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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속으로] 세계 명품 패션쇼 87회…“쌍꺼풀 없고 피부 하얗고 밋밋한 얼굴이라 좋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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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데뷔 2년 만에 모델스닷컴에서 ‘세계 4대 컬렉션 무대에 가장 많이 선 아시아 모델’로 꼽힌 최소라. 앞으로의 목표는 “여전히 동양인 모델을 기용하지 않는 디자이너의 쇼에 서는 것”이다. [사진 김경록 기자]

‘K팝’ ‘K뷰티’를 통해 유럽과 미국에 확산된 한류는 음식과 패션에까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뉴욕과 런던에 모던 한식당이 문을 열고, 한국의 젊은 패션 디자이너들의 팝업 스토어가 패션계 뉴스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유독 장벽이 높은 분야가 있다. 패션모델들의 세계다. 파리·밀라노·뉴욕·런던 세계 4대 컬렉션에 서는 백인 모델과 유색인종(흑인·아시아인) 모델 비율은 평균 9대 1. 아시아 모델이 세계 4대 컬렉션 무대에 서는 건 하늘에서 별을 따는 수준이다. 웬만한 경쟁력이 아니고서는 자리를 차지하기 어렵다.

아시아 톱 모델 최소라

이 고난도 경쟁에서 한국인으로서 당당히 앞서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모델 최소라(24)다. 그는 지난 1년간 4대 컬렉션 패션쇼에 가장 많이 선 동양인 모델로 꼽혔다. 모델 랭킹을 집계하는 모델스닷컴에 따르면 모두 87개의 쇼에 섰다. 아시아인 2위인 중국 모델 징원(82개 쇼)과도 차이가 난다. 더욱 눈에 띄는 건 최소라가 선 무대 중 50개가 샤넬·디올·에르메스·구찌·프라다·루이비통 등 럭셔리 브랜드로 분류되는 ‘톱 쇼’들이라는 점이다. 일시 귀국한 최소라를 18일 서울 청담동 카페 바운더리에서 만나 순수 토종이 세계 무대를 휩쓸고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2년 전 뉴욕 맨해튼으로 거처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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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스 반 노튼 패션쇼에 선 최소라.

해외 패션쇼 데뷔는 언제였나.
“2014년 5월 모나코에서 열린 루이비통 크루즈 쇼가 해외 첫 무대였다. 해외 에이전시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파리의 모델 캐스팅 디렉터가 먼저 연락해왔다. ‘루이비통에 어울리는 얼굴’이라며 캐스팅 오디션에 한번 와보라고. 오디션이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보기 때문에 큰 기대 없이 여행 가는 기분으로 혼자 나섰다.”
캐스팅 오디션은 어떻게 진행됐나.
“2시간 정도 기다린 끝에 캐스팅 디렉터의 지시에 따라 겨우 몇 걸음 걸었는데 ‘잘 가’ 하기에 내 컴포지트 카드(신체 치수와 사진을 담은 카드)를 건네고 짐을 챙겼다. 그사이 안쪽 방에 있는 디자이너 니콜라 제스키에르에게 내 카드가 전달됐고 바로 합격 소식을 들었다. 그날 바로 옷 피팅을 하고, 잘 어울린다는 칭찬을 듣고, 이틀 뒤 모나코에서 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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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쇼 무대 뒤의 최소라. 헤어·메이크업 스태프가 동시에 그를 단장하고 있다. [최소라 인스타그램]

신데렐라 같은 이야기다. 해외 디자이너들이 좋아하는 당신의 장점은.
“말갛게, 깨끗하게 생겨서 좋다고 한다. 피부가 하얗고, 쌍꺼풀이 없고, 광대뼈나 턱선이 너무 강하지 않은 밋밋한 얼굴을 칭찬한다. 어렸을 때는 못생긴 내 얼굴이 싫을 때가 있었다. 주변에서 너도나도 쌍꺼풀 수술을 하니까 잠깐 유혹이 들기도 했는데, 안 해서 천만다행이다.”
아시아 모델 간 경쟁이 치열할 텐데.
“한 쇼에 자리가 한두 명밖에 안 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서양 사람들이 생각하는 ‘오리엔탈 느낌’은 중국이나 일본 모델이 우선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는 사람이 많다. 오디션 할 때 중국인이냐는 질문도 자주 받는다. 요즘은 중국인들의 구매력을 염두에 두고 중국 모델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톱 쇼 디자이너들이 당신을 찾는 이유는.
“패션은 늘 새로운 걸 갈구하고, 뉴 페이스를 좋아한다. 역설적으로 운이 좋은 신인에게는 기회가 더 많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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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쇼는 졸음, 배고픔과의 싸움이다. [최소라 인스타그램]

