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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180년 역사 보니] 전기차는 자동차의 미래이자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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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4년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앤더슨이 발명한 최초의 전기차 `원유전기마차`./ 사진:중앙포토


‘전기차는 자동차의 미래이자 과거다’. 놀랍게도 전기차의 역사는 가솔린 자동차보다 더 길다. 독일 니콜라우스 오토가 최초의 내연기관을 발명한 것은 1864년이지만 그보다 무려 30년 전인 1834년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앤더슨이 전기차 ‘원유전기마차’를 발명했다. 1882년엔 영국의 윌리엄 아일턴과 존 페리가 전기삼륜차로 도로주행을 시작했다. 독일의 고틀리브 다임러가 최초의 가솔린 엔진을 발명한 것보다 한 해 앞선 일이다.

첫 내연기관보다 30년 앞서 발명 … 에너지 인프라 대변혁 예고


현대적인 형태의 전기차는 1942년, 미국 토마스 데트와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데이비슨이 만들었다. 이후 1865년 프랑스의 가스통 플란테와 그의 친구인 카밀 포레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축전기를 만들면서 전기차 개발은 급진전했다. 내연기관 차보다 전기차가 먼저 등장한 이유는 전기 모터와 축전지 기술이 급속히 발전한 덕분이다.
 
| 1910년대 유럽서 ‘마담차’로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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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은 모두 시제품 수준이었고 실질적으로 상용화된 시기는 1880년대 들어서다. 1881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전기박람회에서 구스타프 트루베가 삼륜전기자동차를 운행하면서부터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내연기관 차는 전기로 돌리는 시동 모터가 없어 차 밖에서 크랭크를 돌려 시동을 걸어야 했다. 이런 불편함이 없는 전기차는 특히 상류층 여성 운전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당시 전기차의 가격은 1000달러 정도였지만, 여성 고객들은 비싼 실크나 털을 장식해 3000달러 이상의 돈을 투자했다고 한다. 프랑스·영국 등지에선 ‘마담(madame)차’로 불렸다.

이어 1898년 독일의 페르디난트 포르셰는 전기차 ‘포르셰P1’을 개발했다. 전기 모터 2개가 장착된 최고 시속 35㎞의 P1은 1회 충전에 80㎞의 거리를 달렸다. 프랑스에서는 1900년 전기자동차를 파리시의 소방차로 썼다. 뉴욕에선 전기차 충전소가 여러 곳 들어서면서 1897년부터 전기 택시 공급이 시작됐다. 1900년 당시 뉴욕에만 2000여 대의 전기차가 운행됐고, 미국 전역에서 한때 3만여 대 이상의 전기차가 달렸다. ‘발명의 아버지’로 알려진 토머스 에디슨도 전기차 개발자로 나섰다.

잘 팔리던 전기차는 1908년 포드의 창업자이자 ‘자동차왕’으로 불리는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대량 생산 방식으로 T형차를 내놓자 아성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무거운 배터리 중량, 긴 충전 시간, 일반 자동차의 두 배가 넘는 가격 등도 대중화의 발목을 잡았다. 더구나 1920년대 미국 텍사스에서 대형 유전이 개발되면서 전기차는 가솔린차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무대 뒤로 밀려났다.

이후 100년 가까이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가 이어졌다. 전기차는 가솔린차의 독주 속에서 골프장 카트 등으로 간신히 명맥을 이었다. 1970년대 오일 쇼크 덕에 잠깐 조명을 받았지만 유가 하락으로 다시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전기차가 재등장한 것은 1990년대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부터다. 각국 정부의 친환경 규제로 세계 각국이 탄소 배출과 연비 규제에 나서면서 내연기관 차가 위협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전기차 업계의 선두 주자는 미국의 테슬라다.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였던 일론 머스크와 컴퓨터 공학자 마틴 에버하드 등 5명이 200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공동 창업했다. 2008년 고출력 전기차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선보여 흥행에 성공한 테슬라는 지난해 대중적인 전기차인 모델S를 내놓고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내년 초 출시가 예정된 테슬라 모델3는 지금까지 사전계약 대수가 37만 대에 이른다. 1회 충전으로 326㎞ 주행이 가능하고, 가격은 3만5000달러(약 3380만원)로 책정됐다. 자동차 업계에선 모델3가 스마트폰 역사를 연 애플 아이폰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중국 비야디, 시장점유율 1위

신생 업체 테슬라에 살짝 밀리는 상황이지만 제너럴모터스(GM)도 전기차 분야에서 만만치 않은 내공을 갖고 있다. 1996년에 순수 전기차 양산체제를 갖추고 ‘EV1’을 세상에 내놓았다. 완전히 충전하는 데 4시간이 걸렸지만 한 번 충전으로 160㎞를 달릴 수 있어 당시로선 상당한 기술력을 선보였다. GM은 차세대 볼트(Bolt)로 전기차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올 연말 시판 예정으로, 1회 충전에 320㎞를 달릴 수 있다. 차 값은 3만7500달러(약 4160만원)로 예상된다. GM 측은 “합리적 가격의 장거리 주행 전기차라는 점에서 본격적인 순수 전기차 시장의 도래를 상징하는 제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 리서치업체 켈리블루북은 볼트 EV가 생산 첫 해 연간 8만 대까지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테슬라와 GM의 전기차 개발에 속도가 붙자 각국의 자동차 브랜드들도 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전기차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열릴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특히 중국의 성장세가 무섭다. 올 상반기 세계에서 팔린 전기차 상위 10개 중 4개가 중국 자동차 업체가 만든 차종이다. 특히 중국 대표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지난해 6만 대 이상을 팔면서 테슬라(5만 대)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11%)에 올랐다.

중국 정부는 이미 7년 전 전기차 육성정책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세금 면제 혜택과 공격적인 보조금 정책을 쓰고 있으며 2020년까지 전기차 500만 대 보급을 목표로 충전소 1만2000곳, 충전기 480만 대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 개발에 한걸음 물러서 있던 독일도 고삐를 당기는 모양새다. 지난 7월 2일 독일 정부는 전기차 구매 지원 프로그램을 최초로 가동했다. 12억 유로(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40만 대, 충전기 1만5000개를 늘릴 수 있는 금액이다. 디젤게이트로 어려움에 빠진 아우디의 루퍼트 슈타들러 회장도 같은 달 19일 ‘스피드업’이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전기차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해 42억 유로(약 5조2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급속충전기 6000기가 설치된 일본도 최근 움직임이 빨라졌다.

시장조사 업체 IHS에 따르면 내년 전기차 시장 규모는 연간 100만 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 학)는 “전기차에 대한 우려와 단점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메이커의 전기차 개발로 기존과는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의 확산과 그 여파는 주변 산업에까지도 적잖은 파장을 예고할 정도로 강해졌다”며 “교통은 물론 전력과 에너지 인프라의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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