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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가습기 피해배상 중재 뒷짐진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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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영
산업부 기자

한 달 전 환경부에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관련, ‘비밀 회의’가 열렸다. 1, 2등급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 등 3개 업체 관계자가 참석했다. 가장 많은 피해자(사망 70명·상해 107명)를 낸 옥시는 영국 본사 관계자도 자리했다. 그만큼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회의 참석자는 “아무런 결론도 못내리고, 다음 회의 날짜도 정하지 못한채 회의가 끝났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 18일 환경부가 35명을 피해자로 추가 인정(3차 판정)하면서 지금까지 총 256명이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사망했거나 상해를 입었다. 배상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옥시는 지난 7월 독자적인 배상안을 내놓았다. 사망 위자료(최고 3억5000만원)와 영유아·어린이 사망, 중상의 경우 위자료를 포함해 10억원을 지급한다고 했다.

피해자 상당수는 한 제품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여러 제품을 섞어 쓴 중복 사용자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피해자 중에 70%가 다른 회사 제품을 함께 사용한 걸로 나왔다. 다른 업체도 사정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입장에선 여러 제품으로 피해를 봤는데 한 군데서만 배상을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피해자 배상 문제가 이처럼 복잡하기에 환경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이날 회의에서 옥시는 이미 마련된 배상안을 토대로 피해자에게 우선 위로금을 지급한 뒤 중복 사용자에 한해 나머지 업체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른 업체들은 배상액은 나중에 정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에 따라 배상하자는 방안을 내놓았다. 어떤 게 더 타당하든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고민을 함께 해야 맞다. 적극적으로 중재를 하면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가습기 살균제 문제와 관련, 환경부가 보인 반응은 책임회피였다. 이날도 그랬다. 사실상 배상안 마련부터 기준 설정까지 업체가 알아서 하라고 손을 뗀 것이다. 업체들 사이에서 “이러려면 모아놓고 회의는 왜 했나”는 말이 나온다. 다음 회의는 언제 열릴지 기약도 없다.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불거진 게 2011년이다. 환경부 윤성규 장관은 사과 한마디 없이 지난 16일 단행된 개각으로 곧 자리를 떠난다. 배상안 합의가 안되면 결국 피해자들은 개별 소송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 한다. 사과를 못하겠다면 최소한 배상이라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그게 환경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다.

장주영 산업부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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