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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대신 차나 한잔” 김영란법 시행 땐 인맥중시 문화 격변

“‘김영란법’은 더치페이(Dutch pay, 각자 내기) 하자는 것.”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제정을 촉발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밝힌 이 법에 대한 정의다. 법 적용 대상은 어림잡아 400만 명이다. “언제 술 한잔하자”는 말이 상징하는 ‘관계 중심’ 한국 사회의 격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 의견교환 위축 우려도

김문조 고려대(사회학)·노명우 아주대(사회학) 교수와 송복 연세대(사회학) 명예교수,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정신과 전문의 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 원장 등 5명의 전문가와 기업 홍보 담당자에게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다음달 28일 이후의 관계 맺기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김영란법이 현재 진행 중인 관계 중심 사회의 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공통적으로 진단했다. 송복 교수는 “정에 바탕한 관계 맺기가 생활의 중심이던 사회가 그 끝자락에 왔다. 김영란법은 냉정과 몰인정을 기반으로 한 합리적 사회로 변화를 앞당길 것이다”고 말했다.

고급 음식점에 방을 잡고 장시간 술잔을 나누며 관계를 맺는 기존의 접대 문화는 크게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문조 교수는 “저녁 대신 점심, 술보다 간단한 식사나 차를 마시는 만남이 일상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명우 교수는 “중요한 업무 내용이 저녁 술자리에서 결정되던 관행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저녁 모임 시간이 짧아지면서 가족이 중심이 되는 ‘저녁이 있는 삶’이 확산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김호 대표는 “술 한잔을 위해 가족과의 저녁 식사를 희생해 온 문화가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다. 퇴근시간이 되면 직원들이 굳이 ‘먼저 가겠다’고 인사하지 않고 알아서 사라지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보게 될 듯하다”고 말했다.

H그룹 관계자는 “접대 골프가 사실상 사라지게 되므로 주말에 시간이 나는 기업인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가의 명절 선물이나 경조사 챙기기로 인맥을 관리하는 관행도 바뀔 것으로 예상됐다. 이나미 원장은 “경조사를 열심히 챙기지 않으면 ‘괘씸죄’에 걸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김영란법이 ‘탈관계’ 사회로까지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관계 맺기’의 순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사람들끼리 만나 관계를 맺으면서 의견을 교환하는 일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L그룹 관계자는 “ 청탁이나 ‘민원’이 아닌 의견 제시와 견해 교환까지 불순한 일로 치부되면 각자가 고립된 생각의 섬 속에 갇혀 살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박민제·홍상지·윤재영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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