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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의 직격 인터뷰] “종교라는 보물창고에서 지혜 꺼내려면 생각의 틀 바꿔야”

바람직한 재가불자(在家佛子)-승려 관계, 바람직한 평신도-성직자 관계는 어떤 것일까. 사실 많은 신앙인이 종교적 문제를 전문가인 성직자들에게 거의 일임한다. 적지 않은 분이 불경이나 성경을 잘 읽지 않고 스님·목사님·신부님들의 법어·설교·강론을 듣는 것으로 만족한다. 또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해 다소간 ‘불만’이 있어도 이를 공적 공간에서 글이나 말로 공론화하지 않는다. 포항공대 수학과 강병균 교수는 좀 예외적인 경우다. 그는 수학자의 눈으로 종교, 특히 불교에서 발견되는 ‘미신’을 논박한다. 강 교수는 최근 『어느 수학자가 본 기이한 세상』(작은 사진)이라는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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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균 교수는 ‘진화·불교론적 무신론자’로 자신의 종교를 정의했다. 그는 ‘참나론’과 ‘윤회론’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이론이 과학과 일치한다고 본다. [사진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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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가 쓴 책의 앞표지·뒤표지를 보면 ‘불교계의 갈릴레이’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뛰어넘는 역작’이라고 나와 있다. 과도하게 보일 수도 있는 강 교수의 자신감의 근거는 뭘까. 강 교수는 40여 년 동안 불교 수행과 동서양 역사·철학·종교·과학 문헌을 섭렵하며 자신의 종교적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그의 주장을 들어보기 위해 중앙일보 논설위원실 대회의실에서 12일 인터뷰를 했다. (본 인터뷰와 별도로 중앙일보 논설위원실 위원들이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페이스북 라이브’ 용도의 인터뷰도 했다. 페이스북 검색창에서 ‘중앙일보 논설위원실’을 치면 지면·디지털 기사, 인터뷰를 볼 수 있다)
 
