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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인사이트] 매년 발생하는 녹조, 대책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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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전국의 강과 호수에 초록빛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녹조가 번지고 있다. 낙동강 창녕함안보에는 지난 24일 조류경보제에 따른 ‘경계’가 발령됐고, 강정고령보 구간에는 지난 9일부터 ‘관심’ 단계가 발령 중이다. 영산강에서도 승촌보와 죽산보에 '관심' 단계가 발령돼 있다.

매년 발생하는 녹조이지만 올해는 유난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달 하순부터 한 달 이상 폭염이 이어지고 있고, 8월 들어 전국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은 탓이 크다. 8월 강수량은 예년의 10% 정도다. 하지만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4대강에 설치된 보를 녹조 발생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녹조 문제는 시각적으로 보기 좋지 않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녹조가 발생하면 하천과 호수에 사는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등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 녹조로 인한 수돗물 오염을 우려해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수돗물 정수처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전국 주요 상수원에서 해마다 반복되는 녹조의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게 시급하다.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야 그에 맞는 처방, 해결책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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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의 원인은 무엇인가
여름철 녹조(綠潮)를 일으키는 것은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 혹은 남조류라고 불리는 작은 생물이다. 세균과 마찬가지로 세포 내에 핵이 없는 원핵(原核)생물이다. 광합성을 하는 이들은 햇빛이 강하고 수온이 높으면 잘 자란다. 폭염이 심한 올 여름 이들이 잘 자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들이 자라기 위해서는 햇빛뿐만 아니라 질소·인 같은 영양분도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진행하면서 하수처리장 방류수에 포함된 인을 제거하기 위해 별도의 투자를 진행했다. 보를 건설할 경우 강물의 체류시간이 증가하면서, 즉 물의 흐름이 정체되면서 녹조의 발생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이후에도 환경부는 매년 수질개선 사업에 3조~4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덕분에 낙동강의 경우 물속 인 농도가 4대강 사업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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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폭염이 없으면 녹조가 발생하지 않을까. 실제로 낙동강과 한강 등에서는 폭염이 심하지 않은 해에도 녹조는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체류시간이 길어지면 인을 흡수·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인 농도가 줄어들어도 녹조는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녹조를 일으키는 시아노박테리아의 경우 성장에 필요한 조건이 잘 갖춰지면 이틀마다 두 배로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아노박테리아가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에서 물의 체류시간이 늘면 그만큼 시아노박테리아의 개체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보에 의해 강물의 체류시간이 10일이면 개체수가 2의 5승, 즉 32배로 늘어난다. 체류시간이 20일이면 개체수가 1000배 이상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녹조가 심하다는 것은 녹조를 일으키는 시아노박테리아 개체수가 많다는 이야기이고, 결국 녹조 발생에 있어서 체류시간이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2014년 국무총리실에서 운영했던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에서도 “하수의 인 제거는 수질을 개선에 도움이 됐으나, 보와 준설에 의해 물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것은 수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에서는 녹조 발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에서 메조코즘(mesocosm)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메조(meso-)는 ‘중간 크기’, 코즘(-cosm)은 ‘세상’이라는 뜻이어서, 메조코즘은 결국 ‘축소한 자연’이란 의미다. 실험실 내의 인위적인 조건이 아니라 낙동강 현장의 빛과 온도 조건에서, 질소·인과 같은 영양분 농도를 바꿔가면서 시아노박테리아의 성장을 관찰하게 된다. 연구팀은 지름 1.2m, 높이 2m의 투명한 플라스틱(폴리에틸렌) 자루 12개를 강에 띄워놓고 여기에 강물을 채워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실험에서 정작 체류시간의 영향을 조사하는 실험이 빠졌다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보와 체류시간과 녹조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체류시간의 영향을 분석하려면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환경과학원의 설명인데, 그렇다면 시간과 예산, 인력을 더 투입해서라도 체류시간 영향을 조사해야 할 것이다. 한쪽 눈을 가린 채 문제를 들여다보면 올바른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

◇녹조, 어떤 피해를 가져오나
녹조 자체는 자연 현상이다. 시아노박테리아도 자연계에 오래 존재하던 생물이다. 우리가 지금 호흡하는 산소도 따지고 보면 과거 시아노박테리아가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 놓은 산물이다. 24억5000만 년 전 지구 대기에 산소가 축적되기 시작한 것도 시아노박테리아 덕분이다.
하지만 하천과 호수에 녹조가 심각하게 발생하면 생태계에 문제가 된다. 광합성을 활발하게 하면 중성을 띠어야 할 하천과 호숫물이 pH 9 안팎의 알칼리성으로 바뀐다. 수중생물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밖에 없다.

시아노박테리아가 하천과 호수에서 대대적으로 번식하더라도 무한정 자랄 수는 없다. 영양분이 고갈되면 사멸하기 시작하고, 사멸된 시아노박테리아는 강과 호수 바닥에 가라앉는다. 바닥에서는 사체가 다른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데, 이 때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가 소모된다. 녹조가 심하게 발생했다가 소멸되면 강바닥의 산소가 고갈될 수도 있다. 실제로 보 건설로 인해 수심이 6~10m로 깊어진 낙동강에서는 강바닥 산소가 고갈되기도 한다. 산소가 고갈되면 물고기는 살아갈 수가 없다.

