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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북한하고는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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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
정치부 기자

17세 소녀의 질문은 해맑았다.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기계체조 국가대표 이은주 선수 얘기다. 북한 홍은정(27) 선수와 사이 좋게 찍은 셀카가 화제가 되자 이은주 선수는 취재진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다른 나라 선수들과는 인사하잖아요. 북한하고는 안 되나요?”

안 될 게 전혀 없다고, 뭐가 문제냐고 답하고 싶다. 이은주 선수는 홍은정 선수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모습을 보고 꿈을 키웠다. 그에게 홍은정 선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소속 적수이기 이전에 체조계 대선배다. 어릴 적 우상과 같이 사진을 찍는 게 왜 안 될 일일까.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위대한 제스처”라는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현실로 눈을 돌려보면 “북한하고는 안 되”는 것투성이다. 올림픽 때마다 화제가 되곤 했던 남북 단일팀 구성이나 개막식 남북 공동 입장 논의는 이번 리우 올림픽에선 자취를 감췄다. 꽁꽁 얼어붙은 남북 관계 여파다.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개막식에서 함께 입장한 건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이 마지막이다. 이은주 선수는 “남북 사람들 모두가 사이가 안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지만 양측 지도부 생각은 다르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으로 남북관계를 급랭시킨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3일 “우리가 믿을 것은 오직 자기 힘밖에 없다”며 외골수로 가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올해 8·15 경축사도 6709자에 달했지만 북한과의 대화를 제안하는 내용은 한 글자도 없었다.

이 와중에 열린 올림픽에선 남북의 차이가 도드라졌다. 북측 선수들은 “금메달을 못 땄으니 할 말이 없다”(역도 엄윤철 선수), “금메달만이 중요하다”(사격 김성국 선수) 또는 “(금메달이) 확정됐을 때 김정은 동지께 기쁨을 드렸다는 생각만 났다”(역도 임정심 선수)라는 철저히 세뇌된 수사만 쏟아냈다. 반면 한반도 남쪽은 ‘금메달 집착증’에서 탈피하고 있다. 본지 청춘리포트(8월 17일자)가 올림픽 출전 선수들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묻자 47%가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라고 답한 반면, 9%만 “금메달 획득”을 꼽았다. 남북의 차이는 점점 벌어져만 간다.

그래도 이은주 선수의 셀카 사진처럼 남북이 원래 하나임을 일깨워주는 건 역시 올림픽의 힘이다. 폐막을 사흘 앞둔 리우 올림픽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후년으로 성큼 다가온 평창 겨울올림픽은 뭔가 다르도록 해야 한다. 남북 선수들의 셀카 사진이 너무도 흔한 나머지 뉴스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전수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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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