수학자가 종교를 들여다볼 때 장점은.
“수학은 어느 것이 진리냐 진리가 아니냐만을 따진다. 중간은 없다. 수학자는 가장 엄밀하게 진리를 추구한다. 수학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 물리학에서는 진리가 없다. 중력의 법칙, 양자 역학 등 물리학의 모든 것은 ‘현상을 기술하는,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좋은 방법’이지 진리라고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수학의 결과들은 진리다. 수학은 종교가 진리인가 아닌가를 탐구하는 데 몸에 밴 탁월한 힘을 발휘한다.”
학문 전공에 따라 신앙인의 숫자가 다른가.
“미국 통계에 의하면 과학자 중에서는 생물학자가 무신론자 비율이 가장 크다. 생물학자는 뇌에서 모든 생각과 욕망이 나타나는 것을 관찰하고 모든 것을 호르몬의 작용으로 파악한다. 반면 수학자 중에선 유신론자가 가장 많다. 그 이유는 수학이 이데아의 세계, 초월 세계에 속하기 때문이다. 신(神)도 초월 세계에 속한다.”
종교학자들은 불교를 무신론으로 분류한다. 불교와 서양 무신론의 차이는 뭔가.
“서양 무신론은 마음에 대한 연구가 없다. 불교는 2500년 동안 인간의 마음에 대해 연구했다. 어떻게 하면 행복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방대한 연구가 쌓여 있다.”
종교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제가 항상 인용하는 일화가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 생활을 할 때였다. 어느 날 다산이 상추쌈을 먹고 있는데 하인이 ‘상추 따로 밥 따로 된장 따로 먹는 것 하고, 쌈으로 먹는 것 하고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사실 몸에 들어가면 영양분은 똑같다. 다산이 놀라운 대답을 한다. ‘이것이 나의 혀를 속이는 법이니라.’ 우리가 음식을 요리하는 이유가 뭘까. 요리를 하지 않으면 맛이 없어 잘 안 먹는다. 맛있게 먹어야 소화도 잘된다. 바로 그런 역할을 종교가 한다고 본다. 황금률같이 인간이 지켜야 할 게 많은데 종교는 지킬 것들을 ‘맛있는 요리’로 만든다. 종교는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그게 인류의 보고다. 반면 서양의 무신론자들은 스토리 체계가 없다. 콘텐트가 없다. 불교에는 무궁무진한 콘텐트가 있다. 성경에도 콘텐트가 있지만 유신론에 반대하는 무신론자들에게 성경은 콘텐트를 주는 텍스트로 작용하지 못한다. 불경은 그 작용을 할 수 있다.”
종교 중에서 불교의 차별성은.
“불교의 핵심 교리인 사성제·삼법인·팔정도·연기론은 현대 과학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서양 심리학·철학이 칭송하는 이론들이다. 불교는 또 실용적이다. 부처님은 “네가 행해 보고 맞으면 따르라”고 했다. 부처님은 ‘우주의 시작과 끝이 있느냐’ 같은 질문에는 대답을 안 했다. 우주론이나 생물체의 기원에 대해서도 논하지 않았다.”
한국 불교는 과학에 밀려 종교가 쇠퇴하고 있는 유럽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지금 서양에서 불교 인구가 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 정도가 불교 신자라고 이야기한다. 문제는 서양인들이 불교에 대해 신앙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이 명상을 해 보니까 마음속 번뇌·갈등이 사라지고 행복해진다. 그걸로 출발한다. 그런데 한국 불교는 신앙으로 접근한다. 명상으로 마음의 평안을 얻는 대신 기도로 소원 성취를 하려고 한다. 현각 스님의 비판도 거기서 나온다. 우리 불교는 서양인들에게 별로 가르쳐 줄 게 없으니 세계화가 어렵다. 그게 현각의 입장이라고 본다. 한국 불교가 현대 생물학·심리학·진화론·우주론에 맞추어 불교 원래의 바른 모습을 찾으면 된다. 그러면 우리 불교가 세계화될 수 있다. 제가 항상 비판하는 게 있다. 인도에서 불교가 없어졌다. 그러면 우리 불교도들의 최대 사명은 뭐냐. 인도에 불교를 다시 심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중앙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온갖 곳으로 가서 복음을 전파한다. 그런데 왜 인도에 가서 불교를 다시 살리자는 운동을 하지 않을까. 저는 알 수가 없다.”
국내 물적 기반이 충분해서 아닐까.
“맞다. 도도새·코끼리새는 멸종됐다. 새는 나는 게 본성이다. 모리셔스·마다가스카르 섬에서 음식이 너무 풍부하니까 날 필요가 없어져 퇴화됐다.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갑자기 쥐가 들어오고 인간이 들어오니 잡아먹혀 멸종됐다. 지금 한국 불교가 처한 위기도 비슷하다. 정부 보조금도 받고 신도들 보시도 받아서 물질적으로 너무 풍족하다.”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진 이유는.
“인도 네루 총리가 이유를 말했다. 부처님을 신격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격화로 부처님이 대중으로부터 유리됐다. 그 결과 힌두교와 불교의 차이가 없어졌다. 힌두교인들은 불교를 힌두교 종파로 간주한다.”
종교는 결국 다 사라질 것인가.
“지금 젊은 세대는 종교를 안 믿는다. 제가 5~6년 전부터 학생들에게 계속 물어본다. 60~70명 수강하는 강의에서 종교가 있는 학생은 5~6명이 될까 말까다. 그게 전 세계적 현상이다. 젊은이들은 공부하기도 바쁘고 본능적으로 종교에 회의적이다. 이대로 가면 종교는 망하게 돼 있다고 다들 이야기하고 있다.”
새로운 종교 르네상스의 가능성은 없는가.
“통상 종교가 흥할 때에는 종교가 앞서갔다. 불교에서도 보면 심리학이자 의식에 대한 연구인 유식학(唯識學)이 현대 심리학이 나중에야 발견한 것들을 앞서 발견했다. 종교가 환망공상(幻妄空想), 즉 환상·망상·공상·상상을 하더라도 ‘첨단’ 환망공상을 해야 한다. 현대 과학을 수용하고 과학에 기초한 한 단계 높은 환망공상을 해야 한다. 그러면 종교에 다시 부흥기가 올 수 있다.”
