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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성공 때문에 삶이 파괴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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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
소설가

연예계에는 ‘대상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연말 잔치에서 대상을 수상한 연예인에게는 자주 슬럼프의 시간이 뒤따른다는 징크스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큰 상의 저주’는 다른 분야에서도 발견되는 현상이다. 문단에서도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 상을 받는 이가 있으면 주변에서 걱정한다. “저러다 사막의 시간을 건너게 되는 게 아닐까” 하고. 예술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성취를 이룬 사람 중에는 성공 직후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게 목격된다.

프로이트는 내담자 중에 “커다란 성공에 의해 파멸당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특별히 아버지보다 위대한 업적을 이룩하거나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남자에게서 발견됐다. 프로이트는 그것이 신경증과 관련되며 당사자에게 성공이 오이디푸스적인 승리의 의미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런 이들은 큰 성공 이후 오이디푸스적인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중요한 대상으로부터 처벌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게 된다. 결국 스스로를 처벌하는 자기파괴적 선택을 함으로써 팽팽한 심리적 긴장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후 정신분석학자 산도르 로랜드는 그 증상을 ‘성공 신경증’이라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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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신경증은 일상에서 드물지 않게 목격된다. 평생 꿈꿔온 최고의 지위에 올랐는데 취임식장에서 말실수를 하는 바람에 급전직하로 바닥을 치는 공직자가 있다. 평생 고생하며 애쓴 결과 이제 살 만해졌는데 느닷없이 도박에 빠져 감옥에 갇히는 사업가가 있다. 그의 성취에 대해 대중이 박수 치며 상찬하는 순간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일을 자행해 경력을 파괴하는 연예인이 있다. 큰 성공을 거둔 후 슬럼프에 빠져 ‘사막의 시간’을 건너는 예술가들이 있다. 성공 때문에 삶이 파괴되는 이들의 추락은 사소한 실수나 사고의 형태를 띠며, 이해할 수 없는 자기파괴 행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것이 무의식의 작동 방식이다.

심리치료 현장에서도 성공 신경증이 표출된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해결되거나 증상이 개선된 후에는 다시 한동안 병증이 악화된다. 단 하나의 정확한 해석 앞에서 증세가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그 증상은 ‘부정적 치료 반응’이라 불린다. 그런 이들의 내면에는 증상이 개선되거나 삶이 나아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다. 오이디푸스적인 불안이 내면에 고착돼 처벌에 대한 욕구, 패배자라는 인식, 부정적 사고 패턴이 성격 구조의 일부가 된 셈이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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