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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작가전] 바람결에 흩날리고 강을 따라 떠도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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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사내는 열 살 남짓한 아이를 데려왔다.
 
“인사해라, 새 식구다. 이름은 이무다.”
 
이무는 표독스레 날 노려보았다. 다른 지역에서 온 아이인 듯 피부는 하야말갛고, 눈은 가늘게 찢어졌으며 이름도 특이했다. 그리고 사내가 날 처음 데려왔을 때와 비슷한 작고 마른 아이였다.
 
“형님한테 인사해야지?”
 
사내가 말했다.
 
“형님은 무슨.”
 
이무는 코웃음 치며 고개를 돌렸다. 그날 밤 사내는 여관에서 이무를 품었다. 옆에서 자던 이가 눈살을 찌푸리자 사내가 눈을 부라렸다. 자던 이는 황급히 이불을 뒤집어썼다.
이무는 몇 년 전 나와 체형만 비슷할 뿐 완전히 달랐다.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을 만큼 잇속에 밝았다. 삽시간에 물건 값을 외우더니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알아서 시장 정보를 캐고, 사내한테도 막 대했다.

사내가 왜 이렇게 기운을 못 쓰느냐고 때리면 먹은 게 있어야 힘을 쓰지 않느냐고 악을 썼다. 그럼 그날 밤은 더 맞을지 몰라도 다음 날은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심지어 사내에게 먼저 달려들기도 했다. 사내가 “아서라, 오늘은 기운이 없다.”고 내치기라도 하면 벌써 늙었느냐고 타박하며 사내의 아랫도리를 입으로 물었다.

이무는 주로 들판에서 노숙할 때 자진해서 사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럼 밤새 불을 보는 건 내 몫이었다.

장에 가 내가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사내는 절정에서 끊었다. 그럼 이무가 잽싸게 물건을 집어 내밀었다. 이무는 상대가 얼마나 돈이 있는지, 즉 얼마짜리 물건을 건네면 군말 없이 살지 귀신같이 알았다. 한바탕 물건을 팔고 나면 사람들이 뒷이야기를 물었다.
 
“어쩌긴요……. 두 사람의 야릇한 소리를 들으며, 얇은 겉옷 한 벌에 의지해 밤새 불을 지켰습죠.”

 
내가 이야기를 마치자 사람들이 자지러졌다.

 
“에라, 이놈아!”
 
그날 밤 사내가 거하게 취해 여관에 들어오더니 양털 이불을 집어던졌다. 양털 이불은 냄새가 고약해 노숙할 때 벌레가 꼬이지 않았다.
 
“그냥 사 달라 그러지, 아이고, 이놈아,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날 한 놈만 품고, 한 놈은 추위에 내버려 두는 몹쓸 놈으로 만들어?”
 
사내는 유쾌하게 웃었다. 이무가 살기 어린 눈으로 날 노려봤다. 사내가 이무의 뒤통수를 쳤다.
 
“너도 잘해, 인마, 둘이나 먹여 살리느라 허리가 휜다.”
 
사내는 이무를 끌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이무는 갈수록 필사적이었다. 어디서 그런 기술을 배웠는지 정력이 왕성한 사내조차 혀를 내둘렀고, 장사할 때마다 눈에 불빛이 번득였다. 너무 무리했던 거다. 며칠 안색이 안 좋다 싶더니 길에서 갑작스레 토하며 쓰러졌다.

인가까지 가려면 한참 먼 곳이었다. 나는 이무를 부축했다.
 
“그놈 챙긴다며 그놈 짐이고 네놈 짐이고 간에 나한테 넘길 생각 마라.”
 
사내가 서늘하게 말했다. 내 입담으로 장사가 잘 되고, 이무까지 들어온 후 짐이 늘었다. 나는 겉옷으로 불덩이 같은 이무를 앞에 묶고 이무 짐을 내 짐 위에 얹어 천근같은 발걸음을 옮겼다. 사내는 끝내 도와주지 않았지만 걸음 속도는 늦췄다.
 
간신히 인가에 도착해 여관방에 들어갔다. 짐과 이무를 내려놓고 나니 하늘이 노랬다. 이무는 이불을 덮어 줘도 정신을 못 차리고 온몸을 떨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일으켜 물을 길러 내려가는데 사내가 여관 주인과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내는 근방에 이무를 넘길만한 창가가 있는지 묻고 있었다. 여관 주인은 아픈 놈을 누가 받겠느냐며, 송장 치울 일 없게 당장 나가라고 했다. 사내는 유들유들하게 말을 섞어 가까스로 당장 쫓겨나는 일만 막았다.

물을 길어 방으로 돌아왔다. 하나뿐인 겉옷을 물에 적셔 주워들은 대로 이마며, 겨드랑이, 사타구니를 닦아 열을 내리려 안간힘을 썼다. 사내가 들어와 내 꼴을 보더니 헛웃음을 지었다.
 
“형님 소리 한번 안 한 놈한테 그러고 싶냐?”
 
내가 자란 후부터 사내는 종종 창가에 드나들었다. 나는 사내가 볼일을 마치고 올 때까지 문밖에서 기다리며 짐을 지켰다. 그래서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거기 팔린 아이들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잘 알았다.

창가에 들어간 아이들 반이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죽거나 병들어 버려졌고, 5년을 넘겨 살아남는 아이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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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한 아이라고 오래 버티는 게 아니었다. 창가에서 살아남으려면 이기적으로 굴어서는 안 되었다. 서로를 보살펴야만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남아 자기 발로 창가를 떠날 기회를 얻었다.

