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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현실 '만찢남'이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안 반해?

작가와 독자, 작품 속 주인공의 삼각관계를 이다지도 기발하게 그린 TV 드라마는 없었다. 5회(8월 3일 방영) 만에 수목 드라마 시청률 1위에 등극한 ‘W’(MBC) 얘기다. ‘W’는 타임슬립 드라마 ‘나인:아홉 번의 시간여행’(2013, tvN, 이하 ‘나인’), 무인도 표류기를 다룬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2008, MBC)로 컬트 팬을 양산한 송재정 작가의 신작이다. 초짜 외과의사가 자신의 아버지가 연재하는 인기 웹툰의 주인공을 살리기 위해 웹툰 속으로 빨려들어간다는 독특한 스토리다.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은 웹툰의 특성을 세밀하게 살린 극의 설정 그 자체다. 일단 웹툰 속에 들어가면, 한 회 분량 사건이 채워져야 빠져나올 수 있다. 총 16부작인데, 5회에서 벌써 웹툰 속 주인공이 현실에 튀어나와 맥락 없는 스토리로 자신을 괴롭힌 작가의 멱살을 잡을 만큼 전개도 빠르다. 9회까지 공개된 지금, ‘W’를 ‘본방 사수’하게 만든 명장면만 골라 봤다. 웹툰 고문으로 참여한 윤태호 작가의 전화 인터뷰도 함께 싣는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TV 드라마 'W'의 명장면 7


1회 웹툰과 현실을 잇는 구조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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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강철(이종석)과 오연주(한효주)의 첫 만남이자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 순간. 웹툰과 현실 세계의 틈이 생기는 상황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인기 웹툰 『W』의 작가 오성무(김의성)가 간밤에 사라지고, 모니터 화면에는 주인공 강철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이때 오성무의 딸 오연주는 의문의 손에 이끌려 강철이 사는 세계로 빨려들어간다. 연재 10년간 일편단심 강철의 팬을 자처해 온 오연주는 이를 계기로 허구의 캐릭터로만 생각했던 강철이 뜨거운 피와 심장을 가진 ‘사람’임을 확인한다. 강철은 오연주가 자기 인생의 열쇠가 될 여자라는 것을 직감한다. 『W』는 이미 오래전부터 작가의 의도와 무관하게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었던 바, 자유 의지를 가진 강철이 오연주에게 구조 신호를 보낸 것이다. 송재정 작가는 노르웨이 출신의 트리오 ‘아하(A-Ha)’의 오랜 팬으로, 만화 속 캐릭터와 현실 캐릭터가 만나는 설정은 ‘아하’의 히트곡 ‘테이크 온 미(Take On Me)’ 뮤직비디오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웹툰 속 강철이 현실 세계를 똑바로 응시하거나 오연주를 향해 귀엽게 윙크하는 모습도 뮤직비디오 장면과 비슷하다.

2회 맥락 없음의 맥락을 감지한 웹툰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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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

캐릭터들이 명민하면 극에 스피드가 붙는다. ‘W’가 빠른 전개로 흡인력을 발휘하는 것도, 상황 판단 능력이 뛰어난 캐릭터들 때문이다. 강철은 냉철하고 눈치가 빠르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보다 현상 뒤에 숨은 맥락을 읽을 줄 안다. 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오연주를 처음부터 의심한 것이고, 맥락 없이 일어나는 여러 상황에도 의문을 품은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트럭이 맥락도 없이 강철이 탄 차를 향해 돌진했고, 그러다 또 맥락도 없이 시간이 멈춰 버렸다. 그리고 강철은 멈춘 시간 속에서 핸들을 돌려 살아남았다. 문제의 트럭은 맥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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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

없이 증발했다. 이때 강철은 창조주 오성무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다만 자신을 해치려는 자가 있다는 것을 희미하게나마 감지하게 된다. 죽이려는 작가와 살아남으려는 캐릭터의 사투를 흥미진진하게 표현한 장면. 특히 작가가 그리던 그림이 제멋대로 바뀌는 모습이나 강철이 오성무를 향해 ‘당신, 대체 누구야?’라고 메시지를 남긴 장면에서는 서스펜스가 극에 달한다.

