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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세계은행 총재 연임 도전… 직원조합 반발 등 변수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세계은행(WB)이 13대 총재 인선 절차에 돌입했다. 김용 현 총재가 연임에 도전한다.

세계은행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김 총재의 연임을 밀고 있다. 그러나 "지도력의 위기"를 내세우면서 김 총재의 연임에 반대하고 있는 세계은행 직원조합의 입장과 미국의 지명으로 결정돼 온 총재 선임 방식에 대한 반발 여론이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2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세계은행 이사회는 이날 이사회 모임에서 앞으로 3주 동안 차기 총재 인선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계은행 이사회는 늦어도 9월 14일까지는 새 총재 인선을 마무리한다는 사실도 못 박았다. 김 총재의 임기는 내년 6월 30일까지다.

세계은행 이사회는 이날 발표문을 통해 "이사회는 모든 회원국들에 열려 있는, 공개적이고 능력에 바탕을 둔 투명한 인선을 만장일치로 지지했다"고 밝혔다.

세계은행 이사회는 그러나 발표문에 "김용 총재는 지난 2012년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지명됐다. 차기 총재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은행 이사회가 사실상 김 총재 연임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밝힌 것이다.

김 총재는 이사회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세계은행 총재로서 두 번째 임기를 맡아 헌신적인 직원들과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된다면 영예로운 일”이라고 연임 수락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지난 4년 동안 함께 많은 일을 해냈다. 나는 이러한 중요한 일을 계속 실행한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세계은행 이사회는 최대주주인 미국이 장악하고 있다. 5년 임기의 세계은행 총재 자리는 사실상 미국이 결정한다. 김 총재 역시 지난 2012년 미국의 낙점에 따라 세계은행 총재 자리에 올랐다.

◇ 세계은행 직원조합 “미국에 의한 총재 임명 끝내야”

미국의 입김에 따라 결정되는 세계은행 총재 선임에 대해 오래 전부터 대내외적인 반발이 일어왔다. 이번에 세계은행 이사회가 김 총재를 연임 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내부 동요가 일고 있다.

세계은행 직원조합은 이달 초 이사회에 보낸 서신을 통해 세계은행이 “지도력의 위기(crisis of leadership)”를 맞고 있다면서 미국에 의한 세계은행 총재 임명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계은행 직원조합의 대표인 대니얼 셀렌은 FT와의 인터뷰에서 “경쟁을 거치지 않은 채 김 총재를 단순히 재임용하지 않겠다는 이사회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총재 후보군을 널리 물색하려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총재 인선을) 서두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김 총재의 임기가 끝나려면 10달이나 남았다. 서두를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는 신임 경제학자 한 사람을 고용하는 데도 6개월이나 걸린다. 고작 한 달만에 총재를 선출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항변했다.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세계은행은 그동안 새로운 총재를 국제무대 전체에서 물색하라는 직원들의 요구를 무시해왔다. 김 총재는 취임 후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시도하면서 조직 내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 FT 사설, 김 총재 공과 함께 인정.

이에 앞서 지난 10일 FT는 사설을 통해 김 총재가 자동으로 세계은행 총재로 연임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FT는 지난 수십 년 간 미국인은 세계은행으로, 유럽인은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로 각각 임명해온 밀실 협상의 관행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FT는 “김 총재는 오바마 정부가 막판에 총재로 낙점한 인물이다. 학계와 공중 보건 분야에서 뛰어난 경력을 쌓았으나 경제개발 부문의 경험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세계은행 같은 크고 복잡한 조직을 이끈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FT사설은 이어 김 총재가 시대 변화에 맞게 세계은행의 역할을 재설정하는데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세계은행의 방만한 관료주의를 개혁하기 위해 추진했던 조직 개편은 명분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고위직들이 조직을 떠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낮은 점수를 매겼다.

FT는 그러나 김 총재가 글로벌 유행병에 대처하기 위해 5억 달러의 기금을 조성하는 등 훌륭한 업적도 많이 남겼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자동 연임 반대가 그에 대한 부정적 평가 때문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 세계은행, 미국중심 밑그림 그린 브레튼우즈체제 산물,

세계은행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인 1944년 미국 뉴햄프셔 주 브레튼 우즈에서 열린 44개 연합국 통화 금융 회의에서 IMF와 함께 탄생한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을 모체로 하고 있다. IBRD는 전후 각국의 전쟁 피해 복구와 개발을 위한 자금을 지원해줄 목적으로 탄생했다. 현재 세계은행은 IBRD 이외에 국제개발협회(IDA), 국제금융공사(IFC), 다국간투자보장기구(MIGA), 국제투자분쟁해결본부(ICSID) 등 총 5개의 기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른바 브레튼 우즈 체제는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의 밑그림이다. 미국 달러화를 기축 통화로 하는 금환본위제도가 결정된 것도 이 때였다. 브레튼 우즈 체제 탄생 당시부터 미국은 세계은행에 대한 최대주주로 부상했다. 이후 지금까지 70여 년 동안 미국은 세계은행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동안 개발도상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미국이 세계은행 총재를 사실상 지명하는 기존의 관행에 대해 여러 차례 반발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 2005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전쟁을 기획한 네오콘 출신의 폴 울포위츠 전 미 국방부 부장관을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했다.

당시 3월 28일자 FT에는 ‘울포위츠 취임 반대 경제전문가 300인의 서명 기고문’이 실렸다. 네오콘 출신의 비경제인이 세계은행을 지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담은 글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울포위츠의 세계은행 총재 임명을 밀어붙여 성사시켰다.

지난 2012년 세계은행 총재 선임 당시에는 일부 신흥국들이 당시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이었던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를 총재로 밀었다. 이들의 반란 역시 미국의 힘을 넘어서지 못했다.

◇ 오바마 대통령 등 미 정가 유력인사들과 탄탄한 유대.

김 총재는 1959년 서울 태생이다. 치과의사인 아버지와 철학박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2남 1녀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부모님을 따리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1982년 브라운 대학을 졸업하고 하버드대학에서 의학 및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하버드 의대 교수를 지냈다.

1987년 하버드대 의대 친구였던 폴 파머 하버드대 의대 교수 등과 함께 의료봉사기구인 파트너스인헬스(PIH)를 설립, 중남미와 러시아 등 빈민지역에서 결핵 퇴치를 위한 의료구호활동을 벌였다. 당시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국장에 선임됐다.

2006년에는 미국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혔다. 이후 2009년 아시아계 중 처음으로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8개 명문 사립대) 다트머스대학의 총장 자리에 올랐다.

지난 2012년에는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등 쟁쟁한 명망가들을 제치고 12대 세계은행 총재 자리에 올랐다.

김 총재는 워싱턴 정가의 실력자들과 탄탄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는 이따금 골프를 함께 즐길 정도로 친한 사이다. 올해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지난 2012년 그를 세계은행 총재로 미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김 총재는 또한 중국과 인도 등의 지도자들과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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