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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수요일] "하라면 해" 하면 꼰대···"하라면 할래?"하면 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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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독자라면 누구나 아저씨이거나 곧 아저씨가 됩니다. ‘남남끼리 성인 남자를 예사롭게 부르는 말’이니, 아저씨가 된다는 게 유별난 일은 아니지요. 그럼 꼰대와 아재는 어떠세요? 말이 통하지 않고 독불장군 같은 이들을 꼰대라고 통칭합니다. 아재는 좀 다릅니다. 요새 2030 세대는 친근하면서도 다소 측은한 이미지가 담겨 있는 성인 남성을 아재라 일컫습니다. 꼰대와 아재를 보는 청춘들의 이야기, 함께 들어보시지요. 권호 청춘리포트팀장

청춘과 ‘아저씨’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대부분의 청춘은 사회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아저씨에게 배우고, 아저씨들과 일한다. 기업의 관리자급 중 90.6%는 남성이다. 주로 남성 교수(전체 교수의 76.9%)에게서 배우는 대학생들도 비슷하다. 자주 보이는 사람들에 대해선 자주 생각하고 말하게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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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를 일컫는 별칭은 다양하다. 지금까지는 기성세대를 뜻하는 은어인 ‘꼰대’가 대표적이었다. 꽉 막히고 답답하다는 뉘앙스가 담긴 표현이다. 최근엔 꼰대 대신 ‘아재’란 말이 더 자주 들린다. 국어사전은 아재를 ‘아저씨의 낮춤말’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일까. 아재란 말엔 다소 긍정적인 이미지가 담겨 있다. 꼰대가 "하라면 해!”라고 한다면 아재는 "하라면 할래?”라고 하는 식이다. 중앙일보 청춘리포트팀이 2030 세대 111명에게 물어보니 93.7%가 “아재와 꼰대는 다르다”고 평했고 65%는 아재를 긍정적으로 봤다. 2030에게 아재는 꼰대가 진화한 걸까. 청춘리포트팀이 ‘아재’에 대해 할 말 많다는 청춘 세 명을 만나 토론을 벌였다.

# ‘아재’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쓰이고 있다. 각자가 생각하는 아재란 어떤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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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리(이하 박)=40대 이상의, 약간 구식 사고방식을 가진 촌스러운 아저씨의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조금 귀여운.

조성희(이하 조)=제 생각엔 1990년대 초반이 되기 전까지의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에요. 세대로 보면 70, 80, 90년대에 대학 다닌 사람들로 그 스펙트럼이 꽤 넓죠. 고깃집에서 물수건으로 목덜미를 닦는 아버지 세대부터 홍대 앞 노래 주점인 ‘밤과 음악 사이’에서 1990년대 히트곡이 나오면 뛰쳐나가는 오빠뻘 사람까지요.

# ‘꼰대’와 ‘아재’는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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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 사실 아재가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게 의아해요. 꼰대와 아재는 크게 보면 비슷해요. 권위적이고, 자신의 말과 생각이 어린 세대의 그것보다 더 옳다고 생각하고. 자신들이 즐겨 온 그 시대의 문화를 2030과 함께 즐기고 싶어해요. 다만 아재는 그 폭력성을 숨길 줄 안다는 정도가 달라 보여요.

조=폭력성이라고 하니까 너무 심한 것 같아(웃음). 그런데 사실 아재란 말이 마치 꼰대보다 나은 것처럼 쓰이기 시작한 것은 ‘아재 개그’라는 말이 유행하면서잖아요. 꼰대가 젊은 세대를 완전히 무시한 채 ‘까라면 까’라고 한다면, 아재는 “까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나라는? 칠레”같이 몸 둘 바 모르게 만드는 개그를 치면서 웃음을 끌어내려 한다는 인상을 받아요.

# 꼰대와 아재는 날 때부터 다른 사람들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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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니요. 저는 상당수 ‘꼰대 위험인자’들이 아재로 전향한 거라고 생각해요(웃음). 무조건 설명하고 가르치려 드는 ‘꼰대짓’을 예전에는 그냥 참고 넘겼잖아요. 그런데 이젠 2030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데서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어요. ‘저렇게 하면 애들이 비웃고 나를 싫어하는구나’라는 자각이 시작된 거죠. 미움 받고 싶지 않다는 노력이 꼰대를 아재로 만든 거 같아요.