시아노박테리아가 번성하면 악취가 발생한다. 흙냄새 같은 것으로 지오스민(Geosmin)이나 2-MIB가 원인물질이다. 수돗물에서도 악취가 발생할 수 있는데, 오존으로 산화를 시키거나 활성탄으로 걸러내면 제거된다.

시아노박테리아 중에는 독소를 생성하는 것도 있다. 시아노박테리아의 일종인 아나베나(Anabaena) 일부는 신경독소인 아나톡신을,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 가운데 일부는 마이크로시스틴이란 독소를 생성하기도 한다. 일부 외국에서는 시아노박테리아가 심하게 번식된 연못물을 방목하던 가축이 마시고 폐사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수돗물의 경우 제대로 정수처리만 하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일반적인 정수처리에다 활성탄을 투입할 경우 이들 독소의 98~100% 제거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녹조를 일으킨 시아노박테리아가 독소를 생성하는 종류인지, 정수과정에서 독소가 제대로 제거되는지는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반면 시아노박테리아가 생성한 독소에 노출된 민물고기를 직접 섭취할 경우 사람도 독소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 경우에는 강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에게는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4대강 보의 물 계속 확보해야 하나
이명박 정부는 수자원 확보를 위해 4대강에 16개의 보를 건설했다. 하지만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는 4대강 사업을 전후해 4대강에서 취수량이 늘어난 것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물이 필요한 곳과 물을 모아놓은 곳의 위치가 달라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송수관로가 설치돼 있지 않아 지난 해와 올해 초 가뭄에서도 별로 활용이 되지 못했다.

지난해 가뭄이 계속되자 정부는 금강과 충남 보령댐을 연결하는 21㎞의 도수로를 건설했다. 625억 원을 들인 이 도수로는 올 2월 22일에 완공됐고, 한 달 정도 사용한 뒤인 3월 18일 운영을 중단했다. 이는 무엇보다 식수가 부족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아니면 다량의 전력을 소비해 가면서 물을 공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전력을 사용할 경우에는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와 함께 금강에서 보령댐으로 물을 공급한다 하더라도 굳이 보가 없어도 공급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4대강 사업의 보 건설로 7억 톤의 수자원을 확보했다지만 실제 활용되는 양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쓰이지도 않는 농업용수를 위해 보에 물을 채워두는 것보다 수문을 상시 개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환경단체에서는 더 나아가 보를 허물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세우고 있다. 녹조 발생뿐만 아니라 물고기의 이동을 막는 등 하천 생태계를 단절시키고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보를 해체하는 것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보 해체 과정이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보 하나를 허무는 데도 200억~30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명확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녹조 발생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이 먼저다.

◇녹조 대책은 없나
이미 발생한 녹조를 제거하거나 녹조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기술들은 여러 가지 개발돼 있다. 밤껍질에서 추출한 타닌(Tannin) 성분과 광물질인 제오라이트를 섞은 액체 조류 제거제도 개발돼 있다.

태양광 물 순환장치도 있다. 수면에 소형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여기서 얻은 전기로 프로펠러를 돌려 물을 순환시키는 장치다. 저층의 차가운 물을 표층으로 끌어올려 녹조 생물의 성장을 억제하고 녹조 자체도 희석시키는 방법이다. 전기분해 방식으로 녹조를 제거하는 기술도 있다. 녹조가 발생한 강물을 끌어들인 다음 약한 전류를 흘려보내 녹조가 뭉치게 하고 이를 걸러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경제성이 문제다. 작은 연못 등에 적용할 경우 효과가 뛰어나지만 드넓은 4대강 본류에 이런 기술을 적용하려면 엄청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엄청나게 투자를 하더라도 원하는 효과를 거둘 지도 미지수다.

지난 16일 한국수자원공사에서는 낙동강의 녹조 피해를 줄이기 위해 ‘펄스 방류’를 실시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13시간 동안 경북 칠곡보에서 경남 창녕함안보까지 5개 보 수문을 열었다. 초당 900톤씩 총 3400만톤의 물을 흘려보냈다. 합천댐에서도 수문을 열고 총 900만톤의 물을 방류했다. 하지만 찔끔찔끔 방류를 해서는 지금의 녹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녹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보의 수문을 상시 개방하든지, 하수처리장 등을 통해 하천에 들어가는 질소·인 오염을 줄여야 하든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14년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는 영산강 등 일부지점에서는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보의 수문을 상시 개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보에 저장한 수자원을 계속 확보하겠다면 하수처리장 등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투자를 확대하지 않으려면 수문을 열고 이미 확보해 놓은 수자원을 포기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그렇지만 녹조는 자연생태계는 물론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녹조 발생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언제까지 녹조가 되풀이 되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다. 우리 민족의 젖줄이자 역사 자체인 한강과 낙동강, 금강, 영산강이 녹조에 뒤덮이도록 방치한다는 것은 과거를 잃는 일인 동시에 후손들의 미래까지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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