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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완성은 몸, 운동의 완성은 패션

| 과감하고 화려해진 운동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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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복이 화려해지고 과감해졌다. 몸의 라인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물론, 평상복보다 컬러풀하고 개성 있는 디자인이 쏟아져 나온다. [사진 갭핏]


‘운동복’을 떠올려보자. 펑퍼짐한 트레이닝복 바지가 생각난다면 유행에 뒤져도 한참 떨어져 있는 거다. 당장 근처 피트니스 클럽에 가보면 깨닫는다. 체형이 그대로 드러나는 레깅스와 탱크톱을 입는 건 기본 중 기본. 색깔이나 무늬도 그 어떤 길거리 패션보다 과감하고 화려하다. 기능과 내구성이 스포츠 의류의 제1기준이 되던 과거와는 확연한 차이다. 여기에 때마침 ‘애슬레저룩’이 대세가 되면서패션 아이템으로서 운동복을 찾는 이들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피트 시크(Fit Chic·건강함의 멋)’라는 신조어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요즘 멋쟁이는 피트니스 클럽에서 찾아볼 일이다.




2~3년 사이 전문 브랜드 줄줄이 등장

7년차 필라테스 강사인 맹지현(27)씨는 최근 2~3년 새 스튜디오가 부쩍 화사해졌다는 걸 실감한다. 불과 5~6년 전만해도 수강생 대다수가 품 넉넉한 트레이닝 바지나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를 입는 게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첫 수업부터 레깅스에 신축성 있는 민소매 톱이나 탱크톱을 입는다. “한여름에는 훨씬 더 화려해져요. 형광색 톱이나 광택 나는 레깅스를 입은 분들도 있죠.”

맹씨 말처럼 2015년 전후로 국내 시장에 디자인을 강조한 운동복 브랜드가 쏟아져 나온 게 사실이다. 요가·필라테스·폴댄스·크로스핏 등 다양한 피트니스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고, 국내 여성 운동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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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전까지 아디다스와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가 협업한 디자인을 내세운 운동복이 거의 유일했다면, 그즈음부터 H&M·자라·유니클로 등 SPA 업체가 스포츠 라인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패스트 패션답게 로고 프린트와 사선 스트라이프, 검정색을 기본으로 하는 기존 운동복의 특징들을 버렸다. 대신 과감한 트임으로 뒤태 노출을 강조한 톱이나 컬러 블로킹 형식의 레깅스 등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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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5월에는 ‘요가복의 샤넬’이라 불리는 캐나다 브랜드 ‘룰루레몬’이, 이달에는 미국 캐주얼 브랜드 ‘갭’이 피트니스 라인인 ‘갭핏’을 잇따라 론칭했다. 영국의 ‘이지 요가’나 호주의 ‘로나 제인’ 같은 경우, 외국 생활을 경험한 이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최근 국내에 입성했다. 수입 제품에 맞서 ‘뮬라웨어’ ‘젝시믹스’ 등의 국내 전문 운동복 브랜드들도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룰루레몬의 유예슬 브랜드 매니저는 “망사 소재나 여러 줄의 꼬임을 이용한 디자인이 최근 트렌드”라면서 “브라톱 안에 (라커룸)열쇠를 넣는 주머니를 단다거나 지퍼에 머리 고무줄을 다는 식으로 디테일을 강조한 제품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몸이라는 ‘자산’을 보여주는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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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패턴의 브라톱. [사진 룰루레몬]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서, 더구나 잠깐 입고 벗는 운동복이 ‘패션’ 대접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제는 ‘잘 관리된 몸’ 그 자체가 명품 핸드백처럼 하나의 과시이자 자기 관리 능력의 상징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몸을 돋보이게 만드는 운동복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직장인 손주영(41)씨도 비슷한 이유로 운동복 매니어가 됐다. 올 1월 크로스핏을 시작한 뒤 구입한 운동복만 스무 벌이 넘는단다. 처음에는 헐렁한 검정 바지와 티셔츠로 몸을 가리기 바빴지만 운동하러 온 다른 수강생들이나 강사를 보고 점점 부럽기도 하고 욕심도 났다. “몸이 조금씩 예뻐진다 싶으니 용기가 나더라고요. 좀 튀어도 괜찮겠구나, 싶은 거죠.” 이후 트윈클스 서니, 스미홈트 등 인스타그램에서 운동으로 유명한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서 몸매만큼이나 운동복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교사인 채수연(33)씨도 여기에 공감한다. 직업상 자주 입는 일자 치마와 블라우스가 몸에 붙는 것과는 확연히 느낌이 다르다는 것. 일단 활동적이기도 하거니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몸을 거울로 보면서 ‘아, 이 정도면 자기 관리 잘 하고 살았구나’ 뿌듯해진다고 했다. “운동화까지 신고 나면 가끔은 마치 스포츠 브랜드의 모델이 된 것처럼 기분이 좋아져요.”