4회 ‘허구’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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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전작 ‘인현왕후의 남자’(2012, tvN)나 ‘나인’에서 증명되었듯, 송재정 작가의 전매특허는 타임슬립이다. 웹툰과 현실 세계가 만나는 ‘W’도 마찬가지인데, 이번에는 ‘나인’의 향처럼 두 세계를 이어 주는 매개체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다만 강철의 신변 변화나 감정적 동요에 단서가 있다. 그런 점에서 4회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이전까지는 오연주만이 강철의 세계로 갈 수 있었지만, 4회에 이르러 강철은 오연주가 사는 현실로 넘어온다. 오연주를 통해 자신이 사는 세계가 허구임을 알게 된 순간, 강철의 시간은 멈춘다. 그리고 그의 앞에 드러난 시간의 문. 그 문 너머 현실에는 강철이 그토록 찾던 진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진실은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갖고 살아온 강철에게 견디기 힘든 고통을 안겨 줄 것이다. 그럼에도 강철은 거침없이 현실 세계로 걸어간다. 강철의 인간적 고뇌를 보여 주는 슬픈 장면. 한편 이때 강철의 가족을 살해한 진범도 강철을 따라 바깥 세상으로 나갔다는 사실이 8회에 이르러 밝혀진다.

5회 설정값인가, 자유의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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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W’가 품은 철학을 읽어 내려면, 강철과 오연주의 관계만큼이나 강철과 오성무의 관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5회에서 현실로 넘어온 강철은 자신의 창조주 오성무와 마주한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이 모두 ‘설정값’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따라서 가족들을 죽인 진범도 존재하지 않는단다. 무엇보다 맥락을 중요시했던 강철로서는 참을 수 없는 진실이다. 강철이라는 ‘괴물’을 키운 오성무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강철이 조물주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그의 삶은 지옥이 되었다. 그래서 잡아먹히느니 잡아먹는 쪽을 택했다. 프란시스코 고야의 광기 서린 그림 ‘사투르누스’처럼. 로마의 신 사투르누스는 아들에게 권력을 빼앗길까봐 아들을 잡아먹었다고 한다. 오성무도 대리만족을 위해 강철을 완벽하게 만들었지만, 더 이상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자 피조물을 없애려 한다. 그러나 허상인 줄 알았던 강철은 이미 힘이 커져 버렸다. 현실 세계의 오성무에게 총상을 입힐 정도로.


6회 웹툰 주인공에게 ‘엔딩’의 의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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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살인범을 찾으려다 살인범이 된 주인공에게 이보다 더 맥락에 맞는 엔딩은 없겠죠.” 오성무를 총으로 쏜 강철은 오연주에게 유서를 남기고 한강대교에서 뛰어내린다. 누구보다 뜨겁게 살았던 인생이 허무해졌거니와, 오성무를 죽이려 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강철의 투신과 함께 10년간 지속되던 웹툰 ?W?도 끝난다. 강철을 사랑하게 된 오연주는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어느 날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물속으로 들어간다. 현실인지 웹툰인지 알 수 없는 그곳에는 그토록 찾던 강철이 있다. 이 시점에서 중단됐던 ?W?의 연재가 다시 시작되고, 극의 분위기도 전환된다. 애초에 강철 캐릭터는 오연주가 어린 시절 만들어 낸 것에서 따왔기 때문에, 강철의 창조주는 엄연히 오연주인 셈. 강철을 죽이려 했던 오성무와 달리, 오연주는 강철을 살리기 위해 감옥행도 서슴지 않는 인물. 그 오연주가 오성무 대신 펜대를 잡았다. 이제 오성무의 1막이 끝나고 오연주와 강철이 함께 만드는 2막이 시작됐다.

7회 또 다른 의미의 사망 선고

‘W’는 송재정 작가의 ‘미친 상상력’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그 상상력을 영상으로 풀어내는 연출력 또한 뛰어나다. 이를테면 현실과 웹툰의 세계가 오버랩되거나, CG(컴퓨터 그래픽)를 최대한 활용한 점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7회에서 윤소희(정유진)가 나오는 장면에서도 ‘W’의 뛰어난 표현력을 확인할 수 있다. 위장 결혼을 한 강철과 오연주가 달달한 로맨스에 취해 있는 동안, 강철의 비서 윤소희는 경호원 서도윤(이태환)에게 사표를 건넨다. 윤소희는 악수나 하자며 서도윤에게 손을 내미는데, 그의 손이 마치 유령처럼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윤소희의 존재감이 점점 흐릿해지는 것을 증명하듯 말이다. 윤소희는 애초에 여주인공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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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로 설정되어 있었지만, 강철이 오연주를 ‘인생의 키를 쥔 여인’으로 인식하면서 웹툰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진범 또한 강철이 진범 찾기를 포기하면서 존재의 이유가 사라져버렸다. 이 세계에서 등장인물이 존재하는 이유는 딱 하나, 설정값이다. 인간이지만 기능적으로 살 수밖에 없는 슬픈 아이러니.

