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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 배우러 왔습니다, 아이비리그 학생도 몰려

하계대학 유학생들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K 팝 프래시 몹을 배우고 있다. [사진 고려대학교]



국내 대학으로 외국인 유학생들이 급격히 몰리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다. 현재 10만 명가량이 국내에서 공부하고 있다. 그러나 20만 명이 넘는 한국 학생이 해외 대학으로 유학 가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대학 교육은 국제수지 면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그래프).



한류 2.0 시대 -7- 대학가 하계캠퍼스

한국에 오는 유학생의 절대다수가 장학금을 받는 중국인과 베트남인이다. 선진국에서 한국으로 온 학생의 숫자는 전체 유학생의 10분의 1에 불과한 1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이나 베트남?몽골 등의 유학생들이 어느 순간 선진국이나 제3의 국가로 방향을 튼다면 국내 유학생 숫자는 급감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학가에서는 하계캠퍼스라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대박을 내고 있다. 고려대의 경우 올여름에 하계캠퍼스 프로그램을 4주와 6주짜리로 진행하고 있다. 1900명의 유학생이 자비로 등록할 정도로 기염을 토했다. 연세대도 올해 1200여 명의 하계국제대학생으로 붐비고 있다. 하계국제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의 주요 10개 대학의 유학생 숫자만 합쳐도 5000명이 넘는다. 특히 중요한 것은 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한양대의 하계국제대학 유학생들 중 미국·싱가포르·캐나다·영국 등의 선진국 출신이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올여름 지출한 수업료는 100억원을 훌쩍 넘긴다.



장동현 고려대 국제처 과장은 “1400~1600명 선에서 10여 년간 진행해 왔던 하계국제대학이 이번에 1900명으로 급성장한 주요 이유는 다양한 수요층을 흡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유연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류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을 위해 학문보다는 한국의 문화체험을 수업 형태로 진행할 수 있는 문화집중코스를 최초로 개강한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성공요인”이라고 귀띔해주었다. 문화집중코스를 통해 난생처음 한국 요리, 태권도, 한국 음악을 수업 형태로 이수할 수 있게 한 것은 명실공히 한류와 대학 교육을 융합한 앞선 시도였다.



올해로 9년째 고려대 하계캠퍼스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미국 에머리대의 사미란 바너지는 본교 학생들이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 서울까지 마다하지 않고 따라오는 유명 교수다. 바너지 교수는 “처음엔 호기심에서 한국을 방문했지만 이제는 서울에서의 강의가 가장 기억에 남는 훌륭한 수업”이라고 호평한다. “한국의 학생들은 똑똑하고 열심히 공부한다”라고 말문을 연 바너지 교수는 “이제 아이비리그 재학생들도 자신의 수업을 들을 정도로 고려대 하계캠퍼스가 국제적으로 유명해졌고, 학생층도 다변화했다”고 전한다. 딸이 한류 팬인 바너지 교수는 “한국은 재미있고 특별한 나라”라고 강조했다.



한류와 대학 교육 융합한 앞선 시도여름방학마다 영국에서 서울로 와서 두 과목을 가르치는 애스턴대의 다케나카 아유미(竹中步) 교수는 “한국 학생들은 배우려는 동기 부여가 확실하다”고 놀라워했다. 다케나카 교수는 “한국에서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싶다”고 한국에 온 이유를 조심스레 밝혔다.



선진국의 교수와 학생들이 서울에서 가르치고 공부하는 진풍경은 그리 새로운 것만은 아니다. 연세대는 10여 년 전 외국 유명 대학의 교수들을 초청해 국내 학생과 해외 동포들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지금은 해외 초일류 대학의 학생들까지 서울로 몰려오는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국내 교수들이 가르치는 한국학이나 한류 관련 수업, 그리고 경제나 경영학 수업은 외국 학생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이렇게 유명 교수진이 여름방학을 포기한 채 한국에 와 가르치게 된 것은 파격적인 강의료뿐 아니라 완벽에 가까운 서비스 덕분이다. 통근버스로 숙소에서 학교까지 매일 바래다주고 데리고 오는 것은 물론 주말마다 관광이나 문화체험 서비스도 제공한다. 수업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조교들이 보조하고 불편사항을 덜어주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불만사항은 남아 있다. 바너지 교수는 “미국 대학과는 달리 한국의 학부생들은 연구 기회가 없다”고 지적한다. “에머리대만 하더라도 학부생과 교수 간의 일대일 연구 프로그램이 있다. 가끔 우수한 논문을 제출하는 학생도 있다”고 말하면서 “한국의 학생들은 똑똑하나, 아직도 암기식 위주의 교육과 관료적 교육시스템이 문제”라고 마음에 와 닿는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한국 학생 똑똑하지만 암기식 교육 문제”과거 대학생들은 여름방학 때 농촌봉사활동이나 멤버교육(MT) 합숙여행을 통해 그들만의 낭만과 새로운 경험을 축적했겠지만, 요즘 학생들은 한국에서 하계국제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글로벌 한류 체험을 하는 것을 그들만의 새로운 낭만과 경험으로 소중히 기억한다. 싱가포르에서 온 앤 탕은 싱가포르 경영대와 미국 버펄로대에서 복수학위를 공부하는 심리학 전공의 학생이다. 지난해 서울에 와서 공부하려 했으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사태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다. “한국어를 독학했어요. 한국에 와서 심리학 수업을 꼭 듣고 싶었다”고 말하는 탕은 “난생처음 태권도를 직접 배우면서 노란 띠를 땄다”고 자랑했다. 그는 “정말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영국의 명문 킹스칼리지에서 온 새뮤얼 브리지즈는 “전공은 컴퓨터공학이지만 한국어와 한국 역사를 공부하고 싶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 등 유럽 언어와 문화 일색으로 공부하지만 유럽 이외의 언어를 배우고 싶었고, 런던에서 만난 한국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배경 설명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주 한옥마을을 보고 정말 감명받았다”고 강력 추천을 했다.



루이스 곤살레스는 멕시코 ITESM대에서 화공학을 전공하고 있고, 현재 하계캠퍼스에서 경영학 수업을 듣고 있다. “고향에 기아자동차 공장이 생겼다. 모두들 한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저는 K팝 팬이고 꼭 한국에 가서 공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대학들이 싱가포르의 대학들과 같이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자비로 유학 오는 선진국의 학생들이 현저하게 늘어나야 한다. 장학금을 주고 중국과 베트남에서 ‘모셔온’ 유학생으론 전시형 행정에 불과한 헛수고라는 뜻이다. 선진국 학생들이 자비로 한국 대학에 유학 오려면 교수진과 학생들이 탁월해야 하고 교육행정의 후진적 규제도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혁신적인 투자를 통해 국제적인 교수진이 확보되고 영어 수업이 절대적으로 늘어나야 한다.



 



다음 회에는 해외에서 각광받는 ‘K-웹툰’을 소개합니다



 



 



오인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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