조=제 생각도 같아요. 아마 옛날에 꼰대라 불렸던 아저씨들도 자신이 뒤에서 엄청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태도를 조금은 바꿨을 거예요. 아저씨들은 보통 회사든 어디에서든 청춘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고, 청춘들이 그 앞에서 싫은 티를 못 내니 덮어놓고 갔던 거죠. 지금은 2030들의 불만이 꼰대들의 귀에까지 닿을 수밖에 없는 세상이니까 조금씩 변화가 생기는 거고요.

# “세종대왕이 만든 우유는 아야어여오요우유.” 설마 이런 아재 개그가 결정적 차이인 건가.

박=그렇죠. 아재 개그를 들으면 처연한 몸부림 같은 게 느껴져요. 그게 아재를 꼰대보다 낫게 만드는 거예요(웃음). 아재 개그란 말이 고유명사처럼 된 게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좀 유명한 아저씨들이 저런 개그를 계속 해서잖아요. 아홉 번 실패하다가 한 번 헛웃음을 유발하면 엄청 기뻐하고. 그런 노력이 짠하기도 하고, 꼰대와는 다르게 보여요.

신=그런데 아재 개그 자체가 마냥 좋게 보이진 않아요. 이게 가르치려 하느냐와 웃겨 주려 하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일방통행이라는 건 같아요. 아재 개그는 대화의 맥락에 관계없이, 오히려 흐름을 툭 끊으면서 나오는 말장난이에요. ‘자 유머 발사!’ 이런 거라고요. 보통 사람들을 만날 때 내 농담이 공감을 사지 못하고 반응이 없으면 위축되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아재들은 웃을 때까지 해요(웃음). 거기엔 ‘내가 이렇게 재미없는 농담을 계속해도 너는 짜증을 낼 수 없다’는 자신감이 숨어 있어요.

# 아재와 치명적인 매력이란 뜻의 ‘파탈(Fatale)’을 합쳐 아재파탈이란 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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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파탈은 아니에요(웃음). 소통하려고 노력한단 점에서 아재가 꼰대보다 진전된 것은 맞지만 치명적 매력과는 차원이 달라요. 아재파탈의 예로 배우 조진웅을 많이 들죠. 조진웅은 잘생겼고, 실력 있고, 유머러스하고요. 그런데 조진웅은 20대에도 매력적이었고, 30대에도, 40대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인 그냥 조진웅이에요. ‘남성’과 ‘중년’인 데다 아재 개그를 친다고 아재파탈이 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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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배불뚝이 수영선수, 꼴찌한 난민팀도 올림픽 영웅”
② “몸 좋은 오빠 찾아” “야경 보며 한 잔” 해운대는 밤이 좋아


# 아재든 꼰대든 우린 아저씨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어떤 아저씨가 매력적인가?

신=제가 미국 코미디언 코넌 오브라이언 쇼를 자주 봐요. 그도 50대 아저씨예요. 젊은 사람들이 노는 클럽 같은 현장을 찾아가 어울리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50대인 자신과 20대들의 생각이나 유머코드가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해요. 그러면서 진심으로 20대들의 노는 방식을 궁금해하고, 이상하게 보이는 건 거침없이 이상하다고 말하면서 웃음을 자아내죠. 우리나라 아저씨들도 진심으로 2030의 생각에 관심이 있다면 굳이 아재 개그를 치면서 억지웃음을 짜낼 필요가 없어요. 솔직하게 대화하면 되죠.

조=그건 저도 공감해요. 아재들은 자기 말만 막 하다가 몇 번 아재 개그를 치고 거기서 웃음이 나오면 그걸 소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그건 아니잖아요(웃음).

박=그래도 소통 자체에 관심이 없는 꼰대보단 아재가 나아요. 아재에서 다시 진화한 무언가는 필요 없을 것 같고요. 그냥 20대, 30대, 40대 할 것 없이 각 세대가 서로의 문화를 인정하면서 진짜 대화를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일 거 같아요.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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