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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몽골 초원 얼려버린 ‘눈의 여왕’…블록버스터와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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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을 동양적으로 재해석한 국산 애니메이션 ‘카이’. 눈의 여왕에 맞서는 유목민 소년 카이의 모험담을 담았다. [사진 메가박스 플러스엠]

몽골의 광활한 풍경과 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이 만났다. 현재 상영 중인 국산 애니메이션 ‘카이:거울 호수의 전설’(이하 ‘카이’) 얘기다. 용감한 유목민 소년 카이(김영은)가 초원마을을 얼려버린 사악한 눈의 여왕 하탄(강진아)에 맞서 어린 시절 잃어버린 동생 샤므이(박고운)와 마을을 구하는 모험극이다. 안데르센 동화의 동양적 재해석이다.

‘카이:거울 호수의 전설’ 이성강 감독
사악한 여왕과 싸우는 소년의 모험
안데르센 동화를 동양적 판타지로
“9년 전 기획 했지만 투자자 못찾아
연상호 감독이 제작 맡아줘 완성”

‘카이’는 지난 10여 년 국산 애니메이션을 이끌다시피 해온 두 사람이 감독과 제작자로 의기투합해 완성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2007년 48만 관객을 동원한 ‘천년여우 여우비’(이하 ‘여우비’)의 이성강(54) 감독이 연출을 하고, 1000만 영화 ‘부산행’(7월 20일 개봉)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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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를 만든 이성강 감독. [사진 라희찬(STUDIO 706)]

할리우드의 거대자본 애니메이션에 비하면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 여건은 상대적으로 척박하다. 그럼에도 이들이 돈키호테처럼 애니메이션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이성강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의 애니메이션 연출 전공 교수이기도 하다. 그의 속내를 물었다.
 
‘여우비’ 이후 9년 만이다.
“‘여우비’ 개봉 직후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투자사를 찾지 못했다. 3~4년이 훌쩍 지나가더라. 그 와중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013), 러시아 애니메이션 ‘눈의 여왕’(2012) 등 비슷한 모티프의 외국 작품들이 나왔다. ‘내가 운이 없구나’ 생각하며 제작을 포기했는데 연상호 감독이 자기가 제작을 맡겠다고 나섰다. 2014년이다. 그 때부터 작업이 본격화됐다.”
서양 동화 『눈의 여왕』을 동양적 판타지로 변주했는데.
“한국적 소재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얘기를 하고 싶었다. 2006년 말 몽골을 답사했는데 광활한 초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눈의 여왕』을 동양적 판타지로 재해석하기 위한 최적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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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비’(左), ‘마리 이야기’(右).

외로움 등 캐릭터 내면의 정서를 묘사하는 데 집중해 독특하다.
“‘마리 이야기’(2002) ‘여우비’와 ‘카이’ 모두 외톨이 이야기다(웃음). 결핍을 안고 있는 대상이 스스로를 채워가는 과정 자체가 흥미롭다. 홀로 된 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어루만지려는 태도가 지금 한국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카이의 제작자로 나선 연 감독은 “평소 이 감독의 작품을 좋아했다.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길 전해 듣고 제작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독특한 판타지 세계 안에 동심을 담아내는 이 감독의 작품을 계속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덧붙였다.
 
제작자 연상호와의 작업은 어땠나.
“직접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온 사람이다 보니 그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남다르다. 가장 중요한 건 연 감독이 애니메이션을 사랑한다는 점이다. 솔직히 그의 추진력이나 치밀한 성격을 보며 ‘제작자가 더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웃음).”

국산 애니메이션의 제작환경은 녹록지 않다. 2011년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오성윤 감독)이 220만 관객을 동원했지만 예외적인 경우다.
 
돈 얘기를 해보자. ‘여우비’의 순제작비는 20억원이었는데 ‘카이’는 7억원에 불과하다. 이런 저예산으로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할 수 있나.
“‘여우비’와 ‘카이’를 만들며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우선 저예산으로 제작할 수밖에 없는 국내 시장을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 그런 다음 어떻게 해서라도 제작비는 최대한 낮추고 작품 완성도는 높여야 한다. 쉽지는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해 작품이 지속 생산되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번번이 ‘카이’ 제작을 거절당해도 작업실에 돌아와 정작 만들고 싶은 단편들을 만들었다”고 했다. “단편 작업이 위로이자 힘”이었단다. 이 감독의 차기작 역시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도 연 감독이 제작을 맡는다.

연 감독은 “덩치큰 영화들이 여름 극장가에 대거 개봉하지만 어린이 관객을 위한 작품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은 꾸준히 나올 것이다. 화려한 외국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한국 애니메이션 만의 정서에 관객들이 더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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