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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 의약품, 혼다 제트기…과감한 변신에 영토 넓어졌다

1934년 창업한 후지필름은 과거 미국 코닥과 함께 세계 필름시장을 양분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디지털화가 본격화하면서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위기는 생존 본능을 깨웠다. 2000년대 초 시작한 혁신을 통해 완전히 다른 회사로 거듭났다. 수십 년간 축적한 필름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LCD TV 소재 개발에 뛰어들었다. 필름 개발 과정에서 20만 개 이상의 화학 성분을 합성해 본 경험을 살려 화장품·의약품 시장에도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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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결과 2000년 1조4000억 엔(약 16조원) 규모였던 매출은 지난해 2조5000억 엔(약 28조6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영업이익(1900억 엔·약 2조2000억원)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54%에 육박했던 필름(이미지) 관련 사업 매출 비중을 지난해 15% 수준까지 줄였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변신을 거부한 코닥이 몰락한 사이 후지필름은 탄탄한 근육질의 회사로 환골탈태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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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이노베이션 허브 전경. [사진 각 회사]

후지필름 혁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곳이 도쿄 아카사카 본사에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허브(Open Innovation Hub)’다. 이곳에선 필름 소재와 의약품, 화장품 등 후지필름의 사업 아이템 50여 개를 전시하고 있다. 예비 창업가나 기존 사업자들이 후지필름 기술을 시연하고 직접 제휴 관계를 맺는 사업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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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아카사카 후지필름 본사 ‘오픈 이노베이션 허브’에서 직원이 방문객에게 필름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각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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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5일 이곳을 방문했을 땐 이 회사가 만든 LCD 소재를 적용한 TV 화면과 적용하지 않은 화면을 비교하는 시연이 한창이었다. 후지필름 소재를 적용한 화면은 한눈에도 화질이 또렷했다. 고지마 겐지(小島健司) 관장은 “현재까지 글로벌 750개사에서 4000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이 중 10%가 후지필름 기술을 활용해 창업하거나 후지필름과 협력관계를 맺었다”고 소개했다.

다음 날 오후 4시 도쿄 미나미아오야마(南靑山) 혼다 본사 1층 로비엔 혼다가 독자 개발한 제트기 모형이 전시돼 있었다. 세계 최초로 엔진을 날개 위에 얹은 독특한 구조다. 최대시속 778㎞로 비행하면서 연비는 경쟁기보다 20% 이상 뛰어나다. 가격은 대당 450만 달러(약 49억원). 지난해 4월 첫 비행에 성공한 뒤 사전 주문 물량만 100대가 넘었다. 자동차 회사지만 로봇 ‘아시모’는 물론 제트기·인공지능(AI)까지 신성장 동력 투자에 앞장서 온 혼다의 도전을 상징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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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을 주름잡던 ‘일본 제조업’이 부활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등 경제지표는 아직 예전 기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깊고 넓은 기술력을 가졌던 전통의 일본 제조업은 ‘잃어버린 20년’을 뚫고 나오는 과정에서 몸에 익힌 혁신과 구조개혁으로 더 단단해졌다. 지난해 톰슨로이터가 꼽은 ‘세계 100대 혁신기업’에서 일본은 후지필름·도요타·혼다·캐논·후지쓰 등 40개가 꼽혀 미국(35개)을 누르고 1위에 올랐다.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LG전자·LS산전 3곳에 불과했다.

수익성도 한국 기업을 눌렀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한·일 양국 시가총액 기준 500대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을 분석한 결과 일본은 7.4%, 한국은 7.1%로 나타났다. 올해 4월 기준 대졸자 취업률은 97.3%로 나타났다. 5년 연속 증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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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혁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제트기 ‘혼다제트’ 앞을 이 회사가 만든 로봇 ?아시모?가 걸어가고 있다. [사진 각 회사]

‘금융완화·재정확대·구조개혁’을 골자로 한 ‘아베노믹스’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일본 정부는 2일 28조 엔(약 3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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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오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저성장 기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을 두고 일부에선 아베노믹스가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는 적어도 ‘한번 해보자’ 식으로 경제 분위기를 바꿔놓은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삼성재팬 사장을 역임한 정준명 김앤장 고문은 “정부가 경제 회생에 과감한 드라이브를 걸고 기업은 탄탄한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혁신에 매달리는 게 일본의 저력”이라며 “저성장의 문턱에 들어선 한국 경제는 장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려는 일본의 혁신 몸부림에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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