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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특별사면엔 있고 ‘낙하산’엔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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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석
경제부 기자

“그래도 특별사면은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 않습니까. 낙하산은 하나부터 열까지 깜깜이예요.”

8·15 특별사면이 단행된 직후 한 금융권 인사가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특사보다 ‘낙하산 인사’의 불투명성과 폐단이 더 크다는 그의 주장은 일리가 있었다.

특사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들 중에서도 특히 도드라진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제왕적 은전’이며 사법권 침해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대통령의 법적 권한인 것 역시 사실이다.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 절차도 있고, 특사의 수혜자들도 낱낱이 공개된다. 최종 책임 역시 대통령이 진다. 특사의 횟수와 특사 대상 ‘범털’의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대통령이 여론의 비판을 감안한 듯한 흔적으로 읽혀서다.

낙하산은 다르다. 육법전서 어디에도 낙하산 인사권을 명시한 조항은 없다. 누가, 누구를 선택해 어떤 절차를 통해 그 자리에 앉도록 조정하는지도 알 길이 없다. ‘그분’의 뜻이라는 걸 짐작만 할 뿐이다. 책임 소재가 모호하니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세월호 사태와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거치면서 드러난 낙하산의 민낯은 재차 언급하기가 지겨울 정도다. ‘해바라기’ 성향과 비전문성, 조폭식 연대의식으로 똘똘 뭉친 그들은 피지 못한 젊음을 앗아갔고, 세계 최고의 조선업체를 나락에 빠뜨렸다.

더 큰 문제는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혀 잦아들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건설의 신임 사장은 불투명한 공모 절차 때문에 일찌감치 ‘낙하산’으로 낙인찍혔다. 신용보증기금은 차기 이사장 공모를 위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놓고도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 “낙하산 낙점을 기다리는 것”이라는 의혹을 샀다. 수자원공사도 낙하산 공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세 명의 신임 사장 후보를 선정했다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제동이 걸렸다. 청와대와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은 은행연합회·손해보험협회·생명보험협회·금융투자협회 등의 간부 자리를 꿰차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억지 낙하산은 갈등을 키울 뿐이다. 이미 대우건설 퇴직 임직원들은 사장후보 내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고, 신보 노조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음달 28일부터는 도의적 문제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공직 관련 자리를 알아봐 달라는 것은 부정 청탁으로서 사법처리 대상이다. 대가성 금품? 없어도 된다. “그 자리, 저 시켜주시면...”이라는 한 마디만 확인하면 충분하다. ‘예비 낙하산’님들, 그러니 이제 그만 그치심이 어떨지.

박진석 경제부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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