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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까지 스몰 럭셔리 바람…비싸도 천연 향 쓴다

| 향수 브랜드가 세탁용품 만드는 이유

샤넬 가방은 못 들어도 샤넬 립스틱은 바른다. 고가의 유럽산 가구로 집을 꾸미진 못해도 유명 브랜드 향초의 향기로 집안을 채운다. 작은 사치로 삶의 만족감을 얻으며 ‘스몰 럭셔리(small luxury)’를 즐기던 사람들이 이젠 옷·침구 등의 섬유 관리에까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불과 쿠션에 비싼 향수를 뿌리고, 저렴한 마트 세제 대신 친환경 제품으로 세탁하길 원한다. 최근 화장품 회사들이 매장에서 세탁세제를 팔고, 니치 향수 브랜드들이 섬유전용 향수를 내놓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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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 관리용품 내놓는 화장품 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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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말론의 섬유전용 향수. 4종류의 라벤더와 로즈마리, 유칼립투스 향을 첨가했다 (왼). 장미·머스크·우드 향을 내는 딥티크의 섬유전용 향수. 섬유에 직접 뿌리거나 헹굼 단계에서 소량 사용한다(오).

지난 13일 신은경(33·서초구 반포동)씨는 신사동 가로수길의 화장품 편집매장 에이랜드 뷰티에 들렀다가 화장품 대신 용기에 ‘델리케이트 워시’(delicate wash, ‘섬세한 세탁’이란 뜻)라고 쓰인 세탁 세제를 구입했다. 신씨는 “화장품 구경 왔다가 여성 속옷 세탁에 사용하는 친환경 세제가 있어 관심이 갔다”며 “가격은 일반 세제에 비해 비싸지만 민감한 피부에 좋을 것 같아 구매했다”고 말했다.

화장품을 파는 이 매장 한쪽 진열대엔 세탁용 세제와 섬유 유연제, 옷과 침구에 뿌리는 탈취제 등 섬유 전용 제품 18종이 자리를 잡고 있다. 모두 친환경 제품으로 패션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미 이름이 알려진 ‘런드레스’ ‘커먼굿’ ‘꼬모엘라’ 브랜드 제품들이다.

세탁용품 판매에 먼저 관심을 보인 건 향수 브랜드들이다. 니치 향수 브랜드 메종 프란시스 커정은 자신들의 대표 향수인 아쿠아 유니버셜 향을 넣은 섬유 유연제를 만든다. 다른 고급 향수 브랜드 르 라보도 세탁세제 전문업체인 ‘런드레스’와의 협업으로 자신들의 대표 향수인 샹탈과 로즈 향을 넣은 세탁 세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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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치 향수 르 라보와 친환경 세제 런드레스가 협업해 만든 세탁세제(왼). 옷·실크·레이스 섬유전용세탁세제인 런드레스 델리케 이트 워시(오).

다른 니치 향수 브랜드들은 ‘린넨 스프레이’ ‘텍스타일 퍼퓸’으로 불리는 침구용 섬유 향수를 만들며 섬유 관리용품 시장에 뛰어 들었다. 조 말론은 2013년 9만3000원대의 두 가지 섬유 향수 ‘리노 넬 벤토’와 ‘아쿠아 디 리몬’을 내놨다. 평소 조 말론의 향을 좋아해 외출 시 옷에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집에서 사용하는 침구에까지 자신의 취향이 반영된 향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주 타깃이다. 100mL에 17만원이 넘는 향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섬유 향수는 조 말론의 향수를 사용해보고 싶은 사람들 사이에서 엔트리 제품으로도 인기다.

니치 향수 브랜드 딥티크도 지난해 섬유향수 ‘오 플루리엘르’를 만들어 선보였는데 국내 매장 판매량 1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좋다. 올해는 또 다른 향수 브랜드 프레데릭 말이 ‘나의 침대에서’란 의미의 ‘덩 몽 리’를, 바이레도가 프랑스어로 린넨(면)을 뜻하는 ‘뚜왈’이란 이름의 섬유 향수를 잇따라 출시했다.



섬유 관리까지 옮겨간 스몰 럭셔리 바람

향수 회사들과 화장품 전문 매장이 세탁용품과 섬유 관리용품을 내놓는 데는 이유가 있다.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확산된 ‘스몰 럭셔리’ 트렌드의 영향이 가장 크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경제가 위축돼 럭셔리 가방이나 의류 등을 남에게 보이고 싶다는 과시적 소비 대신,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가성비’ 위주의 소비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다”며 “아껴야 할 것은 아끼지만 건강·힐링·환경보호 등의 가치를 지키며 심리적 만족을 얻는 데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가치 소비’ 성향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몇 해 전부터 남들의 시선과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고 외부 스트레스로 지친 심리적 안정을 위해 향초나 디퓨저 등을 사용하는 인구가 많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교수는 “특히 최근 2~3년 사이 자신만의 공간에서 삶을 즐기고 싶어 하는 라운지형 소비, 향유형 소비가 붐이 일면서 자연스레 공간과 관련된 스몰 럭셔리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들이 침구·쿠션 등 실내에서 사용하는 또 다른 소품이자 심리적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제품에까지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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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성분을 원료로 한 3배 농축 세탁세제 커먼굿 런더리.

이때 인공적인 향보다는 향수 전문 회사가 만든 향을, 화학 성분보다는 천연성분이 들어간 친환경 세제를 찾게 된다. 조 말론의 섬유 향수를 사용하고 있는 주부 조선주(44·광진구 자양동)씨는 “예전엔 향초를 켜 놓는 것으로 집안 냄새를 잡았었는데 요즘은 침구에서 나는 냄새에도 신경이 많이 쓰여 섬유 향수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섬유에 뿌리는 향 제품은 마트상품도 있지만 향수 전문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이 만족감이 더 커서 가격이 비싸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화장품 회사가 만든 세탁 세제는 대게 1L에 2만~3만7000원, 섬유유연제는 5만원을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4L에 7000~9000원선인 마트형 일반 액체 세제에 비해 10배가 넘는 비싼 가격이다. 니치향수 브랜드가 만드는 섬유향수의 경우는 보통 9만~10만원대로 마트에서 파는 800mL에 1만원대인 향 있는 섬유 탈취제와 비교하면 50배까지도 가격차이가 난다.

이윤경 숙대 향장미용학과 교수는 “화장품 회사가 만들면 아무래도 피부에 좋은 성분과 향 원료를 사용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크기 때문에 비싸도 기꺼이 선택한다”며 “유럽과 일본 등지에선 이미 친환경 화장품 회사들이 라이프스타일로 영역을 확장하는 추세라 한국도 이 수순을 밝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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