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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무섭다던 자폐아, 이젠 말 타는 날만 기다린대요

“하나 둘, 하나 둘, 따라하세요! 잘했어요!”

권진현 마사회 승마힐링센터 수석코치
승마 선수 은퇴 뒤 재활승마와 인연
“머리서 발끝까지 전신운동 효과
자폐아 언어 표현력도 부쩍 좋아져”

11일 오후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 내 실내 승마장. 말에 탄 여중생 두 명이 코치의 지시를 따라 “속보”를 외쳤다. 말의 움직임이 빨라지자 학생들은 반동에 맞춰 몸을 들썩거렸다. 가까이서 보니 일반 승마강습과 달리 3명이 말 주변에 바짝 붙어 있었다. 양쪽에 선 사이드워커 2명은 학생이 말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하체를 고정시켜 줬고, 리더 한 명은 앞에서 말의 고삐를 잡았다. “재활승마의 첫째 원칙은 안전이기 때문에 학생 한 명당 3명의 자원봉사자가 필요해요. 말도 하루종일 코치의 손을 탈 정도로 세심하게 관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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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현 수석코치는 “재활승마의 첫째 원칙은 안전이다. 재활승마용 말은 하루종일 코치의 손을 탈 정도로 세심하게 관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업을 위해 말 한 마리당 세 명의 자원봉사자가 투입됐다. [사진 김상선 기자]

트랙의 한가운데에 서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사람은 권진현(51) 한국마사회 렛츠런 승마힐링센터 수석코치다. 그는 지난 3월부터 정규과정을 시작한 한국마사회 재활승마 프로그램을 총지휘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으로 떠난 지 13년 만인 지난해 7월 다시 한국땅을 밟았다.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운영하는 승마장도 후배에게 맡겼다. 그는 “이제 시작단계인 한국의 재활승마가 국제적인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을 찾아주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엘리트 승마 선수에서 은퇴한 뒤 트레이너로 일하던 권 코치가 재활승마와 인연을 맺은 건 2004년 한 자폐 아동과 만나면서다.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가 찾아와 아이의 재활을 위해 말을 태워달라고 부탁했어요. 당시만 해도 재활승마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단순히 몇 바퀴 돌게만 했죠. 그런데 이걸 위해 한 시간 반씩 차를 타고 오는 걸 보고 안 되겠다 싶어 제 자신이 재활승마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는 “처음엔 말이 무서워 근처에도 안 가던 아이가 5개월이 지나니 말을 타러 가는 날만 되면 현관 앞에 승마 헬멧과 장화를 꺼내놓을 정도로 달라졌다”며 “그렇게 9년 동안 무료로 재활승마를 가르쳤다”고 했다.

권 코치는 2012년 북미재활승마협회(PATH)에서 주관하는 재활승마 자격 시험에 응시해 레지스터드(Registered) 레벨을 획득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재활승마 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어드밴스드(Advanced) 레벨을 한국인 최초로 취득했다. 그는 “지난해 기준으로 아시아에서 이 레벨에 도달한 사람이 4명에 불과할 정도로 시험이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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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현 수석코치(왼쪽)가 재활승마 수업 중인 장애 아동을 격려하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아이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사진 한국마사회]

재활승마 수업에는 주로 뇌병변(뇌성마비)이나 편마비(신체 한쪽이 마비되는 현상) 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 참여한다. 권 코치는 “말을 타면 신체를 상하로 움직이면서 좌우로도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신운동이 되고 재활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폐 아동의 경우 말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하나하나 꺼내는 순서를 가르친다”며 “언어 표현력이 두 달 만에 28%가 좋아졌다는 병원 진단을 받은 아이도 있었다”고 했다.

권 코치는 재활승마 교본을 만드는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교본이 완성되면 전국의 승마힐링센터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공공승마장에도 보급할 예정이다. 재활승마를 통해 얻은 수익금은 전액 렛츠런재단에 기부한다. 그는 “재활치료 자체가 스트레스인 장애 아동들에게 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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