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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장쩌민이 중국서 뜨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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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
베이징특파원

“그는 이론상 결코 최적의 후계자는 아니었다. 막후 실력자 덕에 권좌에 올랐다. 오랫동안 실력자가 모든 정책을 결정했다. 재위 초 군부 실력자와 맞섰다. 그들을 누르고 권력을 장악했다. 지방 제후들도 창궐했다. 철완(鐵腕) 콤비와 손잡고 권력을 회수했다. 그의 재임기는 태평성세의 시작이었다. 부패 호랑이도 여럿 키웠다. 북방 러시아와 우호관계를 맺었다. 조약도 체결했다. 서방 국가에 흥미가 많았다. 수학에도 매혹됐다. 그는 강희(康熙)다.”

지난주 중국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微信)에서 찾은 글이다. ‘두꺼비 클럽 학습단’이란 공식 계정에 지난해 가을 올라왔다. 중국에서 ‘하쓰(蛤絲·두꺼비 클럽)’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팬을 말한다. 주로 1989년 이후 태어난 젊은 하쓰들은 그를 강희제에 비유했다. 청(淸)나라 강희제는 옹정(雍正)·건륭(乾隆)으로 130여 년 이어진 강건성세(康乾盛世)를 열었다. 중국 역사상 최전성기다.

장 전 주석이 8억600만 명이 쓰는 웨이신 스타로 떠올랐다. 하쓰는 그의 두꺼운 검은 뿔테 안경, 커다란 입, 허리 높이 추어올린 바지까지 재치 있게 팝아트로 만들었다. 이들은 SNS에서 1997년 호놀룰루에서 ‘알로하 오에’에 맞춰 기타를 연주하던 장의 영상을 공유한다. 2000년 둥젠화(董建華) 홍콩 행정장관 회담장에서 “내가 어른(長者)으로서 충고한다”며 기자단을 향해 영어로 “너무 어리고(too young), 지나치게 간단하고(too simple), 때로는 유치하다(sometimes naive)”며 혼내는 영상도 인기다. 우스꽝스러워도 인간적이라며 장쩌민 어록을 돌려보며 열광한다.

중국의 1인자는 죽지 않는다. 마오쩌둥(毛澤東)의 육신은 지금도 베이징 천안문 광장 기념당에 누워 매일 오전마다 수천 명의 참배를 받는다. 선전(深?)시 롄화산(蓮花山)에 동상으로 서 있는 덩샤오핑(鄧小平)은 여전히 개혁·개방 노선을 감시한다. 이들은 현직 1인자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정통성의 뿌리다. 마오와 덩, 현 최고 지도자를 웨이신에서 검색하면 팬클럽과 콘텐트가 쏟아진다. 장쩌민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은 예외다. “결과 없음”이란 메시지만 뜬다. 살아 있는 전임에 대한 향수는 현직에 대한 비난으로 여겨져서다.

지난 17일은 장 전 주석의 90세 생일이었다. 하쓰가 준비한 축하연은 당국에 의해 무산됐다. 서방 언론이 나섰다. 영국 BBC는 황금공을 찾아준 개구리를 공주가 던지자 왕자로 변했다는 그림형제의 ‘개구리 왕자’, “거울아 거울아”를 외치는 여왕이 질투하는 ‘백설공주’ 동화를 언급하며 전·현직의 갈등을 부각했다.

좋았던 옛날을 그리는 복고정치는 중국 정치의 특징이다. 주(周)나라를 이상사회로 여긴 유가의 영향이다. 개혁가 양계초(梁啓超·1873~1929)는 『신민설(新民說)』에서 통일강박증과 제왕정치에서 원인을 찾았다. 문득 한국 정치가 떠올랐다. 베이징 늦더위도 쉬 가시지 않는다.

신경진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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