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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낯선도시, 마고할멈…경계 없는 서용선의 드로잉

드로잉(drawing)은 미물(微物)이자 미물(美物)이다. 작가가 본격 작품 제작을 위해 어림잡아 그려보는 최초의 밑그림이자 설계도이기에 번득이는 직관이 엿보이는 중요 자료지만, 미완(未完)의 연습작이라 홀대받는다. 작가 역량이 숨김없이 드러나는 기초 공사란 뜻에서 화골(畵骨)이라 부르기도 한다. 서용선(65)씨는 드로잉 많이 하기로 이름난 화가다. 그의 ‘드로잉 론’은 날 것과 익은 것 사이에서 손맛의 자유를 즐기는 화가의 기쁨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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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 하나를 꽉 채운 대작 ‘도시에서’ 앞에 선 서용선 작가. 판자를 종이 삼아 활용한 새로운 드로잉이다.

“드로잉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나 그 생각의 방향과 잠재적으로 진행 중인 내용의 해석만으로도 그 가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시간의 의미가 깃든 미완성이 그 본래적 성격인 그런 그림인 셈이다.”

아르코미술관서 개인전

23일 서울 동숭길 아르코미술관에서 개막하는 ‘확장하는 선, 서용선 드로잉’은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작가가 드로잉에 쏟아 부은 애정과 공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드로잉의 독립된 미학을 나날이 확인하며 습관처럼 매 순간 드로잉을 하는 그에겐 스마트폰에 담은 소리 채집조차 드로잉의 영역이다. 지난 20년 일기이자 사료(史料)로 구축한 작가의 드로잉 아카이브 1만여 점 중 700여 점을 골라내 ‘자화상’ ‘역사와 신화’ ‘도시와 군상’으로 나눠 전시장 1, 2층에 풀어놓았다.

선(線)은 서용선에게 선(善)이자 선(禪)이다. 탁월한 관찰자이자 연구자적 기질이 강한 그는 자기 자신조차 선을 통해 해석한다.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자화상’ 연작은 2007년 7~9월 그린 자화상 100점 중 골라낸 39점이다. 검은 선으로 한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신화 속 마고할미와 거인 ‘반고’ 등을 되살려낸 선은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베를린과 뉴욕 등 낯선 도시에서 그는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며 맡은 냄새, 들은 소리, 사람들을 선으로 잡아챘다.

작가가 최근 새롭게 시도한 드로잉은 종이 대신 나무판자를 사용한다. 2016년 작 ‘도시에서’는 오늘 한국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군상(群像)을 톱으로 썰고 끌로 쫀 뒤 붓질로 마무리한 대작이다. 드로잉은 그의 말마따나 ‘진행형’이고, 동서양화의 구분을 없애주는 중요한 매체인 그냥 ‘그림’이며, 하나의 ‘행위이자 태도’다.

전시는 10월 2일까지. 9월 8일 오후 6시 김동윤 건국대 교수의 특별강연 ‘서용선과 도시’, 22일 오후 4시 작가와의 대화, 30일 오후 4시 드로잉 세미나가 이어진다. 02-760-4850.

글·사진=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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