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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방사성 요오드 치료 안 듣는 갑상샘암 환자의 마지막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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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샘암은 ‘착한 암’으로 불린다. 1~2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이 100%에 가깝다. 수술과 방사성 요오드 치료 성적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4기로 가면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고약한 암으로 돌변한다. 방사성 요오드 요법이 듣지 않아 생존율이 51%까지 떨어진다. 이때 생존율을 늘리는 치료제가 바로 표적항암제다. 악성 갑상샘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어 환자들의 속을 태운다.

악성 갑상샘암 잡는 표적항암제

서울 동작구에 사는 정순애(48 ·여·가명)씨는 최근 의사에게서 갑상샘암이 재발했다는 말을 들었다. 8년 만이었다. 암이 완전히 없어진 줄 알고 있어 당황했지만이번에도 쉽게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치료에 들어갔다. 예상과 달리 치료를 거듭할수록 상황은 나빠졌다.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전과 같이 고용량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했지만 별 반응이 없었다. 폐 전이도 확인됐다. 의사는 마지막 방법으로 표적항암제 투여를 권했다. 다만 효과가 좋은 항암제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어려운 살림에 어떤 치료제를 선택할지 정씨는 고민하고 있다.

치료 후 10년 지나도 재발 우려
갑상샘암은 완치 판정을 내리기 어렵다. 다른 암은 치료를 마치고 5년간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됐다고 판단하지만 갑상샘암은 10년 넘게 재발 가능성이 남아 있다. 진행이 매우 더딘 탓이다. 각종 검사에서 암이 완전히 없어진 것처럼 보여도 미세한 암세포가 남아 있다가 천천히 몸집을 키운다.

일반적으로 갑상샘암 치료는 수술 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하는 순으로 진행한다. 미사일로 적의 주둔지를 타격하고 보병을 투입해 잔당을 없애는 것처럼 수술로 암이 생긴 부위를 절제하고 혹시 남았을지 모르는 미세한 암세포를 방사성 요오드 치료로 없애는 식이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의 원리는 갑상샘 세포의 먹이인 요오드에 독(세포를 죽여 없애는 방사성 물질)을 묻혀 섭취토록 하는 것이다. 식성이 좋은 암세포가 요오드를 먹고 없어진다.

그런데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암이 재발하거나 다른 장기에 전이됐을 때다. 암을 오래 앓으면 갑상샘 세포의 요오드 섭취 능력이 떨어진다. 당연히 방사성 요오드 치료 효과가 없다.

갑상샘암 환자 10명 중 1명
수술·치료 받아도 재발·전이
표적항암제 쓰면 진행 멈춰


문제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듣지 않는 환자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전체 갑상샘암 환자 10명 가운데 1명은 방사성 요오드에 반응하지 않는다. 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 정윤재 교수는 “비율로는 낮아 보일 수 있지만 갑상샘암 환자가 많다 보니 절대적인 숫자로는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김원배 교수는 “암이 진행될수록, 전이·재발이 반복될수록 갑상샘 세포의 요오드 섭취 능력이 떨어져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다”며 “반복된 치료 탓에 누적 방사성 양이 투여 가능한 범위를 초과해도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남은 방법은 한 가지다. 암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표적항암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암세포는 스스로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아 증식한다. 표적치료제는 암세포가 새 혈관을 만들어내지 못하게 하는 치료제다. 혈관이 없는 암세포는 뿌리가 잘린 나무처럼 서서히 소멸한다.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됐거나 암의 진행 정도가 심해 수술이 불가능할 때,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때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은 현재로선 표적항암제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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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갑상샘암에 쓸 수 있는 표적항암제는 한 가지뿐이었다. 그래서 이 항암제가 듣지 않으면 대안이 전혀 없었다. 올해 초 새로운 갑상샘암 치료제가 허가됐다. 임상시험에서 무진행생존기간(PFS)이 18.3개월로 나타났다. 약을 투여받은 환자가 병의 진행 없이 평균 18.3개월을 지냈다는 의미다. 직접적인 비교 연구는 없지만 기존 치료제(10.8개월)보다 앞선다. 이런 이유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는 지난해 가이드라인을 수정해 이 치료제를 우선 투여하라고 권고했다.

무진행기간 7~8개월 늘린 치료제
정 교수는 “불과 7~8개월 차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갑상샘암의 특성상 암세포가 굉장히 천천히 증식한다는 점에서 이 차이가 10~20년에 걸쳐 누적됐을 때 전체 생존기간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적항암제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혔던 내성 문제도 어느 정도 보완했다. 일반적으로 표적항암제가 새 혈관 생성을 방해하면 암세포는 어느새 이에 적응하고 다른 방향으로 뿌리를 내린다. 표적항암제에 내성이 생기는 과정이다. 기존 항암제는 뿌리내리는 길목 하나만 막는 치료제였다면 새 치료제는 여기에 추가로 우회로까지 막는다. 당연히 내성 발생 가능성이 작다. 이런 장점으로 갑상샘암뿐 아니라 신장암·폐암·간암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정씨를 포함한 환자 대부분은 성능 좋은 이 치료제를 ‘그림의 떡’으로 바라봐야 한다. 앞서 허가된 표적항암제는 건강보험 급여 항목이지만 올해 초 나온 치료제는 아직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되지 않아서다. 그래서 환자가 부담해야 할 두 치료제의 가격 차이는 약 25배에 이른다. 정 교수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로 해결되지 않는 환자에게 표적치료제는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지만 비용적인 문제로 지켜보기만 하는 환자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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