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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화로 변신한 아이리버처럼 기존 강점도 포기할 줄 알아야

성공의 함정에 빠져 좌초된 기업들의 사례는 다양하다. 글로벌 기업 중엔 미국의 모토로라, 핀란드의 노키아, 일본의 소니 등이 대표적이다. 1973년 세계 최초 휴대폰을 만든 뒤 90년대 세계 휴대폰 시장을 장악했던 모토로라, 그리고 그 뒤를 이으면서 2000년대 초반 핀란드 전체 수출액의 4분의 1을 차지했던 노키아. 두 기업은 스마트폰 태동기에 피처폰 제조에만 전념하다가 쇠락했다. 새 흐름을 못 읽었거나, 읽었어도 과거 전략에 목맨 결과다. 노키아에서도 일했던 토미 에이호넌 경영컨설턴트는 “노키아는 혁신적 기업이었지만 어느 순간 조직이 관료화하면서 혁신정신을 잃었다”며 “처음엔 애플의 아이폰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우수 인력들이 애플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치명타를 입었다”고 진단했다.



90년대까지 세계 TV 시장 등을 장악하면서 ‘전자왕국’ 일본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소니 역시 쇠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애플이 2001년 MP3플레이어 ‘아이팟’으로 새 시장을 만들 때 소니는 기존 ‘워크맨’을 좀체 포기하지 못했다. TV에선 1990년대 후반 트리니트론 방식의 브라운관 TV에 안주하면서 평면 액정표시장치(LCD) TV 제조를 중지하는 악수를 뒀다. 이는 무섭게 치고 올라온 한국의 후발주자들에 주도권을 내주는 결과를 낳았다. 소니 TV는 2007년 삼성전자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아직까지 옛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워크맨과 트리니트론 둘 다 소니를 세계적 기업으로 만들어준 히트작이었다.



성공의 함정 피해가려면

완성차 업체인 일본 도요타도 성공의 함정에 빠졌던 경우다. 도요타는 2009~2010년 대규모 리콜로 미국 등 전 세계 시장에서 치명타를 입었다. 과거 엔고 극복의 열쇠였던 원가 절감이 독이 됐다. 이전까지 도요타는 생산 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일정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가격 경쟁력 유지를 위해 부품 가격을 낮추는 데만 급급하다가 품질 관리에 소홀, 리콜 사태를 겪어야 했다. 다만 도요타는 이때 이후 절치부심하면서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한국 기업들도 성공의 함정 얘기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1999년 IT 벤처 붐에 나란히 등장했던 아이러브스쿨·프리챌·싸이월드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들은 그 인기가 오래가지 못했다. 글로벌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기존 강점에 안주하다가 새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80년대 이후 국내 PC 시장을 이끌었던 삼보컴퓨터 또한 고비를 못 넘겼다. 삼보는 세계적인 PC 수요 급증 때 수출 기업으로 변신, 성장했지만 자체 브랜드 개발에는 소홀한 채 주문자설계생산(ODM) 방식에만 안주했다. 과거처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승부한다는 전략이었지만, 더 저렴한 PC를 무기로 삼은 중국·대만 업체들의 등장에 고전하다가 법정관리 대상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성공의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선 “기업들이 시장의 변화와 경쟁사 전략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항상 위기감을 갖고 ‘무한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무한 혁신의 방법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존에 성공했던 제품·서비스를 맹신하는 대신, 새로이 떠오르는 기술에 주목하는 것이다.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공룡들이 VR·AR·AI 같은 신기술의 연구·개발(R&D)에 과감히 투자하는 이유다. 다른 하나는 지금껏 강점이 됐던 정체성을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다.



일본의 게임 기업 닌텐도가 최근 AR 기반의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Pokemon Go)’를 통해 두 가지를 모두 보여줬다. 신기술인 AR에 주목했고, 그동안 홀대했던 모바일 게임 분야에 뛰어들었다. 앞서 닌텐도 경영진은 2013년 무렵까지만 해도 기존에 강했던 분야인 휴대용 게임만을 고집했다. 지난해 별세한 고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CEO는 한때 “모바일 게임 시장이 곧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오히려 트렌드 변화를 자각하고 신기술까지 활용하자 좋은 결과가 따랐다.



국내 기업인 아이리버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MP3플레이어와 휴대용 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로 성공했던 이 회사는 시장성이 악화되자 미련 없이 변신을 꾀했다. 2011년 태블릿과 전자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는가 하면, 일정 수요가 꾸준하게 발생하는 고음질·고가의 오디오 분야에 주력하면서 틈새시장을 노렸다. 이런 고급화 전략은 국내외 음악 매니어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통했고, 2014년 SK텔레콤에 인수돼 시너지 효과까지 나면서 6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금은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수출에서 발생하는 ‘강소기업’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기존 강점도 과감히 포기할 줄 알았기에 얻은 결과다.



 



 



이창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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