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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술·혼술족 모십니다…순하고 착해진 위스키

위스키는 본디 어두컴컴하고 분위기 있는 바(bar)에서 중요한 사람과 즐기는 고급 술 이미지가 강했다. 가격이 비싼데다 독하기까지 하니 자주 먹거나 혼자 먹기는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최근 위스키가 달라지고 있다. 몸값과 알코올 도수를 낮추면서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위스키 시장이 줄어드는데다 최근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족’과 ‘홈(home)술족’이 늘면서 생긴 변화다. 위스키 업체들은 시장 변화에 발맞춰 가정용 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고 영업망 강화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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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고급술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가격을 확 낮춘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롯데주류는 23일 정통 스카치 위스키를 표방한 스카치블루킹을 출고가(부가세 포함) 1만6005원에 내놓았다. 국산 브랜드 스카치 위스키 중 1만원대 제품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개 묵직하고 각진 형태의 박스 포장에 담긴 것과 달리 일반 박스로 포장했다. 병과 마개도 특별한 장식을 하지 않아 원가를 확 줄였다.

값 비싸고 독해 시장 확장에 한계
다음달 시행하는 김영란법도 악재
도수 낮추고 부담 줄인 값에 내놔
가정용 시장 겨냥 영업망도 강화

롯데주류 관계자는 “병을 예쁘게 만들거나 장식을 하면 다 원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면서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이 실속있게 위스키를 즐기려는 소비자를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위스키 전체 시장은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가정용 위스키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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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내 위스키 시장은 크게 위축된 상태다. 영국의 국제주류연구소(IWSR)에 따르면 2008년 286만 상자(750ml×12병)에 달했던 국내 위스키 출고량은 매년 줄더니 지난해 177만 박스로 쪼그라 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2008년의 감소는 세계금융위기로 인한 것이지만 최근의 시장 축소는 음주 트랜드 변화 때문인 것으로 본다”면서 “회식과 접대가 줄어들고, 집에서 간단하게 혼자 술을 먹는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위스키 판매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가격이 저렴한 제품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알코올 도수를 낮춰 부담 없는 목 넘김과 맛을 추구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저도 위스키들도 10여종이 넘게 시판 중이다. 스코틀랜드위스키협회는 알코올 도수가 40도 미만인 위스키는 ‘스카치 위스키’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위스키라는 이름은 쓸 수 있지만 협회 규정에 따라 증류주(Spirits drink)로 분류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지난해 기준 전체 위스키 시장의 약 30% 가량이 저도 위스키일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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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상품이 지난 5월 골든블루가 국내 최초 화이트 위스키로 선보인 ‘팬텀 더 화이트’다. 보드카나 소주처럼 투명한 빛깔이 특징으로 알코올 도수가 36.5도다. 보드카와 소주를 즐기는 소비자까지 잡겠다는 복안이다. 골든블루는 조만간 꿀을 넣은 ‘팬텀 더 허니’도 출시해 홈술족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내 위스키업계 1위인 디아지오코리아도 지난해 윈저 W 아이스와 레어(35도)를 출시하며 저도 위스키 시장에 뛰어들었다.

업체들은 제품 출시와 함께 영업망도 손질하기 시작했다. 발렌타인 등을 판매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달 11일 조직개편을 하고 가정용 시장을 담당하는 ‘오프-트레이드팀’을 독립 영업조직으로 떼냈다. 영업전무의 직속 부서로 바뀌면서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보고하게 된다. 류화주 홍보본부장은 “혼술족과 홈술족 시장에 어떤 잠재성이 있는지 보겠다는 뜻이 조직개편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골든블루는 조만간 가정용 소비자가 술을 직접 구매하는 시장인 마트 영업 담당조직의 인원을 확충할 계획이다. 손원범 홍보실장은 “9월1일자로 1명을 충원하고 이후에도 인원 보강을 계속할 예정”이라면서 “마트 영업을 강화해 가정 시장을 공략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접대가 사라지면 위스키 시장의 하락세는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이제 가정을 파고들지 않고서는 위스키 업계가 살아남기 힘든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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