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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구텐베르크 & 클랑베르발퉁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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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과, 독창, 오케스트라가 하나로 어우러졌다. 22일 8시 에노흐 추 구텐베르크가 지휘하는 클랑베르발퉁 오케스트라, 그리고 노이보이에른 합창단이 예술의전당 무대에 섰다.

‘소리 관리(Klang Verwaltung)‘라는 뜻의 클랑베르발퉁 오케스트라는 2000년 독일 헤렌킴제궁에서 시작된 헤렌킴제 페스티벌의 상주 오케스트라다. 지난 7월 김대진이 지휘하는 수원시향이 이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돼 연주했다. 이번에는 수원국제음악제가 이들을 초청했다. 답방 형식으로 한국을 방문한 이들은 수원과 서울에서 공연했다. 이들의 첫 서울 무대인 이날 공연은 전날 수원국제음악제가 열린 SK아트리움에 이어 내한공연 두 번째 무대였다.

60명 가량의 노이보이에른 합창단이 바이에른 주 전통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50명 내외의 클랑베르발퉁 오케스트라도 나왔다. 주자네 베른하르트(소프라노), 올리비아 페르뮬렌(메조소프라노), 외르크 뒤르뮐러(테너), 요헨 쿠퍼(바리톤) 등 네 명의 독창자와 함께 하얗고 긴 수염이 인상적인 지휘자 에노흐 추 구텐베르크가 등장했다. 그는 헤렌킴제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이다.

첫곡은 바흐 ‘마그니피카트’ BWV243였다. ‘마그니피카트’는 ‘찬양하다’란 뜻이다. 수태를 알게 된 성모 마리아가 엘리자베츠를 방문하여 기쁨 속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는 내용을 담은 누가 복음 1장 제 46~55절의 ’마리아 찬가‘에 바흐가 선율을 붙였다.

정연한 관과 현에 들뜬 듯한 구텐베르크의 지휘가 생동감을 부여했다. 오보에 오블리가토와 소프라노가 청아했던 3곡, 플루트 오블리가토와 메조소프라노가 부드럽고 웅숭깊은 소리를 내준 9곡이 특히 돋보였다.

휴식시간 뒤 모차르트 ‘레퀴엠’은 점입가경이었다. 아르농쿠르와 빈 콘첸투스 무지쿠스가 내한해 연주했던 2006년 11월 이후 오랜만에 실연으로 접하는 곡이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모차르트 필생의 역작은 그 어떤 음반으로도 느낄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인트로이투스(입당송)’를 위한 전주에서 오케스트라의 관악기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마치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 허디거디 같은, 소박하지만 진솔한 소리를 내주고 있었다. 비브라토 없이 명확히 지휘하는 현악기는 원전 연주의 주법을 연상시켰다.

껑충껑충 뛰면서 음악을 이끈 구텐베르크의 지휘는 추모의 의미보다는 작품 자체의 미학을 드러내는 데 무게중심을 둔 것 같았다.‘키리에(주여 불쌍히 여기소서)’에서 장대한 합창은 관악 합주같이 들렸다. 오케스트라와도 블렌딩이 잘 됐다. ‘디에스 이래(진노의 날)’에서 금관의 셈여림과 합창의 셈여림은 밸브로 조절하는 것처럼 딱딱 맞았다. ‘투바 미룸(놀라운 금관 소리 울려퍼지네)’에서는 베이스의 가창이 돋보였다. 치고 올라갈 때 테너가 불안하기도 했다. ’렉스 트레멘대(무서워해야 할 대왕이시여)‘에서는 합창의 순도가 높았다. ‘레코르다레(주여 생각해보소서)’, ‘콘푸타티스(사악한 자들이 혼란스러울 때)’에서도 구텐베르크는 담백한 접근을 보여줬다. 슬픔에 매몰되지 않고 춤곡처럼 곡의 결을 세웠다. ‘라크리모사(눈물과 한탄의 날)’는 아름다움과 슬픔이 뒤섞여 가슴이 아팠다. 여기까지가 모차르트가 작곡한 부분이었다. 구텐베르크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탁자 위의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이후 봉헌송과 ‘상투스(거룩하시다)’, 베네딕투스(축복 있으라)‘, ’아뉴스 데이(신의 어린 양)‘, 코무니오(영성체송)’까지 막힘 없이 흘러갔다. 구텐베르크는 아코디언의 풀무를 조절하듯 합창과 관현악을 쥐락펴락했다. 때로는 파격적이면서도 납득이 가는 해석이었다.

공연 뒤 구텐베르크는 환호하는 청중을 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한국 청중의 따뜻한 환대와 우정, 클래식 음악을 향한 열정에 압도됐다”면서 “바흐 관현악 모음곡 D장조를 들려드리려 한다. 이 마술 같은 곡의 선율 하나하나는 천국의 조화를 상상하게 한다”고 말했다.

‘G선상의 아리아’로 유명한 관현악 모음곡 3번 중 ‘에어’를 들으며 그의 말처럼 천상의 하모니를 떠올렸다. 폭염과 열대야를 조금은 잊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ㆍ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사진 칸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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