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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정명훈·서울시향의 사운드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정명훈 지휘자, 진은숙 작곡가, 황지희 국립합창단 보이스콰이어 지휘자,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왼쪽부터)이 19일 밤 롯데콘서트홀 개관 공연 1부 순서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 롯데문화재단]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8~10층에 마련된 롯데콘서트홀은 28년 만에 서울에 문을 연 2036석 규모의 클래식음악 전용 콘서트홀이다. 포도밭처럼 홀 중심에 무대가 있는 ‘빈야드(vineyard) 스타일’로 롯데그룹이 1500억원을 투입했다. 국내 공연장 최초로 콘서트홀 내부 구조를 ‘박스 인 박스(BOX-in-BOX)’ 식으로 만들어 쾌적하고 반향음(反響音)도 좋아 소리가 입체적으로 들린다. 오랜 테스트 덕분인지 스태프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롯데콘서트홀 개관 연주회 가보니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모기업은 18일로 예정했던 개관 행사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로 인해 19일 오후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연주회가 실질적인 개관 기념행사가 됐다. 성대한 이벤트는커녕 흔한 리셉션조차 없었다. 썰렁하거나 아쉬웠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이런 부대 행사가 생략된 덕분에 콘서트홀과 음악가, 그리고 그들이 빚어낸 음악이 이날의 온전한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개관 공연은 정명훈과 서울시향의 모처럼의 조우라는 측면에서도 화제였다. 예술감독 직에서 물러난 후 8개월 만의 재결합이었다.



첫 곡으로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3번 Op.72가 연주된 뒤 이날을 위해 롯데콘서트홀이 위촉한 진은숙 작곡가의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가 40분간 초연됐다. 진은숙의 작품 가운데에서도 여러모로 의미가 담긴 곡이다. (한국 작곡가임에도) 한국 공연장이 위촉하고 한국 오케스트라가 초연한 최초의 곡이었다.



우주와 천체에 관한 11편의 시를 남녀 혼성 합창단과 어린이 합창단 179명이 장중하게 노래했다. 스트라빈스키 등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익숙한 이미지가 합창 사이사이로 튀어나오는, 한 편의 거대한 현대음악 콜라주를 연상시켰다. 특히 4958개의 파이프로 구성된 오르간의 사운드는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할 만했다.



2부에서는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이 연주됐다. 정명훈은 웅장한 오르간 사운드 위로 오케스트라를 섬세하면서도 날렵하게 지휘했다. 테스트 콘서트에서 지적된 대로 콘서트홀의 다소 긴 잔향 탓에 일부 사운드는 중첩돼 뭉개지는 경향이 있었지만 감상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특히 일반 공연장에 비해 중저음 악기들의 소리는 훨씬 명징하게 울렸고, 피아니시모 사운드에조차 공연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덕분에 그동안 가려져 있던 음악의 속살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돋보인 것은 정명훈의 지휘봉을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서울시향 단원들의 모습이었다. 제 주인을 만난 악기처럼 이 악단은 모처럼 생기 넘치는 사운드를 분수처럼 쏟아냈다. 정명훈과 서울시향, 이 결합이 아니고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소리였다.



본 공연 이후 이어진 앙코르의 향연은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가 회포를 푸는 시간이기도 했다. “정작 한국에서는 연주한 적이 없더라”며 정명훈이 소개한 첫 번째 앙코르는 북한 작곡가 최성환이 관현악곡으로 편곡한 ‘아리랑’이었다. 2012년 파리 플레옐 홀에서 개최된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와 북한 은하수 관현악단 공연에서도 앙코르로 연주한 곡이다.



두 번째 앙코르에서는 돌발 상황이 일어났다. 정명훈이 미처 포디엄에 오르기 전 부악장 웨인 린의 주도로 ‘정명훈 표 앙코르’로 유명한 브람스의 헝가리 춤곡 1번이 갑자기 터져 나왔다. 단원들이 옛 수장에게 건네는 깜짝 선물이었다. 잠시 발길을 멈춘 정명훈은 객석으로 내려가 단원들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다시 포디엄에 올라 합류했다.



마지막 앙코르인 비제의 ‘카르멘’ 서곡이 끝난 뒤에도 청중은 기립박수로 정명훈을 끊임없이 무대로 불러냈고, 단원들도 도통 자리를 뜨려 하지 않았다. 급기야 정명훈이 악장과 부악장의 팔을 붙잡고 억지로 함께 퇴장하며 콘서트는 훈훈하게 막을 내렸다.



유쾌하고 흥겨운 객석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공연 뒤 백 스테이지는 숙연한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헝가리 춤곡을 연주하며 평정심이 무너지기 시작, 무대 위에서 눈물을 살짝 내비치던 단원들은 급기야 무대 뒤에서 서로를 끌어안으며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만감이 교차하기는 오랜 산고 끝에 개관 콘서트를 치른 롯데콘서트홀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고 김주호 전 롯데콘서트홀 대표의 부인 또한 분장실을 찾아와 오열했다. 무엇이 그들을 힘들게 했는지는 따질 것도 많고 얽힌 것도 많다. 하지만 무엇이 그들을 무너지지 않게 지탱하는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바로 ‘음악’이었다.



▶관계기사 16~17면



 



 



노승림 음악 칼럼니스트·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anna.s.r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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