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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인플레이] '타고투저' 완화하려면 스트라이크존을 '낮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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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는 몇 년 째 '타자천국·투수지옥'이다.

2014년부터 시작된 타고투저는 올시즌 초반 다소 주춤한 듯 보였다. 하지만 시즌 중반을 넘으며 다시 배트가 불을 뿜었다. 경기당 득점은 역대 최고였던 2014년의 5.6점을 추월할 조짐이다. 화끈한 공격야구는 장점도 있지만 정도를 넘으면 단점이 된다. 경기시간이 너무 길어지고 투수의 보호와 성장에 나쁜 영향을 준다.

바다 건너 미국 메이저리그(ML)에서는 양상이 반대다. 2000년대 들어 경기당 득점이 점점 즐어들더니 급기야 2014년에는 4.07점까지 떨어졌다. 1981년(4.0점) 이후 33년 만에 최저였다. 그들의 고민은 너무 적은 득점이었고, 다양한 분석이 뒤따랐다. 투수의 구속 증가, 수비시프트의 확대 등 요인이 지적됐다. 

야구에서 득점은 투수와 타자의 상대적 우열에 의해 결정된다.  투타 양쪽의 기술은 불균등하게 발전하고, 일시적으로 균형이 깨지는 시기가 온다. 역사적으로 야구는 이럴 때마다 다양한 환경변화로 밸런스를 맞춰왔다. 경기규칙을 바꾸고, 마운드 높이를 낮추거나 높였다. 공인구 반발력도 조정을 했다. 스트라이크 존도 그 중 하나다. 

투수와 타자는 0.01초 레벨의 한계영역에서 승부를 펼친다. 공 한 개, 심지어 공 반 개의 차이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ML에는 2007년 이후 전구장에 투구추적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이 데이터는 공개돼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스트라이크존의 정확한 변화를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 2010년 이후 ML의 스트라이크존은 조금씩 커져왔음이 밝혀졌다. 주로 아래쪽 방향으로 넓어졌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스트라이크존 아래쪽 경계선이 다시 조금씩 높아지는 방향으로 반전됐다. 존이 좁아진 영향 때문인지 경기당 득점도 2015년 4.25점에 이어 올해는 4.46점으로 다시 높아졌다.
그렇다면 3년째 극심한 타고투저인 KBO리그 스트라이크존은 ML과 비교한다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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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은 존을 가로세로 5cm 단위로 쪼갠 뒤 해당 위치의 스트라이크 판정 비율을 나타낸다.  헛스윙, 타격, 파울 투구는 제외했다. ML의 스트라이크존이 좀더 매끈해보이지만, 경기수로 인한 샘플사이즈 차이 때문이다. 판정 정확도와 직접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횐색 선은 높이 +50~+100(cm) 가로 -25~+25(cm) 영역을 표시한 가상의 존 구역선이다. 붉은 색이 진할수록 스트라이크 판정비율이 높다. KBO리그 스트라이크존은 좌우, 특히 바깥쪽이 공 한 개 반 정도 넓다. 반면 ML은 위아래가 좀더 넓다. 위로 공 한 개, 아래로 공 한 개 반 정도 더 넓다. 좌타자는 약간 다른데, ML은 좌타자의 바깥쪽이 상대적으로 더 넓은 편이다.

KBO리그의 스트라이크존 크기는 MLB와 비교해서 얼마나 차이가 날까. 5x5cm 사각형 중 스트라이크 판정비율 50% 이상 개수는 KBO리그가 119개, ML이 130개다.  KBO리그가 조금 작다. 75% 스트라이크 판정비율을 기준으로 하면 KBO리그 92개, ML이 94개로 역시 KBO리그가 좀더 작다. 하지만 KBO리그의 타고투저, ML의 투고타저를 설명할 정도로 큰 차이는 아니다.

그런데 스트라이크존은 그 절대크기 이상의 영향을 줄 수 있다.  타자와 투수의 경쟁이 만드는 야구 생태계에서 스트라이크존은 가장 결정적인 환경요인이다. 피칭과 타격의 진화방향을 결정할 수도 있다. 존이 높아지면 빠른공 투수가, 존이 낮아지면 가라앉는 공 투수가 득세한다.  

