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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 만드는 일베·증권맨·보좌관 “관심 끌려고 유포”

“[속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29일 오전 사망.”

경찰, 이건희 사망설 첫 유포자 수배
이시영 동영상 흘린 일당도 법정에
‘정보 폭포효과’에 대중 판단력 마비
지난해 사이버 명예훼손 1만5043건
“무심코 전달만 해도 처벌…주의를”

지난 6월 29일 오후 7시55분.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사망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2014년 5월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2년 만에 들려온 사망 소식은 각종 SNS와 메신저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유포 과정에선 ‘30일 오후 3시 엠바고(해당 시점까지 보도 금지)’라는 내용과 함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동과 관련된 전망 등이 추가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줄의 허위 글이 왜곡과 변형을 거쳐 이른바 ‘찌라시’가 된 것이다. 관련 소식이 퍼지자 삼성그룹 승계 과정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됐던 삼성물산 주가가 8% 이상 급등했다. 주식 거래량도 전날보다 7배가량 늘었다. 주식시장 전체가 출렁였다.

삼성전자가 즉각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이후에도 ‘이건희 사망설’ 찌라시는 카카오톡 메신저 등을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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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수사한 결과 최초 유포자는 미국에 거주하는 일베 회원 최모(30)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전화로 조사했더니 최씨는 “일베 회원들로부터 관심을 끌기 위해 유포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국내에 입국해 조사를 받으라는 요청에는 불응했다. 이에 경찰은 허위 정보를 퍼뜨린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 등)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최씨를 25일 지명수배했다.

특정 사건 진행 과정에서 엉뚱한 사람의 신상이나 사진 등이 찌라시로 유포돼 피해를 겪는 일이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월 ‘박유천 고소녀 사진’ 찌라시 유포 때도 그랬다. 사진 속 여성은 사건과는 무관했지만 찌라시로 인해 심각한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6월엔 배우 이시영씨의 성관계 장면이라는 글과 함께 동영상 한 편이 온라인상에서 퍼졌다. 경찰 조사 결과 동영상 속 주인공은 이씨가 아니었다. 찌라시 내용도 언론사 기자와 국회의원 보좌관 등이 술자리에서 주고받은 낭설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퍼뜨린 것으로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다.

정치권에서도 찌라시가 활용된다. 6년째 국회의원 보좌관 일을 하는 정모(36)씨는 “공천 시즌과 총선 시즌을 앞두고 찌라시를 만들어 유포하는 건 정치권의 오래된 악습”이라며 “불륜이나 친인척 비리 등 상대 후보를 비방하기 위한 악성루머나 여론·판세를 조작한 내용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찌라시를 통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발생한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사건은 1만5043건이다. 2014년(8880건) 대비 69.4%나 급증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허위정보임에도 찌라시가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상을 ‘정보의 폭포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정 정보를 다수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면 아무런 의심 없이 사실이라고 믿게 된다는 것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장은 “찌라시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관음증’을 자극한다”며 “자극적인 내용이나 주식정보, 특정 인물에 대한 비방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찌라시는 명예훼손을 넘어 사회 혼란까지 야기할 수 있는 독버섯”이라고 말했다.

허위정보든 사실이든 찌라시 유포는 범죄다. 최초 유포자뿐 아니라 남이 보내준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전달하는 중간유통자도 마찬가지다. 경찰 관계자는 “내가 만든 정보인지, 남에게 받은 정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심코 찌라시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될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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