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영국 북한 대사관 태영호 공사의 탈북을 보도한 BBC 화면(사진 오른쪽이 태영호). [중앙포토, BBC 캡처]
역대 최고위급 귀순 외교관
유럽서 체제 대변한 김정은의 입
유튜브에 강연 동영상도 많아
부인은 부총참모장 오금철 집안
김일성 3대 충성한 금수저 가문
BBC “평양 소환 직전 망명 결정”
에번스 기자 “그를 마지막 봤을 땐
런던 식당서 커리 먹고 있었다”
태 공사의 부인 오혜선(50)은 빨치산 가문에 해당한다.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인 오백룡(사망) 전 노동당 군사부장과 오백룡의 아들 오금철(69) 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이 오씨와 혈연 관계라고 대북 소식통이 전했다. 오씨 일가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모두 충성해 온 뿌리 깊은 ‘금수저’ 계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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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사진 왼쪽)이 가수 에릭 클랩턴의 런던 공연장을 찾았을 때 수행했다. [중앙포토, BBC 캡처]
태 공사는 강연에서 “대북제재는 미국 주도 제국주의의 압살책”이라며 “영국 등지의 양심세력이 이에 맞서 함께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무상교육·무상주거·무상의료가 제공되고 있는 것을 안다면 사람들이 북한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선전했다.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나오자 그는 표정이 굳어지며 “서방 언론의 왜곡 탓에 북한의 이미지가 잘못 묘사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2013년 12월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의 숙청·처형 사건도 언급했다. 태 공사는 “조카(김정은)가 삼촌(장성택)을 죽여 개 먹이로 줬다는 것은 모두 꾸며진 이야기”라며 “리더십(지도자)이 바뀌면 당연히 주변 사람들도 바뀌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튜브에서 그의 영문 이름(Thae yong ho)을 검색하면 다른 강연 영상도 찾아볼 수 있다. 이름과 얼굴, 강연 내용이 인터넷에 생생하게 올라 있다는 것은 그가 외교관으로서 북한 체제를 대변하는 ‘홍보맨’ 역할을 활발하게 해 왔다는 뜻이다.

탈북 소식을 가장 먼저 보도한 중앙일보 8월 16일자 지면. [중앙포토, BBC 캡처]
태 공사와 친분을 맺어 온 BBC의 스티브 에번스 기자는 ‘내 친구 탈북자’란 글을 통해 “태영호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런던 서부 액턴의 인도 식당에서 커리를 먹고 있었다”며 “런던의 한 인도 식당에서 만났을 때 이번 여름 평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태영호가 말했다”고 전했다. BBC 보도에 따르면 태 공사는 평양 소환 직전 망명을 결행한 셈이다. BBC와 현지 언론인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태 공사는 한때 골프에 열광하다가 아내(오혜선)가 불평하자 골프 대신 테니스를 즐겼다고 한다.
영국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 등과 함께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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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소식통은 “최근 영국의 대북제재 압박이 강화되면서 평양으로부터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받아 오다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태 공사 일가는 당초 미국 등 해외 국가로의 망명을 고려했으나 최종결심 단계에서 한국행을 굳혔다고 한다. 정부는 태 공사의 망명을 계기로 비슷한 급의 엘리트 탈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태 공사의 망명 사실을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발표한 것도 북한 엘리트들의 탈출 결심에 자극제를 주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서재준 기자 suh.jaej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