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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에 대한 오해

혁명열사릉에 안치된 태병렬 전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장. [사진 통일문화연구소]

태영호(55) 전 주영국 북한 대사관 공사의 아버지가 태병렬(1916~1997) 전 북한 인민군 대장의 아들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정보원이 22일 국회 정보위 여야 간사와의 회동에서 이같이 보고했다. 북한도 지난 20일 조선중앙통신의 논평을 통해 태 전 공사가 태병렬의 아들이라는 주장에 대해 “항일투사의 아들이라느니 하는 등 터무니 없는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늦게나마 이 사실을 국회에 보고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불필요한 오해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한 셈이다. 태영호가 태병렬의 아들인지 아닌지는 북한의 상황을 판단하는데 중요하다. 태병렬은 한국의 국립현충원에 해당하는 혁명열사릉에 흉상이 있을 정도 북한에서 존경받는 사람이다. 그것도 두 번째 단에 있을 정도다. 이런 사람의 자제는 북한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는 사람이다.
 
만약 태병렬 아들의 탈북이라면 의미가 다르다. 현재 진짜 아들인 태형철(63)은 김일성종합대학 총장 겸 내각 교육위원회 고등교육상(장관급)을 겸하고 있다. 태형철 처럼 북한의 고위층들은 대부분 항일빨치산의 자제들이다. 그래서 이들의 탈북이 주는 시그널은 클 수 밖에 없다. 이는 북한 체제를 지탱해 온 항일빨치산 자제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북한 체제 붕괴 가능성까지 고려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태 전 공사가 태병렬의 아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북한 체제 붕괴 가능성은 너무 나간 것으로 보인다. 외교관들의 탈북 유혹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태 전 공사도 그들과 같은 생각이었을 게다. 따라서 북한 외교관의 탈북은 시간 간격이 있을지언정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항일빨치산 직계 자제들은 해외 근무를 기피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평양에서 폼나게 살 수 있는데 해외에서 박봉으로 고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해외에 나가고 싶으면 잠시 바람 쐬러 나갔다 오면 되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4월 중국의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탈북에 점점 익숙해지는 느낌이다. ‘갈테면 가라’는 식이다. 자신감의 표현이 아니라 굳이 잡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태 전 공사에게 고의적 비밀누설죄, 국가재산횡령범죄, 미성년 성교 범죄 등 3가지 죄목을 씌웠다. 없는 죄도 만들어 죄인으로 만드는 북한인지라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북한 노동당의 핵심조직인 조직지도부의 사람들은 해외 경험이 일체 없는 사람들로 선발한다. 해외 바람을 쐰 사람들은 ‘자유 바람’에 오염됐다고 간주하기 때문에 출입 금지다. 따라서 이들이 탈북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세상물정 모르는 이들이 다스리는 북한은 답답할 때가 많다. 이들이 흔들려야 북한 정권이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외교관의 탈북은 이들에게 정권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개인 문제에 불과할 뿐이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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