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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과녁 빗나간 151조…“저출산 정책 잘한 부처에 몰아주자”

“이 사업이 왜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들어갔나요. 저출산과 무슨 관련이 있죠?”(나경원 의원실 비서관)

출산율 제대로 끌어 올리려면
“이게 왜 저출산 사업인가요” 묻자
공무원 “이유 있어야 하나” 되물어
담당도 자주 바뀌어 업무 잘 몰라
“총리실 산하에 컨트롤타워 두고
예산편성권 줘 강력한 정책 추진을”

“연관성이요? 그냥…. 그게 이유가 있나요. 사업 담당자도 그 부분은 모를 것 같은데요.”(A부처 담당 공무원)

얼마 전 나경원 의원실 비서관은 황당한 대답을 들었다. 저출산·고령화 관련 사업 예산 세부내역 자료를 보내온 부처 사무관이 한 말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 특별위원회 업무보고 당시 기획재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지난 10년간(2006~2015년) 151조원이 지출됐다”고 밝혔다. 1차 기본계획에 42조원, 2차 기본계획에 109조원이 지출됐다는 설명이었다. 보건복지부는 하루 전인 21일 “3차(2016~2020년) 기본계획 재정투자 규모는 향후 5년간 총 198조원”이라며 “이 중 저출산 대책에 약 109조원이 투자될 전망”이라고 보고했다.

이에 나 의원실에서는 복지부 등 20개 관계부처에 1~3차 저출산 기본계획 세부 내용, 예산 및 결산 내역, 각 사업을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으로 선정한 사유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모르겠다’는 답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1차(2006~2010년) 사업은 집행 결과를 파악하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나 의원실의 한성연 비서관은 “담당자가 너무 많이 바뀌어 예·결산 내역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답도 많았다”며 “일부 사업은 없어지기도 해 해당 부서나 담당자도 ‘그런 사업은 모른다’고 대답하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뚜렷한 정책 목표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든 후에 부처별로 사업을 추진하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은 각 부처가 관련 사업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다 묶어 저출산 예산으로 집계하는 방식이라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기존 사업을 저출산 관련 사업이라고 끌어다 놓은 모양새”라며 “이런 상황에서 3차 계획에 수십조원을 더 써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사업들 위주로 예산을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종의 쪽지예산 같이 부처에서 하고 싶은 사업이 있으면 저출산에 슬쩍 끼워넣는 경우가 많다”며 “저출산 사업과 관련 없는 것들은 가지치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잘하는 부처에 정책 독점권을 줘서 더 강하게 밀어붙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컨트롤타워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봉주 교수는 “예산편성권과 실질적인 정책편성권을 가지지 못하면 기존 부처들의 사업을 통합하고 조정하기가 힘들다”며 “국무총리 산하에 예산편성권을 가지고 있는 독립부처를 두는 등 강력한 실행기구를 두는 것이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삼식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 부처 차원의 정책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최고 결정자가 의지를 가지고 국민과 사회, 기업이 모두 동참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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