신선한 이미지 유지에 대한 부담이 클 것 같다.
“한두 시즌 지나면 이미지를 바꾸는 모델들이 있다. 변화를 시도하는 건 일종의 도박이다. 신선하게 느껴져서 새로운 클라이언트가 생길 수 있지만 기존 클라이언트가 등을 돌릴 수도 있다. 한 번은 앞머리를 자르고 눈썹을 탈색하고 디올 오디션에 갔다가 탈락한 적이 있다. ‘아차’ 싶어서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특별히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디자이너는.
“루이비통에서 데뷔했고 이후 한 시즌을 제외하고 모든 루이비통 쇼에 섰다. 2015년 가을·겨울 컬렉션때 루이비통은 내게 월드와이드 독점 출연을 제안했다. 뉴욕·런던·밀라노·파리에서 열리는 모든 쇼 중에서 루이비통 쇼에만 서야 하는 계약이다. 모델로서는 매우 영광이다. 그런데 쇼 바로 전날 봉제 피팅을 할 때 내 출연이 취소됐다. 결과적으로 그 시즌에는 단 한 곳의 런웨이에도 서지 못했다.”
너무 가혹한거 아닌가.
“패션계에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딱히 설명도 하지 않는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살이 좀 쪄 있었던 게 취소된 원인이 아닐까 싶다. 내가 입기로 돼 있던 옷이 쇼에서 빠진 게 아니라 다른 모델이 입고 나왔으니까. 유명 모델에게도 흔히 있는 일이다. 정말 냉정한 세계다. 그래서 프로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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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공개된 루이비통 2016년 가을·겨울 광고 속 최소라. [최소라 인스타그램]

그래서 악착같이 살을 빼는 건가.
“키 1m79㎝, 쇼 기간에는 몸무게 47㎏을 유지한다. 지금은 51㎏이다. 패션위크 시작하기 1~2주 전부터 먹는 걸 확 줄인다. 시즌 때는 한 달 반 동안 물과 초콜릿·바나나로 버틴다. 몸의 굴곡이 드러나지 않아야 옷이 온전하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마른오징어의 물기를 짜는 듯한 느낌이다. 지금처럼 쉴 때는 삼겹살도 피자도 먹는다. 인터뷰 끝나면 광장시장에 순대 먹으러 가기로 했다.”
사람이 한 달 넘게 물만 마시고 버틸 수 있나.
“죽을 것 같은데 참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까. 재미있고, 더 많은 쇼에 서고 싶은 마음 때문에 많이 괴롭지는 않다. 하루에 캐스팅 오디션을 20군데씩 다니다 보면 사실 밥 먹을 시간도, 먹고 싶은 생각도 없다.”
독자들에게 다이어트법을 조언해 달라.
“일반인들은 저녁을 조금 먹고, 아침·점심을 평소보다 한 숟가락씩만 덜어도 살을 뺄 수 있다. 바나나 다이어트, 식초 다이어트 이런 건 해봤자 수분만 빠지지 살이 빠지는 게 아니다.”
모델이 된 계기는.
“고2 때 친구가 모델 에이전시에 가는데 무서우니 같이 가달라고 했다. 꿈이 없을 때였는데 호기심이 생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큰 키가 콤플렉스였다. 처음엔 포즈를 너무 못 잡는다고 많이 혼났다. 목각 인형이냐는 소리도 들었다. 스스로도 한심해서 매일 연습했고, 서바이벌 프로그램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시즌 3’에서 우승도 하게 됐다. 모델 이 되지 않았다면 내가 살던 경기도 부천 지역을 평생 벗어나지 않았을 것 같다.”
순수 국내파인데 해외 무대에 도전한 이유는.
“재미있을 것 같아서다. 새로운 쇼에 서고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었다. 쉽지는 않다. 말도 잘 안 통하고 가끔은 보이지 않게 차별받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최고의 디자이너, 최상의 무대에 서고 싶다는 욕망이 더 크다.”
 
[S BOX] 고액 수퍼모델 소수…대부분 교통비 수준, 옷·구두·가방 주기도

초고가 제품의 화려함 속에 둘러싸인 패션업계지만 패션모델들의 삶까지 모두 화려한 것은 아니다.

뉴욕·런던·밀라노·파리 세계 4대 컬렉션 무대라고 다를 것도 없다. 오히려 더 혹독한 측면도 있다. 모델 최소라(24)는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었으면 해외에 나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는 보수가 적은가.
“같은 쇼에 서더라도 모델마다 다르게 받는다. 고액을 받는 수퍼모델급은 소수다. 대부분은 교통비 수준이거나 아예 안 주는 곳도 있다. 현금 대신 옷이나 구두, 가방으로 주기도 한다. 말 그대로 열정 페이다.”
옷이나 가방도 꽤 비싸지 않나.
“전 시즌에 팔고 남은 상품 중에서 고르라고 하거나, 아트 수준의 난해한 옷이어서 실제 활용도가 낮은 것들도 꽤 있다.”
불공정한 것 같다.
“전 세계 모델 지망생은 많고 자리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런웨이는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패션 에디터, 광고주 등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얼굴을 알린다는 데 의미를 둔다. 항공료·호텔비 등 비용 일체도 모델이 내기 때문에 심지어 일을 했는데 적자가 나기도 한다. 생계를 위해서는 브랜드의 카탈로그나 광고 촬영 모델로 일할 수 있는 ‘머니 잡’을 따로 찾아야 한다.”
 
글=박현영 기자 park.hyunyoung@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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