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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병든 아내와의 갈등 극복] 나쁜 남자? 좋은 남편? 당당히 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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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수학교사였다. 명문대를 나왔고, 똑 부러지는 성격에다 예쁜 얼굴, 완벽한 일처리 능력까지 갖춘 아내는 결혼 전 뭇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2년 전 지인의 소개로 아내를 만났다.

죄의식에 빠지지도, 후회하지도 말아야 ... 처가와 솔직한 대화도 필요

6개월 연애 끝에 결혼했는데, 연애 기간 내내 아내는 멋졌다. 자신의 일에 대해서도, 부부가 함께하는 미래에 대해서도 꿈과 열정이 가득한 그녀. 부모님도 그런 며느리를 아주 흡족해 했고, 그도 핑크빛 결혼생활을 그렸다.

결혼 후 1년이 조금 지났을 무렵이다. 아내는 직장에서 중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마감이 얼마 안 남았다며 밤을 며칠 샜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내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는 것이다.

뇌출혈이었다. 젊디 젊은 여성에게 뇌출혈이라니! 응급수술 후 중환자실로 옮겨진 아내. 가까스로 의식은 회복했지만 소뇌에 문제가 생긴 아내는 이제 사람들의 이야기에 눈만 껌뻑일 뿐, 걷지도 말하지도 못한다.
 아내의 갑작스런 뇌출혈
 
병원생활, 벌써 반년이 지나간다. 친가는 물론 처가에서도 서른 둘 나이에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며 이혼 얘기를 꺼내신다. 사실 지난 반년은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다. 이혼을 떠올려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병든 아내를 저버리는 비양심적이고 몰염치한 사람이 되긴 싫다.

그렇게 바라볼 사람들의 시선을 감당할 용기도 없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밤을 꼬박 새는 날이 많아진다.

마음이 아프다. 어찌 아내에게 그런 일이? 정말 기가 막히고, 그녀가 불쌍하다. 하늘도 무심한 일이다.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다. 진실은 무엇인가? 한 여자가 병실에 누워 있다. 그녀 혼자 덩그러니 버려진 것이 진실이다.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으려 해도 못 잡는 게 진실이고, 무슨 말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게 진실이다. 야윈 뺨에 더운 눈물이 한없이 흐른다는 것은 더한 진실이다.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끈기를 낳고, 끈기는 희망을 낳는다.”

마음이 슬프다. 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세상이 불공평하고, 나 자신이 가엾다. 나는 예외일 것이라고 믿었다. 이러기도 어렵고 저러지도 못한다. 진실은 무엇인가? 한 남자가 병실에 서 있다. 그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것이 진실이다.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아도 느낌이 없는 게 진실이고, 어떤 말을 해야 좋을지 안 떠오르는 것도 진실이다. 지친 몸에 찢어지는 가슴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은 더한 진실이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위로를 받을 것이다.”

맹자에 이런 말이 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양보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 네 가지 마음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타고난 성(性)이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인(仁)에서 우러나오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은 의(義)에서 우러나온다. 양보하는 마음은 예(禮)에서 우러나오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은 지(智)에서 우러나온다. 인의예지는 인간이 인간답게 되는 완전한 덕(德)이다.

우리는 인과(필연)의 법칙을 믿는다. 콩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내가 생각한 대로, 내 뜻대로 안 될 때 속상하다. 최선을 다하고 나서, 일이 잘 안될 때 좌절한다. 인생은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는 동시성(우연)의 법칙을 생각한다.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 이루어진다. 내가 계획한 대로, 내 뜻대로 안 되도 속상하지 않다. 최선을 다하고 나서, 일이 잘 못돼도 감사한다. 운명은 벌어진 일을 어떻게 받아 들이는가가 중요하다.

우리는 재난에 의외로 담담하다. 인간 뇌는 충격적 사건을 다양하게 조작한다. 유리한 것만 받아들이고, 불리한 것은 무시한다.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조작하고, 결과를 의식적으로 느낀다. 이러한 조작을 방어기제라 하는데, 재난으로부터 마음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재난을 통해 성숙한다. 생애 충격은 우리를 파국으로 이끌지 않는다. 사고로 마비가 된 것이 ‘인생의 전환’이 되고, 암 투병이 ‘대단한 경험’으로 해석된다. 지난날의 아픔과 슬픔을 씻고 나면, 견고한 기초가 마련된다.

자, 그에게 돌아가자. 그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나쁜 사람이 돼 보자. 어쩌다 만난 인연이다. 헤어지자! 젊은 나이에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처가에서 이혼하라지만 본심이 아니다. 병든 아내를 책임져주길 바랄 것이다. 비양심적인 사람이 되자. 무엇이 두려운가? 용기가 필요하다. 반년이면 충분히 인내했다.

이제 벗어날 때가 됐다. 몰염치한 사람이 되자. 누가 겁나는가? 결단이 필요하다. 작은 나를 느껴보자. 나 하나만을 생각하자. 뭇사람의 시선에 뻔뻔해지자. 누가 나쁜 놈이라 할 때, ‘뭐야?’라고 하면 그는 나쁜 사람이다. 하지만 잠시 생각한 후, ‘맞다’고 하거나 씩 웃으면 그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후회하지 말자. 미안해하지 말고, 죄의식에 빠지지 말자. 훗날, 누가 물으면 내가 원해서 그랬다고 하자.
비 온 후 땅이 더 굳는다
 
둘째, 좋은 사람이 돼 보자. 인연은 소중하다. 그냥 살자! 한창 나이지만 이렇게 살 수도 있다. 친가에서 이혼하라지만 사랑을 떨치기 어렵다. 병든 아내를 누가 돌보겠는가. 양심적인 사람이 되자.

무엇이 두려운가? 용기가 필요하다. 반년은 부족하다. 오랜 인내가 필요하다. 인간다운 사람이 되자. 누가 겁나는가? 결단이 필요하다. 큰 나를 느껴보자. 전체와 연결된 나를 떠올리자. 뭇사람의 시선에 떳떳해지자.

누가 좋은 사람이라 할 때 ‘물론!’이라 하면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잠시 생각한 후, ‘아니다’고 하거나 묵묵히 자리를 뜨면 그는 좋은 사람이다. 후회하지 말자. 아파하지 말고, 슬픔에 빠지지 말자. 훗날, 누가 물으면 내가 원해서 그랬다고 하자.

셋째, 솔직해 보자. 처가와 대화하자.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잃는다고 하는데, 무엇을 잃는단 말인가? 비 온 후에 땅이 더 굳는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 친가와 대화하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얻는다고 하는데, 무엇을 얻는단 말인가?

모든 인간은 홀로 존재한다. 슬픈 만큼 자비로워진다. 자유로워지자. 잃을 것도 없고, 얻는 것도 없다. 아무도 미워하지 말고,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말자. 어느 누구에게도 매이지 말자. 사랑의 추억은 영원한 현재로 간직하자.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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