명상 같은 것을 통해 평소에는 할 수 없는 신비로운 체험을 하는 것은 무엇이 좋은가.
“엄밀히 말하면 좋은 게 하나도 없다. 용수보살이 대지도론(大智度論)에서 그런 논의를 했다. ‘그런 상태가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열반을 미리 경험하는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현실 속 일상생활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 부처님은 힌두교가 제시하는 최고의 영적 수준에 도달하고도 그것이 인간의 번뇌를 없애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그것을 버렸다.”
바람직한 종교와 사회의 관계는.
“인간 전체가 하나의 군집 생물체다. 그래서 과학자·종교인·상인·기업인·정치인이 각자 자기 위치에서 자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군인들은 의식주를 제공받지만 전쟁이 나면 나가서 싸워야 한다. 죽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종교인들은 의식주를 제공받지만 탐욕 없이 지혜와 자비로 살면 사람이 진정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바삐 사는 일반인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것만 보여줄 수 있다면 종교는 살아남을 수 있다. 특히 가톨릭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하는 일을 보면 그는 성인이다. 그런 식으로 나가면 종교가 멸망할 일이 없다. 1978년 취임했다가 한 달 만에 서거하신 요한 바오로 1세는 다음과 같이 놀라운 이야기를 했다. ‘하느님은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남자로도 나타날 수 있고 여자로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오히려 하느님은 어머니라고 하는 게 더 옳다.’ 굉장히 개혁적인 교황이었다. 너무 개혁적이라 독살당했다는 설도 있다. 그런 사람이 나오면 종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왜냐하면 종교에는 콘텐트가 있다. 위대한 성인·성녀, 위대한 수행자들의 전통이 있다.”
그런 콘텐트는 종교에만 있는 고유 콘텐트인가. 다른 데도 있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종교 고유 콘텐트다. 예컨대 세계 문학을 보면 지혜와 자비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주로 남녀 간의 이야기, 인간의 부정적인 면을 많이 묘사한다. 톨스토이 같은 사람은 종교인이다. 그는 종교적인 가르침을 소재로 한 소설을 많이 썼다. 『안나 카레니나』 같은 소설은 안수정등(岸樹井藤)이라는 불교 우화를 보고 감동받아 썼다.”
종교를 만약 사람이 만들었다면, 이유는.
“종교학자들은 여러 이론을 제시한다. 제 생각은 이렇다. 의식이라는 게 나타난 것은 진화의 역사에서 후반기다. 의식이 의식을 대상으로 하는 자의식, ‘내가 누구인가’하는 그런 의식이 나타나는 것은 굉장히 나중이다. 처음에 자의식이 생겨났을 때 무엇을 느끼느냐 하면 ‘내가 이것을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구나’하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생각은 자연현상을 볼 때에도 적용됐다. 번개가 친다. 누가 번개에 맞아 죽었다. 그러면 저 번개를 누가 쳤을까. 사물 현장의 배후에 어떤 의지를 가진 주재자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게 종교의 시작이라고 본다.”
출가할 생각도 했는지.
“젊었을 때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 부석사 근일 스님께서 출가하라고 여러 번 권했다. 지금 저는 출가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승가 밖에서 현대적인 사고로 불교를 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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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논객’ 포항공대 수학과 강병균 교수

① “부패 없는 선진국의 길이 다산 사상에 있다”
② “인문학으로 자존감 키워야 ‘위험 사회’ 막을 수 있어”

강병균 교수는…

서울대학교 수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 아이오와대학교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울산대학교를 거쳐 지금은 포항공과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다. 강 교수는 명상과 여러 종교에 대한 사색을 통해 모든 불행의 원인은 인간의 환망공상(幻妄空想), 즉 환상·망상·공상·상상에 있음을 알게 됐다. 그는 기존의 종교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종교라는 인류의 보고에서 지혜와 자비를 끄집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그런 운동이 한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확산되기를 희망한다.

글=김환영 논설위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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