운동복 패션으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모델 지지 하디드와 켄달 제너에 패션피플들이 열광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은 그저 단색 레깅스에 배꼽이 보이는 톱을 입었을 뿐인데도 최고의 패셔니스타로 꼽히는데, 이는 ‘건강한 몸 자체가 럭셔리’라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종종 운동복 매니어들 사이에서 단순한 검정색 레깅스 하나를 두고도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공방이 펼쳐진다. ‘몸을 잡아준다’ ‘몸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등 각자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최고로 꼽기 때문이다.



거리에서 입을 땐 허리에 후드점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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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사동 룰루레몬 매장에 전시된 신상품들. 레깅스는 운동복의 기본이지만 길이와 소재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사진 임현동 기자]

운동복이 패션으로 흐른 건 처음이 아니다. 1980년대 에어로빅 바람이 불었을 때를 거슬러 가보자. 머리에 널찍한 밴드를 두르거나 바지 위에 레그워머를 한 차림을 거리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금은 그 정도가 아니다. 아예 운동복 자체가 ‘애슬레저’라는 거대한 패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가령 2016 봄·여름 컬렉션에서 아크네와 이자벨 마랑의 컬렉션은 마치 스포츠 웨어의 찬양 같았다. 막 운동이라도 하고 온 듯, 메시 소재의 톱과 쇼트 팬츠를 입은 모델들이 런웨이를 점령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지금은 피트니스 클럽 안에서만 입던 운동복을 거리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단, 조금은 ‘예의’가 필요하다. 몇 가지 요령이 있다. 일단 엉덩이 가리기다. 한국의 정서상 LA의 젊은 처자들처럼 레깅스를 입고 짧은 상의를 입는 게 쉽지 않을 터다. 이럴 땐 얇은 후드티를 이용하라는 게 송선민 스타일리스트의 조언이다.

실제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기는 스타일링이기도 하다. 후드점퍼를 허리에 걸쳐 앞은 다리를 길게 보여주고 뒤는 적당히 가리면 된다. 단 점퍼 소재는 무조건 얇은 것을 고르는 게 포인트다. 또 레깅스 위로 속옷 라인이 보일까 걱정된다면 검정·흰색 등 무채색이지만 무늬가 있는 제품으로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상체를 가리는 건 레이어드가 답이다. 탱크톱에 흰색·회색 등 모노톤 티셔츠를 덧입거나, 형광색과 회색 러닝티를 두 개 겹쳐 입어도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걱정을 피할 수 있다.

가수 제니퍼 로페즈의 스타일링을 담당하는 로브 잔가르디의 제안은 좀 더 고수급이다. 할리우드 스타들처럼 레깅스에 바이커 재킷 같은 짧은 상의를 덧입고 요즘 유행하는 미러 선글라스로 화려함을 연출하는 것. 그는 애슬레저룩의 스타일링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무조건 생기 있게, 그리고 매끈하게.” 운동화와 화장기 없는 얼굴은 여기에 필수다.



글=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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