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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의 직격 인터뷰] “차기 미 정부는 대북 군사행동까지 검토하게 될 것”

JTBC에 ‘다채로운 즐거움’(영어로는 ‘coloring your world’로 표현된다)이 있다면, 본지 오피니언란에는 ‘다채로운 시각’이 있다. 국내외 칼럼니스트들이 다양한 시선으로 세계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 다양한 흐름을 조망한다. 다채롭다는 것은 “여러 가지 색채나 형태, 종류 따위가 한데 어울려 호화스럽다”는 뜻이다. 얼핏 보면 제각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한데 어울린다’는 게 다채로움에 담긴 막강한 힘이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 교수는 중도적(centrist) 관점의 칼럼으로 3주마다 우리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미국에서 정상급 정치학자다. 북한 전문가로 국내에 알려졌지만 그는 정치학 중에서도 ‘발전의 정치경제(political economy of development)’와 ‘국제정치경제(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y)’가 전공 분야다. 두 분야는 정치와 경제의 상호작용 속에서 각기 발전과 국제관계가 어떻게 형상화되는지 탐구한다. 해거드 교수는 중남미와 동아시아가 선택한 발전의 행로가 어떻게 달랐는지 분석했다. 8년여 전부터는 북핵, 통일, 대북제재 등 남북한 문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세계 정치(World Politics)’ ‘국제 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등 주요 미국 정치학 학술지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나 남북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면 CNN, 파이낸셜타임스(FT) 같은 주요 매체들이 그의 멘트를 청한다. 해거드 교수가 서울 종로구에 있는 동아시아재단(EAF)에서 대북제재에 대한 특강을 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를 서울 인사동에 있는 프레이저스위츠에서 23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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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거드 교수는 미국에서 지한파를 넘어 ‘친한파’ 학자다. 인터뷰 말미에 “마지막으로 우리 독자들에게 강조할 말이 있느냐”고 묻자 “서울을 사랑한다. 위대한 도시다”고 말했다. [사진 강정현 기자]

