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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남과 북 거쳐 시베리아로, KTX는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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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행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출발점인 블라디보스토크역. 부산을 출발한 KTX가 이곳을 거쳐 시베리아를 향해 달리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사진 김현동 기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난 나의 옛 독자는 10여 년을 러시아에 체류한 현지인답게 그 동안 만발했던 한국의 꿈이 ‘말 잔치’로 변해가던 과정을 슬렁슬렁 이야기했다. 길이 생기면 사람과 물자가 가고, 마음이 가고, 함께 살아갈 궁리가 열린다. 남북 철도 연결을 전제로 하여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KTX 고속철도로 바꿔준다면 문은 활짝 열릴 것이다. 푸틴의 동방정책은 경제제재와 원유가 하락으로 장애에 부닥쳤고, 극동 러시아 개발은 난관에 봉착했다. 이때가 한국에는 기회라 한다면 타자의 불운을 활용하는 것 같지만 바꿔서 생각해 보면 서로 돕고 상생한다는 일은 사람살이에서 가장 좋은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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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횡단철도(TSR) 승객과 화물의 주요 거점으로 러시아 극동부의 수도인 하바롭스크의 항구.

그도 두만강 하구 개발에 관해 자세히 알고 있어서 한반도 철도와 시베리아 철도의 연결이 코리아와 유라시아 대륙이 활성화되는 데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했다. 그는 현재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의 젊은이들이 일거리가 없어 부랑자가 돼 거리를 배회하고 감옥에도 넘쳐난다고 했다. 북한 노동자들은 월 300달러의 저임금으로 건설 공사장이나 벌목장에서 일한다. 고속철도가 실현되면 현재 모스크바까지 1주일 걸리는 여정을 단 이틀로 단축시킬 수 있으며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는 물류와 사람이 한 영역으로 좁혀질 것이다. 철도의 연결은 자연스럽게 시베리아 가스의 한반도 유입으로 이어질 것이다.

황석영의 연해주일기 ②

길 생기면 함께 살 궁리도 열린다
한반도와 대륙이 서로 통하고
유라시아와 알타이 연합 만나면
막대한 지하자원 가진 시장 생겨
남북 분단 넘어선 신문명 태동

북도 군사적 모험주의 그만두고
남도 더 이상 분단 이용 말아야

두만강 하구 개발에 대해서는 연해주 변강 자치주가 강력하게 반대를 하고 있다. 그곳이 개발되면 블라디보스토크와 나훗카 등 항구가 몰락할 뿐만아니라 시베리아 횡단철도도 타격을 받게 될까 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두만강에서 바로 중국을 거쳐 중앙아시아-유럽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들을 잘 따져보고 코리아, 중국, 러시아 삼자가 윈윈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나는 극동연방대학에서 있었던 세미나에서 러시아 극동개발부의 젊은 연구원이 지적한 말을 잊을 수 없다. 두만강 하구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 측이 적극적이었던 데 반해 결국 한국 측은 북핵을 빌미로 중단해 버렸고, 연구원은 이를 ‘주권국가답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북과의 관계 변화와 개발에의 참여를 스스로 결정해서 하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주권국가인 한국이 러시아에 와서 북핵 문제에 협조해 달라는 말은 하지 말라고도 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에 블라디보스토크의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리는 동방 경제포럼에 참가해 내놓을 화두를 미리 지적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나는 재야의 몇몇 벗들과 함께 2006년부터 ‘알타이 연합’에 열정을 갖고 수십 차례 몽골을 방문했고, 온갖 비난과 오해를 무릅쓰고 이명박 정부에 이를 제안했으며, 그의 중앙아시아 방문 길에 동행하기도 했었다. 2009년 12월 서울에서 한국, 몽골, 중앙아시아 5개국 인사들이 모여 경제·문화 협력에 관한 타당성을 검토하는 포럼을 가졌고, 이듬해인 2010년 8월에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초원문화제를 열고 그 자리에서 ‘알타이 문화·경제 연대’를 발족할 것을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이 자리에서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 대표들은 남북한과 몽골이 먼저 연합을 이루면 자기네도 중앙아시아 5개국 연합을 엮어 이에 합치할 수 있다는 적극적 의사를 표명했다. 방한했던 몽골 측 인사는 대통령 비서실장 돌릭자브, 민주당 고문이며 국가정책위원장인 바바르, 인민혁명당 당비서 바르스볼드가 참여했다. 몽골 대통령 비서실장인 돌릭자브는 동몽골 개발을 한국 정부에 요청하는 내용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식화했고, 연이어 청와대에서 한·몽 비서실장이 회동해 내용을 재차 확인했다. 2010년 1월 한국 초청으로 세미나에 참석했던 몽골 측의 하가, 바바르 등 기획의 당사자들은 한국 측 고위 인사들과 만났는데 그들은 현재 북한을 제재 중이라며 몽골과 북한의 관계에 대해 엄중 경고했으며, 몽골 측은 몹시 당황했다.

