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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전기요금에 관한 11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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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논설위원

세금과 요금은 다르다. 아무것도 안 주고 강제로 거두면 세금, 뭔가 주고 대가로 돈을 받으면 요금이다. 전기료는 흔히 전기세로 불린다. 그럴 만하다. (요금에는 없고) 세금에만 있는 누진제가 적용된다. 그것도 최대 11.7배가 차이 나는 ‘징벌적’ 누진제다. 그러니 춥고 더울 때마다 ‘요금 폭탄’이란 불만이 터져 나온다. 세금 말고 폭탄 소리를 듣는 것은 전기요금밖에 없다. ‘누진제 완화=부자 감세’로 불리는 것도 전기요금뿐이다.

요금은 쓴 만큼, 세금은 번 만큼 내는 게 가장 좋다. 그래야 불만이 안 생긴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따질 것도 많고 애매한 부분도 있다. 누구는 덜 내고 누구는 많이 내는 엇박자가 생긴다. 이걸 바로잡는다고 가끔 정치가 개입해 더 망쳐놓기도 한다. 40년째 문제라면서 전기요금의 징벌적 누진제가 유지된 이유 중 하나다. 이번엔 다를까. 아마 그럴 것이다. 네 가지 이유가 있다.

①야당이 앞장서고 있다. 3년 전 이맘때 여당과 정부는 에너지특위를 가동했다.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와 원가 연동제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야당이 거칠게 반대했다. 한 달 전기료가 1000만원이 넘은 모 재벌 3세의 예를 들며 ‘부자 감세’로 몰아쳤다. 서민 돈으로 재벌 전기료 내줄 일 있느냐며. 결국 누진제 완화는 없던 일이 됐다. 반면 이번엔 야당이 더 적극적이다. ②기후변화로 여름은 더 덥고 겨울은 더 추워지고 있다. 요금 폭탄에 대한 불만·짜증은 해가 갈수록 더 커질 것이다. 정부가 더는 나 몰라라 미루기 어렵다. ③발전 용량도 여유가 있다. 한여름 전력 예비율이 15%를 넘나든다. 5년 전인 2011년 9·15 블랙아웃 때 놀란 정부가 설비를 늘린 데다 경기가 나빠 산업 수요가 제자리이기 때문이다. ④내년이 대선이다. 정치권이든 정부든 2200만 가구의 표심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해법은 있나. 있다. 전기료 현실화다. 물 좋고 정자 좋을 수는 없다. 누진제 완화는 대부분 가계의 전기요금을 올리게 된다. (여름·겨울에) 많이 써도 덜 내려면 (봄·가을에) 적게 써도 많이 내야 한다. 중산층 가계라면 1년 중 7·8월, 1·2월에 많이 내던 것을 연중 나눠내는 식이 될 것이다. 배 아픈 것도 좀 참아야 한다. 나보다 훨씬 전기 많이 쓰는 부자들이 더 많이 혜택을 보게 된다.

당장 이런 불만이 나올 것이다. ‘국민이 원숭이인가. 조삼모사와 뭐가 다른가. 그래서 무슨 이득이 있나.’ 이득은 크게 세 가지다. ①녹색 성장이 가능해진다. 전기료 현실화는 신·재생 에너지 수요를 늘린다. 태양광·지열·풍력 발전이 경제성을 갖게 된다. 지구에도 좋고 산업에도 좋다. 내 주머니가 약간 가벼워지는 것만 감수하면 된다. ②전기 소비를 줄인다. 전기는 빛·힘·열을 내지만 주 용도는 빛과 힘이다. 열 내는 데 쓰는 건 낭비 중 낭비다. 전기는 땔감이 아니다. 기름으로 전기를 만들면 열 효율은 약 40%로 줄어든다. 비닐하우스나 마당의 땔감으로 낭비되는 전기만 한 해 1조원이다. ③원전·화력 발전소를 덜 지어도 된다. 친환경·친안전 에너지 국가에 성큼 다가설 수 있다.

뭘 더 생각해야 하나. 크게 네 가지다. ①전기 빈곤층을 더 배려해야 한다. 전기는 생필품이자 복지의 기본재다. 산업·상업용에서 더 걷어 (가계에) 교차 지원하든, 세금으로 해결하든 방법은 둘뿐이다. 대신 부담이 늘어나는 쪽을 설득할 정교한 논리와 장치가 필요하다. ②포퓰리즘은 안 된다. 더 싼값에 펑펑 쓸 수 있는 ‘화수분 전기’는 없다. 한전의 누적 적자는 100조원이 넘는다. 전기료로 퍼준 만큼 세금으로 막게 된다. ③주식 투자하듯 에너지도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원전이든 화력이든 신·재생이든 몰빵은 안 된다. 제외된 관련 산업이 죽고 에너지 생태계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유사시 에너지 대란 우려도 크다. ④통일 후에도 대비해야 한다. 작게는 북한의 전력난 해소부터 크게는 통일 후 어떤 에너지를 어떻게 한반도 전역에 공급할 것인지까지 큰 그림을 그려놔야 한다.

이정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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