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탄수화물 끊은 남자의 술 안주로 딱

그는 엄청난 주량을 자랑하는 대(大)주가다. 대용량 사이즈의 맥주 큐팩 6통은 가뿐히 해치우고, 소주도 기본이 3병이다. 그런 그에게 언제부턴가 나쁜 술버릇이 생겼다.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많이 마시는 날에는 미친 듯이 ‘안주빨’을 세운다. 그리곤 집에 가서 또 찌개에 밥을 말아 정신없이 먹어 치운다나. 훤칠한 키에 핸섬한 얼굴의 그였지만 속수무책으로 살이 찔 수밖에….



어느 날, 그가 독한 마음을 품었다. “이렇게 살다간 몸 버리겠다”며 “탄수화물을 끊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밀가루는 죽을 때까지 먹지 않을 거야. 밥은 오로지 현미만!” 튀김 류와 인스턴트 음식을 끊고, 칼로리 높은 삼겹살은 비계를 떼고 먹거나 아예 목살만 먹었다. 그렇게 독하게 몇 달을 다이어트 한 결과 14kg 감량 성공! 살을 쪽 빼고 나니 그의 얼굴에서 배우 송중기가 보인다.



이지민의 “오늘 한 잔 어때요?”-10- 물회·막회 전문점 ‘영덕회식당’

살을 빼려면 술을 끊는 게 정석이지만 그는 다이어트 기간 중에도 술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매일 엄청나게 마셔댔다. 안주만 잘 가려먹으면 된다나. 하지만 함께 술 마시는 사람들은 좀 힘들다. 밀가루 No. 튀김 No. 술집 찾기가 쉽지 않다. 결국 답은 회와 해산물. 그렇다면 여기가 ‘딱’이다.



오늘의 주인공 ‘영덕회식당’이다. 물회·막회·과메기로 유명한 곳이다. 충무로에서 30년이 넘었으니 10년 단골인 나는 명함도 못 내민다. 가게 이름 때문에 사장님을 영덕 출신으로 오해하지만 신옥자(59) 사장님은 경북 영덕군 강구(江口)면 출신이다. 아침에 눈만 뜨면 뱃사람들이 막 잡아와 던져 놓은 생선들이 수돗가를 꽉 채울 정도로 횟감을 가득 접하고 살았던 그녀는 80년대 서울로 상경하면서 식당을 차리게 됐다. ‘강구’가 덜 알려진 지역이라 가게 이름엔 ‘영덕’을 넣게 됐다고 한다.



메뉴는 단출하다. 물회밥·막회·문어·과메기가 전부다. 수는 적지만 맛 하나는 최고다. 비결을 물었더니 사장님이 단호하게 두 가지를 짚었다. “첫째는 무조건 물건(싱싱한 해산물)이 좋아야 하고 둘째는 양념 맛이지.”



식재료는 해산물 중매인으로 오래 일한 사장님의 남편이 노하우를 살려 최상급으로 선별한다. 물회나 막회에 들어가는 청어와 가자미는 동해·포항 등지에서 공수해오는데 냉동된 것은 절대 쓰지 않는다. 눈이 맑고 기름기가 많이 오른 자연산 그대로를 쓰기 때문에 맛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문어도 살아있는 상태로 공수해 와서 바로 삶아야 씹을 때 감칠맛이 난다고 한다. 20~22kg 짜리 문어를 강원도에서 공수하는데 지역 명까지는 영업 비밀이라고 안 가르쳐준다. 문어는 바다마다 맛이 달라서 지역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또 하나의 인기 메뉴 과메기는 포항 구룡포에서 공수해오는데, 숙성 기간을 역으로 주문해서 맞춤형으로 들여온다. 숙성 정도에 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1월까지 말린 과메기를 진공 포장으로 들여와 1년 내내 판매하는데, 좋은 재료는 손님들도 바로 알아보는 법. 비린내가 전혀 없고, 윤기가 좌르르 흘러 주당들은 열광한다. 손으로 쭉쭉 찢은 과메기를 기장미역과 두툼한 다시마 등을 곁들여 내는데 구수한 손맛이 그대로 담겨 쫀득쫀득하고 고소하다.



메뉴에 화룡점정 역할을 하는 양념은 강구에서 시어머니가 직접 담근 고추장이 기본이다. 여기에 막걸리식초·통깨·다진 파 등 갖은 양념이 들어가는데 불타는 듯 빨간색이 일품이다. 일명 ‘마성의 양념’으로 불릴 만큼 술을 부르는 맛이다.



잘 되는 집이라고 왕도는 없다. 이 모든 걸 준비하는데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다. 매일 밀려오는 주문 양을 감당하려면 횟감이 많이 필요하고, 손질하는 데만 꼬박 3시간30분이 걸린다. 신 사장님은 새벽 5시에 나와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한다. 특히 가자미의 경우 뼈를 바르는 과정이 만만치 않고, 뼈를 다 발라내고 나면 고기 양이 절반으로 줄어 영업적으로도 손해지만 손님들이 찾으니 그걸 다 감수하고 내놓는다.



그와 함께 자리를 잡고 막회 한 접시와 문어 그리고 소주와 맥주를 주문했다. “맛있는 해산물에는 역시 소맥이지.” 먼저 나온 야들야들한 문어를 신나게 먹고 있으니 막회가 나왔다. 무·양파 채 위에 청어·가자미회가 듬뿍 올라갔다. 접시 한쪽에 올린 쑥갓과 채 썬 배·오이·고추·쪽파를 골고루 섞어 양념장과 함께 쓱쓱 비벼 먹으면 일품이다. “탄수화물은 안 먹더라도 이 여름이 가기 전 물회밥은 꼭 먹어야 되요”라고 권했더니 탄수화물 안 먹기를 선언한 그도 마다하질 않는다. “몇 달 만에 먹는 밥인데 정말 시원하고 맛있다.”



배를 두드리며 만족해 하는 그를 사장님께 인사시켰다. “사장님, 다이어트 한다고 해산물만 먹는 남자에요.” “호호호~, 해산물만 먹는다면 우리 손님으로는 최고인데 잘 생겨서 더 최고네.” 앞으로 이곳에 올 때는 무조건 그와 와야겠다. ●



 



 



이지민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