이미 앞서 2009년 8월에 현대의 현정은 회장이 북에서 김정일과 면담하고 관계복원에 대한 의사 표명이 있은 뒤여서 남북 정상회담까지도 예상하고 있던 차에 정부의 방침이 급선회했다는 징후를 느꼈다. 2010년 2월 청와대는 울란바토르 초원문화제와 세미나에 북한의 참가를 취소할 것을 통보해 왔다. 당시에 북한은 우리 기획에 적극 찬동해 몽골 대사를 교체하고 초원문화제와 세미나에 150여 명의 인사를 보내기로 몽골 정부에 통고한 상태였다. 4월에 천안함 사건이 터지면서 남북관계는 가차없이 동결된다. ‘알타이 문화재단’은 일체의 행사에서 빠지기로 하고 사무국 인원과 개별적 초청 인사들로 소수화해 ‘울란바토르 포럼’으로 행사를 변경해 마무리했으나 남북한, 몽골, 중앙아시아 나라들과의 협의사항은 아직도 미해결의 과제로 남아 있다.

협의가 좌절된 뒤 이명박 대통령은 몽골 중앙아시아 지역을 재방문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따로 같은 지역을 순회 방문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푸틴 당시 러시아 총리도 같은 지역을 순방하고 나서 ‘유라시아 연합’을 뒤늦게 제안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바로 극동 시베리아와 동몽골 프로젝트는 순차적으로 아니면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그리고 알타이 지역은 지난 세기에 소련 연방에 소속되었던 곳이며 몽골, 중앙아시아 나라들의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경계심은 한국이 끼어들면서 유연하게 해소될 수 있다. 동북아 전문가들의 견해에 의하면 이들 알타이 권역 나라들 이외에 미국, 일본은 물론 ‘철의 실크로드’ 기획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국제아시아은행 안을 내놓고 있는 중국과 더불어 협력할 수 있는 ‘국제적 컨소시엄의 기구화’ 문제에 대해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라고 한다. 4대 강이나 자원외교 등으로 허비한 재원에 비하면 그보다 훨씬 적은 자금으로도 이렇듯 획기적인 사업을 해낼 수 있다.
 
▶관련 기사 [단독] 갈라진 한반도를 넘어오라…하산의 들녘은 우리에게 속삭였다

유라시아·알타이 연합이 가시화된다면 이는 태평양에서 카스피해에 이르는 유라시아 대륙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영역이며, 세계 최대의 지하자원과 3억 인구가 포괄되는 아직 세계경제에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우리는 서구와는 다른 방법으로 이들 미개척지를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전쟁과 대립이 아니라 상생 협력의 땅으로 동북아를 바꾸려는 노력이 바로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세계관이 돼야 한다. 이것은 그야말로 한반도의 분단과 통일을 넘어서서 신문명을 이룩하는 통 큰 기획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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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북도 변해야 하고 남은 더욱 변해야 한다. 북쪽은 이제 더 이상 군사적 모험주의에 기대지 말고 평화를 통해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보다 유연하고 현실적인 노선을 선택해야 할 것이며, 남쪽은 시대에 뒤떨어진 종북 타령을 그치고 더 이상 파당적 집권을 위해 분단을 이용하지 말아야 하며, 한반도 정세를 외세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10년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고 상황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기회를 잃어야 할 것인가.

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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