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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이냐, 난로냐…깊어지는 이주열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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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총재. 김형수 기자

혹한(酷寒)과 폭서(暴暑)가 공존해 에어컨을 들일지, 난로를 들일지 판단하기 어려운 특이한 상황입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 목표치(현 기준금리)를 4.25%에서 4%로 낮췄던 2003년 5월 14일. 박승 당시 한은 총재는 금리인하 결정을 전하면서 유명한 한 마디를 남겼다. 혹한은 경기침체, 폭서는 부동산 시장 과열을 비유한 단어였다. 자연스럽게 에어컨은 경기 부양을 이끌 수 있는 금리인하, 난로는 부동산 시장 과열양상을 해소할 수 있는 금리인상을 뜻한다.

한 해 전인 2002년에만 해도 7%에 달했던 경제성장률은 2003년 들어 현저한 둔화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그 해 경제성장률은 2%대로 곤두박질쳤다. 당시 한은은 경기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당시 기준으로는 낮은 금리 수준을 유지했지만 기업들은 좀처럼 투자에 나서지 않았고 경기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저금리 덕택에 시중에 풀린 돈은 부동산 시장으로 속속 유입됐다. 집값은 뛰었고 부동산 시장은 과열 양상을 보였다. 결국 그 해 10월 29일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기본이 됐던 10·29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물론 25일 발표된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을 10·29 대책과 비교하기는 민망하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등 부동산업계에서는 생각만 해도 아찔한 초강수들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때와 유사하다. 경기 회복을 위해 한은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1.25%까지 낮췄지만 경제성장률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주택담보대출을 필두로 한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위험수위에까지 도달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 전 총재는 부동산 시장 과열 우려에도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난로가 아닌 에어컨을 선택한 것이다.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박 전 총재의 판단이 옳았던 것인지, 이듬해 경제성장률은 4.6%로 회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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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김상선 기자

이주열 현 한은 총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시장에서는 한은이 한 차례 더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0.7%에 그쳐 올해 목표치인 2.7% 달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총재도 지난달 금리동결 결정을 내린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리가 실효 하한선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정책 대응 여력이 소진된 것은 아니다”고 말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문제는 가계대출이다. 정부의 여신가이드라인 등 정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7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6조3000억원으로 올 들어 가장 많았다. 또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2금융권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풍선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2분기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10조4000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여기서 금리를 더 낮추면 가계대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계속 유입돼 거품이 더 커질 수 있다.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서고, 부동산 시장 거품이 꺼지면 가계대출을 받은 가계는 큰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경기 회복은 요원해진다.

25일 발표된 가계부채 대책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다행이지만 벌써부터 대책의 강도가 약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에어컨이냐, 난로냐. 이 총재의 고민은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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