두 리그를 비교하면 KBO리그 투수들은 바깥쪽 로케이션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활용한다. 타자에게 먼 위치이기 때문에 좋은 타격이 나오기 어렵고,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확률은 높기 때문이다. 반면 ML 투수들은 낮은 쪽 로케이션을 더 많이 활용한다. 같은 이유다. 리그의 고유한 스트라이크존은 어떤 로케이션 공략이 투수 혹은 타자에게 더 유리한지 결정하는 중요 환경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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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들이 과감하게 몸쪽 승부를 하고 하이패스트볼을 던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틀리지 않다. 하지만 이는 피칭전략 다양성 문제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존의 한가운데서 멀어질수록 타자가 치기 어려운 공이다. 그 중에서도 높은쪽보다 낮은쪽이, 몸쪽보다 바깥쪽이 투수에게 더 유리하다는 게 통계적 사실이다.

그런데 좌우로 더 멀어지는 공과 위아래로 더 멀어지는 공 중 어느 쪽이 투수 혹은 타자에게 더 유리한 결과를 만들 수 있을까. 가령 중앙에서 바깥쪽으로 25cm 먼 공과 아래로 25cm 먼 공 중 무엇이 타자에게 더 까다로운 공일까.

<그림3>은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높이75cm-지면 기준, 가로0cm-홈플레이트 가운데 기준)로부터 5cm씩 더 상하좌우 방향으로 멀어질 때 타자의 헛스윙률이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한 결과다. 헛스윙률은 헛스윙횟수/스윙시도횟수로 계산되며 해당 위치 공의 컨택 난이도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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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존의 중앙에서 멀어질수록 헛스윙률이 증가한다.  그런데 증가하는 기울기는 방향에 따라 차이가 난다. 위쪽 그래프는 좌우 변화를 나타낸다. 바깥쪽으로 멀어질 때 8.0%, 7.6%, 9.9% 로 완만하게 증가하다가 20cm 멀어질 때 14.5%로 한 번 뛰어오른다.  여기가 컨택 난이도의 첫번째 경계선이다. 다시 14.7%, 16.1%로 완만하다가 35cm 멀어질 때 21.3%로 한 번 더 뛰어오른다. 타자 몸쪽으로 공을 붙일 때는 좀더 완만한 기울기로 헛스윙률이 증가한다.

상하 변화를 나타나는 아래쪽 그래프에서도 가운데에서 멀어질수록 헛스윙률이 증가한다. 그런데 증가폭이 좀 다르다. 15cm까지는 9.4%, 10.3%, 12.4% 로 다소 완만한데 20cm에서 17.3%로 한 번 뛰어오른다. 그리고 24.8%, 28.2%, 33.7%로 크게 증가한다. 반면 높은쪽으로 멀어질 때는 헛스윙률 증가가 이보다 완만하다. 차이는 구종에 따라서도 조금 다르게 작용한다. 낮은 존에서 강점을 보이는 구종은 주로 변화구다.

종합하면 몸쪽보다 바깥쪽이, 높은쪽보다 낮은쪽이 타자가 컨택하기에 더 어렵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그리고 바깥쪽으로 멀어질 때보다 낮은쪽으로 멀어질 때 타자의 컨택이 휠씬 더 어렵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를 최근 몇 년 동안 KBO리그와 MLB에서 일어난 일과 연관시킨다면 어떤 해석을 할 수 있을까. ML은 낮은 쪽으로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했다. 확대 폭이 그리 크지 않았음에도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을 겪었다. 반면 KBO리그의 스트라이크존은 절대크기에서 ML에 아주 좁지 않았음에도 기록적인 타고투저 현상을 경험 중이다.

물론 두 리그의 타고,타저 현상이 전적으로 스트라이크존에 의해 초래됐다고 볼 수는 없다.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ML의 극심한 투고타저는 낮은쪽 스트라이크존이 약간 좁아지면서 완화되고 있다.

KBO리그에서도 스트라이크존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지금까지 논의는 주로 높은쪽 확대였다. 하지만 KBO리그의 낮은쪽 존은 MLB보다 더 좁다. 상하 방향의 존 확대를 고려한다면, 높은쪽 뿐 아니라 낮은쪽도 고려하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을까.

KBO리그 데이터 - 트랙맨베이스볼 측정, 애슬릿미디어 제공
MLB데이터 - PitchFX측정, 오픈소스 

 
신동윤(한국야구학회 데이터분과장)
데이터는 신비로운 마법도 절대적 진리도 아니다. 대신 "당신 야구 얼마나 해봤는데?" 라고 묻지도 않는다. 그것은 편견 없는 소통의 언어이며 협력의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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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