한국의 발전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면은.
“광범위한 질문이다. 우선 경제발전과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 이동이 급속하게 전개됐다는 게 눈에 띈다. ‘재벌’이라는 대기업 조직도 독특하다. 대기업에는 장단점이 있다. 사이즈가 크기 때문에 대기업들은 다양한 상호보완적인 기업활동에 집중 투자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팽창할 수 있었다. 동시에 덩치가 큰 대기업들은 항상 비즈니스-정부 관계에 문제를 일으켰다. 과거에는 부패, 현재는 투명성·개방성을 확보한 기업 거버넌스가 과제다. 하지만 대기업은 한국 발전에 마이너스가 아니다. 누구도 그렇게 주장하지 않을 것이다. 재벌은 한국 발전에 공헌했다.”
한국의 발전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차지하는 비중·공헌도에 대한 논란이 있다.
“농지 개혁은 박정희 대통령이 달성한 게 아니다. 교육에 대한 강조는 사실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업들 또한 이승만 시대에 이미 발전하기 시작했다. 또 한국은 박정희 대통령 사후에도 계속 발전했다. 김대중 정부도 경제발전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
한국만큼 미국을 열심히 벤치마킹한 나라도 없다.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한국은 미국보다 개방적인 나라다. 아마도 더 작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자신 문제에 골몰하는 내부 지향성이 발견된다. 한국은 작은 규모로 복지국가를 시도했다. 그 점에서 한국은 미국과 유사하다. 작은 복지국가에는 장단점이 있다. 국민은 자립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좋은 점이다. 하지만 작은 복지국가인 한국과 미국에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불평등은 한국 정치·경제의 특성이 돼버렸다.”
양국의 국내 정치에서 분열상, 캠프 논리가 상당히 심각하다.
“한국이 덜 심각하다. 한국이 미국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에서 공산주의 체제나 북한을 지지하는 사람은 없다. 국가보안법을 보수 세력이 활용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민주화 연구로도 유명하다.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는.
“약간의 침식(erosion)이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는 상당히 역동적이다. 민주주의 제도 자체가 아니라 양극화가 문제다. 정부와 야당, 여야 사이에 보다 많은 소통이 있으면 좋겠다. 정치는 궁극적으로 흥정이다.”
한국 야당의 과제는.
“젊은이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도전과 혁신의 공식을 발견하지 못했다.”
한국 유권자 중에서 보수적인 분들은 현 야권이 집권하면 한·미 관계가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흔히 노무현 정부 사례가 지목된다.
“노무현뿐만 아니라 부시 행정부에도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양국 정부는 합의를 달성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대중 정부가 북한에 돈을 줘서 핵무기를 만들게 했다는 말을 들어봤는지.
“핵 개발 하라고 돈을 준 것은 아니지만 북한은 고도로 중앙집권적인 체제이기 때문에 돈을 유용(流用)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그러한 김대중 비판은 어떤 차원에서는 옳다. 하지만 미국도 이란에 돈을 준다. 문제는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 효과가 있느냐다. 나는 과감한 김대중 접근법을 지지했다. 불행히도 별다른 결과가 없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도 별 효과가 없었다. 김대중을 비판할 때에는 그렇다면 다른 정책은 더 나았는지를 따져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시대에도 북한의 핵 개발은 계속됐다. 문제는 북한이지, 한국의 전략이 아니다. 우리는 지나치게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강조한다. 하지만 북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단은 사실 제한적이다. 결국 북한 스스로 자신의 전략을 전면 검토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한국이 선택해야 할 상황이 닥칠 수 있을까.
“그러한 딜레마는 없다. 가짜 딜레마다. 한국이 중국·미국 모두와 사이가 좋으면 안 될 이유가 없다.”
한국이 이제 더 이상 작은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많은 외국 학자가 말한다. 하지만 힘은 상대적이다. 한국이 유럽에 있다면 상당히 큰 나라일지 모르지만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한국의 동아시아 역내 위상은 유럽 내부에서 스위스·벨기에가 차지하는 위상과 비슷하지 않을까.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로 고민한 끝에 결국 중국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물론 한국은 매우 입장이 난처하다. 미국과 한국의 사드 전개는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드가 정당할 뿐만 아니라 현명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사드에 정치적인 이득이 있을 것인가. 미국과 한국은 미사일을 방어하는 것뿐만 아니라 북한의 위협을 줄이는 데도 관심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해둬야 한다. 현재 문제는 사드가 아니라 북한이라는 것을 중국에 설득해야 한다.”
현 북한 상황은.
“좌파건 우파건 미국은 북한이 변하기를 바란다. 어떤 형태로든 개혁이 북한에서 실행되고 있다는 증거가 많아지고 있다. 북한이 안정적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평양은 정권에 대한 도전으로부터 자유롭다. 동독의 경우 혁명은 베를린이 아니라 지방인 라이프치히에서 시작됐다. 북한의 지방 거점 도시에서 정권에 대한 도전이 시작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불안정을 강조하게 된 원인은.
“박 대통령이 좌절감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북한 문제를 다루는 모든 사람이 좌절감을 겪는다. 박 대통령의 신뢰외교(Trustpolitik)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보다 개선된 형태였다. 박 대통령은 몇 가지 이니셔티브를 추진했다. 4차 핵실험 이후 그는 이니셔티브를 지속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 그래서 신뢰외교는 기본적으로 사망했다. 올바른 길일까. 대화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 북한의 붕괴는 중국에 불리하기 때문에 중국은 미국·한국에 대해 비협조적이 될 것이다. 전 세계가 북한에 제재를 가해도 북한 무역의 85%가 대중 무역이기 때문에 북한은 일종의 ‘중국의 지방’으로 생존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중국에 우리가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틀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북한 체제가 어느 정도까지 안정적인지 모른다. 하지만 탈북 현상은 북한 정치의 안정성과는 거리가 있다. 외무성은 북한 체제에서 그리 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탈북은 북한의 경제적인 위기를 부를 수 있다. 북한은 거의 모든 외화 획득 수단이 차단됐다. 북한은 이제 작은 개방 경제가 됐다. 우리 생각보다 급작스러운 위기에 취약하다.”
북한의 점증하는 핵 위협이 미국 대선과 어떻게 맞물릴까. 힐러리나 트럼프는 집권 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대부분의 분석가는 힐러리 클린턴이 차기 미국 대통령이라고 본다. 클린턴이 위증죄로 기소되는 것과 같은 재앙이 생기지 않는 바에야 그가 질 가능성이 없다. 불행히도 그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선명한 그림(clear picture)은 아직 없다. 오바마 대통령과 비교한다면 그는 본능적으로 보다 매파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그는 다자주의·외교의 효용성을 믿는 인물이다. 집권 초기에 정책 검토를 할 것이다. 대통령은 외교적인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은 지역에 선별적으로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북한이 최우선 외교 정책과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초기에는 미국 외교정책의 연속성이 유지될 것이다. 즉, 대북 관여정책을 펼 의향이 있다는 것을 재확인할 것이다. 진전을 이루려면 북한이 비핵화를 논의할 의지가 있다는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 적어도 초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클린턴에게 매파 성향이 있기 때문에 장사꾼인 트럼프가 한국에 더 좋다는 주장도 있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해독이 난해하다. 미국 사람들은 모이면 트럼프 이야기를 한다. 신문을 펼치고 제일 먼저 보는 것도 트럼프 관련 기사다. 동아시아·한국에 대해 트럼프가 한 말을 살펴보면 모순이 많다. 그가 실제로 뭘 할지는 전혀 알 수 없다.”
북핵 문제 해결에는 중국이 중요한데, 클린턴은 중국 지도부와 잘 지낼까.
“중국은 보통 민주당 정부에 대해 회의적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인권에 대한 민주당의 강경한 자세가 하나다. 또 역사적으로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한다. 하지만 클린턴은 보호무역보다는 미국의 수출 증대에 관심이 더 많다. 클린턴의 동아시아 전문가 진용은 매우 경험이 많다. 그들 모두 미·중 관계가 미국 이익에 사활적이라는 것을 잘 안다.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거나 무시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다. 현재는 미·중 관계가 매우 어렵지만 복원이 불가피하다.”
현재는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중국과 공조를 중시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배치하는 데 성공한다면, 미국이 일방주의적인 태도로 나오게 되지 않을까. 미국이 모종의 군사행동에 착수할 가능성은.
“미국은 항상 ‘생각할 수 없는 것은 없다(Nothing is unthinkable)’고 말한다. 미국이라는 강대국은 사실 그렇게 말해야 하고 또 그럴 능력이 있다. 다음 행정부에서는 군사적 대안에 대한 보다 개방된 토론이 행해질 것이다. 미국 군부는 이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사드 체계를 전개하기로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본지 칼럼니스트 스테판 해거드 UCSD 석좌 교수


1972~74년 한국에서 군 복무를 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정치학 학사·석사·박사를 받았다.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1983~91)에 이어 92년부터 UCSD 국제대학원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아시아 금융위기의 정치경제학』(2000) 등이 있다.

글=김환영 논설위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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