아이들은 얻어맞고, 굶고, 구멍만 존재하는 짐승 취급을 당하는 중에 손님과 포주들은 결코 알 수 없는 계기로 특별한 유대를 맺었다. 밑바닥을 기며 맺은 유대는 겪어보지 못한 이는 감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깊었고, 그 깊이로 서로를 지켰다. 자기들 무리 중 한 아이가 아프다 싶으면 앞 다퉈 나서 교태를 부려 손님을 끌며 아픈 아이를 감췄다.

무리를 짠 아이들은 암묵적인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고 얄팍하게 구는 애들을 따돌리고 거친 손님에게 보내 자기와 친구들을 위한 희생양으로 삼았다. 이무는 절대 이 규칙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기 이익만 챙기며 아무도 돕지 않을 테고, 따라서 도움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럴수록 더 악착같이 머리를 쓸 테고, 당연한 대가로 다른 아이들에게서 멀어질 것이다.
 
“글렀어, 그놈은. 진즉 몸이 망가지고 있었어. 악바리라 이제껏 버틴 게지.”

 
사내가 말했다.
 
“제가 업을게요! 하던 일도 줄이지 않을게요!”
 

처음으로 사내에게 애걸했다. 사내는 날 잠깐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다. 나는 몸에 열이 치솟는데도 사시나무처럼 떠는 이무를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 아침이 밝았다. 사내는 이무에게 줄 음식은 사지 않았다. 내 몫을 반 덜어 이무 옆에 놨다.
 
“이거 꼭 먹어야 해, 안 그러면 큰일 난다?”
 
나는 이무에게 신신당부하고 장터에 갔다. 장이 끝날 무렵 이무는 겨우 기운은 차렸지만 짐을 들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내 밥을 나눠 먹이고, 두 사람 짐을 들고, 이무를 부축했다. 저녁에 짐을 풀 무렵이면 눈앞이 핑 돌았다. 나무를 주워 불을 지피다 졸아 머리카락이 타는데도 몰랐다. 사내가 잡아채지 않았다면 불속에 머리를 박았을 것이다.
 
사내 말대로 이무는 악바리였다. 며칠 지나자 자기 힘으로 걷고, 짐도 다시 들었다. 이무가 짐을 들자 사내도 이무 몫의 밥을 샀다. 이무는 전보다 더 교태 어리게 사내 옆에 붙었고, 내 말투를 따라 하며 나서서 손님들을 끌었다.
 
어느 날 물건을 받아오는데 여관방 안에서 이무와 사내가 나누는 이야기가 들렸다.
 
“저거, 나이 들어서 창가에서도 안 받아 줘. 언제까지 데리고 다닐 거야? 내가 두 몫 하잖아.”
 
“야 이놈아, 저놈이 지 밥 덜어 가며 널 살렸는데, 이야, 이거 아주 독한 놈일세?”
 

“값 받을 수 있을 때 넘겨. 저보다 더 나이 들면 거기서도 안 받아 줘. 내가 다 알아봤다니까?”
 
나는 문을 열었다. 사내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돌렸다. 이무가 차분하게 말했다.
 
“들었어? 잘 됐네. 짐 챙겨.”
 
챙길 짐은 아무것도 없었다. 입은 옷이 전부였다.

사내와 이무는 날 데리고 서가에 갔다. 책장마다 두루마리가 가득했고, 종이와 먹 냄새가 풍겼다. 한쪽에 있는 책상에 흰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서가 주인이 앉아 있었다. 이름은 카누인이라 했다.
 
“글은 짬나는 대로 가르쳐 놨으니 손이 많이 가진 않을 겝니다. 보기와 달리 아주 똑똑한 놈이에요.”
 
사내가 굽실거리며 말했다. 사내가 날 칭찬하는 소리를 들으니 정말 날 파는구나 싶었다. 사내는 날 넘길 때만 나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몇 살인가?”
 
노인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날 살피며 물었다.
 
“열…… 일…….”

“열다섯입니다!”


이무가 외쳤다. 노인이 이무와 날 번갈아 보았다.
 
“몇 살인가?”
 
그가 다시 물었다. 이무가 무슨 답을 하면 되는지 알려 줬다. 나는 수에 관해선 늘 이무가 주는 말을 따라 했다. 하지만 아까처럼 무심히 묻는 눈이 아닌, 내 안 깊은 곳을 바라보는 눈앞에서 거짓이 통하지 않으리라는 예감을 받았다.
 
“열일곱입니다.”
 
이무가 눈에 띄지 않게 이를 악물었다. 노인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나이가 많군. 우린 열다섯까지만 받는데…….”

사내가 우리에게 나가 있으라는 손짓을 했다. 우린 사내와 노인이 흥정하는 동안 밖에서 기다렸다. 오래지 않아 사내가 돈주머니를 받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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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장편 [지우전 : 모두 나를 칼이라 했다], [부엉이 소녀 욜란드],
작품집 [원초적 본능 feat. 미소년], [각인]을 출간하고 다수의 공동 작품집에 단편을 수록한 이 인간의 작업 책상에는 컴퓨터, 프린터/스캐너 복합기, 지난 밤 마신 맥주 캔, 고양이가 있다. 네 발 달린 아해가 책상을 오르내리며 키보드를 밟아도 오타는 모두 작가의 책임이라는 게 냉엄한 현실.

오늘도 글을 쓰며 고양이와 키배, 아니 키보드 쟁탈전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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