8회 설정을 벗어나 무한한 변수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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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W’는 판타지와 서스펜스, 코믹한 요소까지 두루 갖추고 있으며 훌륭한 멜로드라마이기도 하다. 영리하게도 이 드라마는 강철이 웹툰 주인공인 것을 적극 활용해, 백마 탄 왕자님 컨셉트의 식상한 로맨스 장면에서마저 면죄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강철과 오연주의 사랑에는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 설정에 따라 움직이던 강철의 세계에 변수가 많아진 것이다. 무엇보다 오연주가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강철은 엉망진창이 된 상황을 바로잡으려 오연주와 이별하기로 결심한다. “여기 떠나게 되면 그림 하나만 그려 줘요. 두 달 전에 처음 만난 그때부터 이 순간까지 모두 꿈으로 만들어 줘요.” 결국 기억을 잃은 강철은 웹툰 주인공의 숙명대로 살아가고, 오연주만이 혼자 그 기억을 간직한다. 8회 마지막, 두 사람이 이별 직전에 마주한 장면은 이별과 기억의 슬픈 상관관계를 드러낸다. 강철은 기억을 지우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러나 방심은 금물. 강철의 말대로 ‘W’에는 아직 변수가 많이 남아 있다.


‘W’  웹툰 고문 맡은 윤태호 작가

만약 나라면, 『이끼』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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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에는 원작 웹툰이 없다. 드라마에 나오는 동명 웹툰은 자체 일러스트 팀이 따로 그린다. 이런 순서다. 송재정 작가가 대본을 쓰면 정대용 프로듀서가 영상을 연출하고, 그걸 바탕으로 웹툰을 작업한다. 하지만 제작진이 웹툰 전문가는 아니다. 극 중 웹툰 작가 오성무의 화실 풍경과 작업 방식에 대해 누군가에게는 물어봐야 했다. 구원투수가 돼 준 이가 바로 윤태호(47) 작가다. 그의 스테디셀러 웹툰 『미생』과 『이끼』 『내부자들』은 각각 동명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magazine M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윤 작가는 “‘W’의 웹툰 고문 참여가 흥미로웠다”고 했다.

-어느 단계부터 고문에 참여했나.

“기획 초반부터다. 송 작가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 웹툰 취재 방식이나 연재 과정 같은 기본적인 것들을 묻더라. 급할 경우, 웹툰을 그리는 태블릿 PC를 들고 다닐 수도 있는지, 문하생들과 작업할 땐 서로 대화를 하는지 등등 말이다. 드라마가 제작에 들어갈 즈음엔 배우 김의성과 문하생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내 작업실에서 머물며 웹툰 작업 전반을 익히고 갔다.”

-‘W’의 설정이 납득되던가.

“송 작가도 그걸 가장 궁금해 했다. 웹툰 속 캐릭터가 작가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작가가 웹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상상이 내겐 전혀 억지스럽지 않았다. 웹툰뿐 아니라, 작가라면 대개 겪는 일이다. 내가 앞에 쓴 대사나 설정 때문에 캐릭터를 내 뜻대로 옴짝달싹 못할 때가 있다. 작가가 미처 생각지 못한 지점이, 독자의 해석으로 의도치 않게 생명력을 얻기도 한다.”

-경험담인가.

“『이끼』 때 일이다. 미스터리 스릴러라 그런지, 무심코 그린 눈빛에도 독자들은 의미를 부여했다. 댓글에서 과잉 해석의 조짐이 보이면 얼른 오해를 풀고 스토리를 원 위치시키는 게 내 몫이었다. 극 중 『W』는 10년간 사랑받은 웹툰으로 설정돼 있잖나. 애먹었을 작가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안다.”

-웹툰 드라마 ‘세티’(2009)를 통해 웹툰과 영상의 결합을 시도한 적 있는데.

“‘세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W’ 제작진이 사전 제작 등으로 겪을 어려움에 더 공감했다. 연재 작품은 징검다리처럼 열린 설정을 해놓고 그 사이를 매회 촘촘히 메우며 이야기를 연결해 나가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협업을 할 경우엔 사전에 합의해야 할 사항이 많다. 추후 이야기의 향방을 수정할 수 있는 여지도 적다.”

-만약 ‘W’처럼 자신의 웹툰에 들어갈 수 있다면.


“『이끼』에 들어가겠다. 마을 악당들의 과거사가 모두 각자의 주관적인 회상으로 처리됐기 때문에, 결국 주인공 해국만 아무 정보도 없이 마을을 헤집고 다니다 끝난다. 해국을 붙잡고, 속 시원히 이야기해 주고 싶다.”

-현재 작업 중인 웹툰은.

“『미생』시즌2를 위해 취재 중이다. 100권짜리 교양만화도 준비하고 있다. 『오리진(Origin)』이라고, 세상 모든 것의 기원을 파고드는 만화다. 올해 안에 연재와 함께 단행본으로도 출간할 계획이니, 많이 지켜봐 주시라.”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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