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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금연구역만 늘려선 담배 갈등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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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책
변호사

담배는 더 이상 ‘낭만’이 아니다. 고단한 삶을 위로하는 서민의 벗도 아니요, 고뇌하는 지식인의 징표도 아니며, 남성다움을 상징하는 멋스러운 장치도 아니다. 그건 알베르 카뮈 시대에나 통하던 얘기며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에나 있던 일이다. 이제 담배는 공적(公敵)이다. 그것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하는 공적이다. 만약 술을 담배처럼 원수 보듯이 했다면 강력범죄의 절반은 줄었을 것이다. 강력범죄 절반은 음주상태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술 때문에 치르는 사회적 비용은 상상을 넘어서지만 술을 두고 누구도 공적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런데도 담배는 간접흡연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공적이 되었다.

담뱃값 올렸지만 흡연율 제자리
10조 세금 걷는 정부는 무관심
서울 34곳뿐인 흡연구역 늘려
흡연과 금연의 경계 분명히 해야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을 지킨다면 흡연자는 공직자의 결격사유 1호다. 담배를 피우는 자는 대통령은 물론 총리나 장관도 할 수 없다. 국회의원이 되어서도 안 되고 판사나 검사도 할 수 없고 대기업 임원이 될 수도 없다. 청와대와 국회, 정부청사나 법원이 전부 금연건물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나 총리가, 청와대 수석이나 국회의원이 집무실에서 나와 원숭이 우리처럼 만들어진 흡연구역에 가서 담배를 피울 순 없지 않겠는가? 대기업 임원이 몇 십 층을 내려와 후미진 뒷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부하 직원들에게 보일 순 없지 않겠는가? 처칠이나 아이젠하워가 지금 한국인이었다면 결코 그 지위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담배는 이제 혐오스럽기 그지없는 야만인의 기호식품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 어떤 기호식품도 이런 대우를 받지는 않는다. 담배는 골목마다 들어선 편의점에서 언제나 살 수 있는 데다 무엇보다도 40%나 되는 성인남성이 끊지 못하고 피우는 ‘죄악식품’이다. 그래서 마치 불쌍한 중독자를 국가가 구제하듯이 금연을 위해 담뱃값을 올린다고 했다. 담뱃값을 두 배로 올리면 흡연율을 29%로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런 뻔한 거짓말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태연히 했던 것이다. 그 결과가 어떤가? 흡연율은 자연감소 외엔 전혀 줄지 않았다. 이른바 ‘사재기’가 끝나자 흡연자들은 한 갑에 2000원, 한 개비에 100원이나 더 세금으로 바치며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우리들의 이웃인 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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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 담배를 좀 편하게 피우게 할 수는 없는가? 한때 담배는 이 나라 세수의 절반을 감당했다. 지금도 흡연자가 부담하는 세금은 10조원을 훨씬 넘는다. 단일 상품에서 이만한 세수를 거두는 건 없다. 그런데도 왜 흡연자를 죄인 취급하는 것인가? 헌법재판소 결정은 비흡연자의 건강권, 다시 말해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지만, 흡연권도 사생활의 자유로서 역시 존중받아 마땅한 기본권임을 인정했다. 흡연권을 일부 제한해도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흡연자는 정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없다. 담배를 팔아 엄청난 돈을 거두면서 흡연자를 범죄인 취급하는 건 조금도 바뀌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흡연자는 봉이 되었다. 봉도 이런 바보 같은 봉이 없다. 서울만 보면 금연구역은 2011년 청계광장과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그리고 중앙차로의 버스정류소 등 670여 곳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은 24만7000곳이다. 한강공원 같은 공원은 물론이요, 버스정류소와 학교, 어린이집 주변에다 강남대로 같은 유동인구가 많은 도로 일대가 모두 금연지역이다. 이제 지하철역 출입구에서 10m 이내도 금연지역이 되었다. 위반하면 9월부터 꼼짝없이 과태료 10만원을 물어야 한다. 담배를 피우려면 줄자를 들고 다녀야 할 판이다. 게다가 흡연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이 거대도시에서 불과 34곳뿐이니 어쩌란 것인가? 게다가 곧 아파트도 주민 결의에 따라 전면 금연지역이 된다.

이런데도 흡연자는 금연구역이 아닌 곳에서 담배를 피울 때도 눈치를 보아야 한다. 그래서 찾는 곳이 뒷골목이요,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후미진 곳이다. 어느 뒷골목이든 담배꽁초는 널려 있다. 영세 자영업자가 하는 술집이나 카페가 있는 골목길은 더 심하다. 흡연자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하지 않은 폐해가 드러나 있는 현장이다. 세계 어느 도시도 흡연자에게 이런 처참한 대우를 하는 정책을 펴진 않는다. 흡연자의 행복추구권은 처음부터 무시되며, 역설적으로 흡연자의 건강권은 어느 누구도 보장해 주지 않는 것이다. 흡연자도 똑같은 국민이자 엄청난 세금을 내는 납세자인데 말이다.

정말이지 흡연자도 이웃인 것을 인정하자. 흡연자에게 비흡연자 배려를 강요하면서, 흡연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을 뒷골목으로 몰아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그들도 맑은 가을하늘을 만끽하며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자유를 주어야 한다. 담배를 피우는 것을 죄악시하고 그들을 단지 세금 내는 봉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적어도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담배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은 열어 주자. 지금처럼 원숭이 우리 같은, 꽉 막히고 악취 나는 흡연시설이 아닌 자유로운 공간 말이다. 그런 흡연구역이야말로 상호 배려하는 일등시민의 상징이 될 것이다. 나는 그 일이 국민건강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걸 믿는다.

전원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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