먼 바다를 항해하는데 적합했죠. 또 바닷물과 맞닿는 외판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를 덧씌운, 당시 최첨단의 안전한 배였습니다. 이런 신안 해저선은 왜 침몰하게 되었을까요. 인양한 선체를 분석해보면 갯바위나 암초에 충돌해 우현의 뱃머리에 큰 충격을 받아 침몰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신안 해저선에서 발견된 자단목 개수 1017개
기사 이미지
자단목은 ‘자줏빛이 나는 단단한 나무’라는 뜻으로 자단이라고도 부릅니다. 견고하고 잘 썩지 않아 고급가구나 불상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하죠. 태우면 은은한 향기가 나고요. 열대·아열대 기후에서 잘 자라 인도·스리랑카·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주로 생산되죠. 신안 해저선에서 발견된 자단목 표면에는 한자, 로마 숫자, 아라비아 숫자, 알파벳 등이 적혀 있어 당시 중국의 교역 범위를 짐작하게 합니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신안 해저선의 자단목은 어디서 실렸던 것일까요.
기사 이미지

신안 해저선은 1976년 10월 26일부터 1984년 9월 17일까지 9년간 11차례 발굴 작업을 했다. 사진은 배의 뼈대 역할을 하는 용골을 인양하는 모습.

신안 해저선이 출발한 중국 경원항 아래에는 취안저우항이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인도·아랍 지역으로 나가는 배의 주요 항구로 신안 해저선의 자단목은 여기서 실렸을 확률이 높습니다. 실제로 이보다 이른 남송 시대에 취안저우 해안에서 자단목이 확인되기도 했죠. 그럼 신안 해저선의 경로는 이렇게 정리됩니다. 신안 해저선은 1323년 4월 22·23일 취안저우항에서 자단목을 배에 싣고 6월 초 경원으로 올라가 마지막 물건을 실은 뒤 무역풍을 타고 남쪽을 따라 일본으로 향하던 중, 예기치 못한 불의의 사고로 신안군 증도 앞바다에서 침몰하게 된 것이죠.

글=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참고도서=『신안 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국립중앙박물관) 『신안 보물선의 마지막 대항해』(주류성) 사진=국립중앙박물관·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