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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글로컬] 무인판매대서 ‘양심의 장미’ 21년째 파는 부부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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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익진
내셔널부 기자

‘장미란체육관’ 인근인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 고양누리길 산책로 옆에는 보기 드문 ‘양심가게’가 있다. 장미와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무인판매대다. 한 농부 부부가 1995년부터 21년째 운영 중이다. 그 흔한 폐쇄회로 TV(CCTV)도 없다. 1000∼2000원짜리 상품이 대부분이다. 300여 m 거리에 있는 아파트 단지 주민이나 산책 나온 시민들이 주로 찾는다.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에는 서울 수색 등지의 단골 손님 등 100여 명이 방문한다. 차량을 끌고 와 장미를 무더기로 구입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지난 17일 오후 5시. 10㎡ 규모의 자그만 판매대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창문이 없는 목조 건물 내부 물통에는 붉은색 장미를 7송이씩 투명 비닐로 묶은 꽃다발이 가득 담겨 있었다. 벽 면에는 ‘장미 7송이 10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호박·고추·가지·오이 등 다양한 제철 채소도 진열돼 있다. 채소 봉투에는 가격이 적혀 있었다. 고양시의 명물인 접목선인장도 보였다. 입구에는 ‘돈통’이 놓여 있었다. 이 곳을 찾은 40대 주부는 “산책을 겸해 장을 보러 나왔다가 친환경 농법으로 기른 큼지막한 호박 두 개를 2000원에 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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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무인판매대에서 주인 강재원(오른쪽), 박영선 부부가 장미와 농산물을 진열 중이다. [사진 전익진 기자]

양심가게 주인 부부는 농가 일손 부족 때문에 무인판매대를 열었다. 텃밭에서 기른 농산물과 상품 가치가 다소 떨어지는 장미를 저렴하게 직거래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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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무인판매대에서 주인 강재원(오른쪽), 박영선 부부가 장미와 농산물을 진열 중이다. [사진 전익진 기자]

주인 강재원(61)씨는 “가게를 지키는 사람이 없지만 물건을 그냥 집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아내 박영선(58)씨는 “손님들이 아주 양심적이어서 늘 고마움을 느낀다”며 “돈통 안에 ‘장미와 채소 값싸게 살 수 있어 고맙다’는 메모도 가끔 들어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양시도 화답했다. 2013년 500만원을 지원해 무인판매대를 지을 수 있도록 도왔다.
 
오늘도 무인판매대에서는 싱싱한 야채와 향긋한 장미를 양심껏 팔고사는 시민들을 볼 수 있다. 자조적인 ‘헬 조선’이 아닌 당당한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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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무인판매대에서 주인 강재원(오른쪽), 박영선 부부가 장미와 농산물을 진열 중이다. [사진 전익진 기자]

글, 사진=전익진 내셔널부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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