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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안타 박용택, 나를 키운 건 ‘야동’

공자는 서른 살을 ‘이립(而立)’이라고 했다. 학문의 기초를 세웠다는 뜻이다. 프로야구 LG 박용택(37)이 딱 그렇다. 누구보다 야구 공부를 열심히 하는 그는 서른 살이었던 2009년 타격왕(0.372)에 오르며 야구의 꽃을 피웠다. 이후 매년 3할 타율 이상을 기록했고, 올해는 타격 5위(23일 현재 0.348)를 달리고 있다. 별명이 많아 ‘별명택’으로 불리는 그는 최근 별명 하나를 추가했다. 지난 11일 프로 통산 2000안타를 때려내 ‘이천택’이 된 것이다. ‘이천택’을 넘어 ‘삼천택’을 꿈꾸는 박용택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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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6번째로 개인 통산 2000안타를 달성한 박용택. 프로 15년차인 그는 리틀야구 선수들의 영상까지 보면서 타격폼을 연구한다. [사진 오상민 기자]

양준혁(47) 해설위원은 “나는 후배 이승엽(40·삼성)에게 배웠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1999년 54홈런을 날린 이승엽이 외다리 타법을 버리고 새 폼을 찾는 걸 보고 놀란 것이다. 양준혁은 “이승엽을 보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떨쳐낼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리틀야구·빅리그 동영상 분석
매년 타격 폼 바꿔 8년 연속 3할
김광림·김성근·김용달 ‘3김 스승’
20대 시절 함께 하며 타격 눈 떠
15년간 응원해 준 팬들에게 감사
올 가을 유광점퍼 입게 해드릴 것

이승엽 만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타자가 박용택이다. 박용택은 “타격 자세는 1년 단위로 바꾸는 게 아니다. 준비 자세는 날마다 바꾸기도 한다. 훈련 때 느낌에 따라 조금씩 수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틈나는 대로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을 본다. 박용택은 “야동(야구 동영상)을 아주 좋아한다. 리틀야구부터 메이저리그까지 다 본다”며 “그런데 내가 예전에 쳤던 영상은 보지 않는다. 내 몸이 예전과 다르고 상대하는 투수도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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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보기엔 우스꽝스럽게 보일지라도 박용택은 반드시 실행해 본다. 방망이 대신 테니스 라켓을 들어보기도 한다. 최근의 ‘만세 타법’이 그런 경우다. 지난 시즌 말부터 박용택은 공을 때리는 순간 왼손을 놓기 시작했다. 양준혁이 썼던 자세다. 양손 힘으로 타격할 때보다 파워가 줄어들었지만 왼손을 덮어치면서 정확성이 떨어지는 걸 방지했다. 박용택은 “당연히 양준혁 선배의 자세를 참고했다. 내 몸에 맞게 조금 고쳤는데 요즘은 또 폼이 달라졌다”며 웃었다.

박용택은 세 스승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 고려대 시절 인스트럭터였던 김광림 NC 타격코치, 신인 시절 사령탑이었던 김성근 한화 감독, 그리고 가장 부진했을 때 만난 김용달 전 LG 코치다. 박용택은 “대학 3학년 때 배트가 알루미늄에서 나무로 바뀌었다. 김광림 코치님과 함께 죽어라 훈련했다. 특히 왼손타자가 3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타구를 밀어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2년 LG 입단 후엔 김성근 감독님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자정 넘어서도 방망이를 휘두르다 뻗는 게 일상이었다”고 회상했다. 박용택은 이어 “(2007~08년) 김용달 코치님과는 많은 논쟁을 벌였다. 폼을 바꾸면서 성적도 나빠졌지만 그 과정에서 내 기술이 향상됐다”며 “그 분들과 20대를 보낸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못하겠다. 나이가 들었으니까”라며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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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은 1번 타자부터 6번 타자까지 다 해봤다. 콘택트 능력이 좋은데다 파워도 좋고, 발까지 빠르기 때문이다. 2005년에는 4번 타자로는 처음으로 도루왕(43개)까지 차지했다. 박용택은 “잠실구장과 싸움을 한 거다. 넓은 야구장에서 경쟁력 있는 타자가 되기 위해 생각을 많이 바꿨다”며 “요즘 두산과 경기할 때 1번부터 9번까지 유심히 본다. 9명이 다 다르다. 자신만의 색깔로 잠실에 적응한 선수들”이라고 덧붙였다.

23일까지 박용택이 때린 통산 2013안타는 모두 LG 유니폼을 입고 기록했다. 팀 선배 이병규(42·등번호 9)가 갖고 있는 단일 팀 최다안타(2042개) 기록을 곧 넘어설 전망이다. LG 팬들이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용택은 LG의 ‘유광 점퍼’라는 말을 유행시킨 주인공이다. L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팬들이 가을철에 번쩍거리는 점퍼를 입고 응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이었다. 현재 6위인 LG는 4위 SK를 0.5경기 차로 쫓고 있다. 박용택은 “올 시즌은 끝날 때까지 순위싸움을 할 것 같다. 팬들이 유광점퍼를 입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마음은 똑같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박용택은 “야구를 더 오래, 더 잘하기 위해서 항상 노력한다. 젊었을 때보다 여러 가지를 절제하고 있기 때문에 5~6년 정도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 3000안타도 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박용택은 변신을 거듭할 것이다.

글=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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