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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글로벌 위어딩’과 속수무책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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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철
논설위원

이번 여름, 참으로 길고 덥다. 하지만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도 북부 라자스탄주는 지난 5월에 벌써 섭씨 50도를 기록했다. 중국 북부의 이상 고온은 한반도 폭염에 큰 영향을 미쳤다. 북극 얼음은 관측사상 최저로 줄었고, 월별 지구 기온은 사상 최고를 기록하기 일쑤다. 이상 기후가 꼭 더운 쪽으로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 캘리포니아엔 지난 5월 때아닌 폭설이 내렸다. 영국은 수년째 이상 저온을 겪기도 했다. 그래서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란 용어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난화에 따른 날씨 교란이 꼭 기온 상승 쪽으로만 체감되진 않기 때문이다.

가정의 에어컨 가동을 과소비로 보는 인식으론
온난화 대응, 탈탄소 경제 변신 모두 어려워


대안으로 나온 말이 ‘글로벌 위어딩(global weirding)’이다. 괴이할 정도로 지구 기후가 변덕을 부린다는 뜻이다. 지역과 계절에 따라 때론 고온, 때론 저온으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온난화의 파장을 보다 잘 설명한다. 미국 로키산맥재단의 공동설립자인 헌터 로빈스가 처음 주창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자주 인용해 일반화되는 중이다. 삼한사온이 사라진 겨울철 날씨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실 온난화든 위어딩이든 용어는 큰 상관이 없다. 지구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게 중요하다. 그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게 애매한 중위도에 자리 잡은 한반도다. 20세기 후반 50년 동안 한국의 연평균 기온은 평균 0.23도 올랐다. 2001년 이후 10년간은 0.5도나 뛰었다. 해수면 상승률도 지구 평균인 연 1.4mm보다 두세 배 높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금세기 말 온실가스 농도가 지금의 두 배가 되고,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은 3도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반도엔 35도가 아닌 40도 폭염이 엄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상 기온이 여러 번 반복되면 일상이 된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대응과 적응이다. 대응은 적극적 행동이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발전소와 공장 굴뚝, 자동차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하는 일이 여기에 속한다. 적응은 참고 견디는 소극적 행위다. 더우면 에어컨을 더 켜고 추우면 난방을 더 하면 된다. 물론 어느 한쪽만으론 안 된다. 온실가스 총량을 최대한 줄이면서도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불편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당연히 그 역할은 정부의 몫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과 적응은 모두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지난해 12월 파리기후회의에 참여했던 한 인사의 경험담. 우리 정부가 “2030년 예상 배출량에서 37%를 줄이겠다”고 밝히자 옆에 있던 유럽 관계자의 얼굴에 냉소가 어렸다. 유럽은 1990년 배출량의 40%를 줄이기로 했다. 그들이 보기엔 한국의 계획은 감축하기 싫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을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개발도 후진국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비율은 0.8%다. 덴마크(47.9%) 같은 나라는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7%)에 턱없이 못 미친다.

그렇다고 적응에 대한 인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폭염만큼 뜨거운 가정용 전기 누진제 논란만 봐도 그렇다. 이번 무더위는 그야말로 숨이 턱 막히는 수준이었다. 낮에 밖에 나가기가 무섭고 밤잠을 이루기 어려웠다. 큰맘 먹고 에어컨을 켠 국민들은 전기료 폭탄을 걱정해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하루 세 시간만 켜면 괜찮다”며 염장을 질렀다. 달라지는 기후에 국민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얘기한다. 문화융성을 주창하고 4차 산업혁명에 뒤처져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탄소경제의 고정관념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중화학공업 중심의 제조업과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가 경제의 근간이라는 믿음이다. 세계경제의 성장동력이 어디에서 나오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탈탄소, 스마트 경제로 달려 나가고 있는 선진국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인식으로 과연 글로벌 선도자가 될 수 있을까.

나현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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