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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소설은 나를 비춰주는 거울 … 읽으며 삶의 이유 찾죠

『후후후의 숲』 출간한 소설가 조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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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멀어진 독자위해 쓴 ‘손바닥 소설’
형식 부담 내려놓고 마음 가는대로 집필
꼼꼼히 읽는 신문 … 내 글의 소재 창고죠


조경란 작가의 신작 『후후후의 숲』 에 실린 ‘쓸모 있는 소문’에 보면 하루 이용객이 열 명을 넘지 않는 아름답지만 오래된 도서관 얘기가 나온다. “아주 예쁜 소녀가 살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도서관을 다시 찾기 시작한다. 조 작가는 “짧은 글이라면 독자들이 부담없이 책을 집어들지 않을까 싶어 가능한 짧게 써봤다”고 신작을 소개했다. 그의 짧은 글이 ?아주 예쁜 소녀가 그랬듯 소설과 멀어진 독자의 발길을 돌릴 수 있을까.

-한 편이 세 장을 넘지 않는 정말 짧은 이야기들이다. 읽어보면 ‘짧은 글’이란 생각보다 ‘솔직한 글’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온다.

“맞다. 나의 실제 모습이 적지 않게 담겼다. 낮과 밤이 바뀌어서 생활하고 맥주를 좋아하고 조카를 예뻐하는 이모이기도 한 조경란과 비슷한 캐릭터가 많이 등장한다. 글을 쓰다보면 나의 사적인 부분을 알게 모르게 투영하게 마련인데, 가끔 ‘이게 나의 작가적 한계인가’라는 좌절감 같은 걸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내가 추구하는 진정성이기도 하다. 내가 온전히 알지 못하는 부분을 자신 있게 쓰는 건 어렵다. 정말 확신을 갖고 쓸 수 있는 사회적 문제라면 개인사를 풀어놓지 않고도 이야기를 가공해낼 수 있겠지만, 한 개인의 생활과 삶을 표현할 때는 캐릭터와 나의 생활을 완전히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이모 조경란’을 감안한다면 조카를 세월호의 희생자로 설정하고 써내려간 ‘느린 편지’라는 글은 의외다.

“그래서 소설가와 너무 가깝게 지내면 안된다(웃음). 사실 세월호 사건이 났을 때 ‘이렇게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는데’라는 의무감과 책임감이 컸다. 글을 쓰는 사람이니 글로 움직여야 하는데, 세월호를 소재로는 장편도 단편도 쓸 수가 없었다. 그 즈음 초등학교 다니는 조카에게 실제로 ‘느린 편지’를 받았다(※‘느린 편지’란 특정 우체통에 우편물을 넣으면 6개월 또는 1년 뒤에 배달이 되는 서비스로, 몇몇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운영한다). 당시 ‘농부가 되고 싶어하는 고교생 진석’이라는 캐릭터로 글을 구상하던 때다. 세월호 사건과 조카에게서 받은 느린 편지, 진석이라는 캐릭터가 하나로 연결되면서 순식간에 써내려간 글이다.”

-신작에 포함된 31편의 짧은 이야기는 소재도 다양하지만, 글의 형식 역시 편지글부터 대화체까지 자유분방하다.

“소설이란 이래야 한다는 강박, 다시 말해 형식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펑키(funky·파격적인)한 것을 써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형태가 아니라 이야기 자체를 복원하고 싶었다. 내가 ‘이야기가 약한 작가’라는 평가를 듣기도 하지만, 스스로 스트레스 받으며 쓴 글로 독자까지 스트레스 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 매일 오후 4시면 작업실에 도착하는데, 커피 한잔 마시고 책상 앞에 딱 2시간씩 앉아 이 글 쓰는 데만 몰두했다. 2시간 안에 글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지 않으면 억지로 매달리지 않고 다음날로 미뤄뒀다. 완결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내려놨다. 아무런 얽매임 없이 자유롭게 썼더니 한달도 안돼 동안 33편이 완성됐다. 마음에 들지 않는 2편은 빼고 31편만 엮었다.”

-갖고 있던 소재를 모두 이번에 털어버린 건 아닌가.

“쓰고 싶었던 이야기 중 5분의 1도 채 쓰지 못했다. 내 책상 서랍 속에는 장편도 단편도 되지 못한 소재들이 쌓여있다. 소설가에게 이야기 거리가 떨어지는 일은 없다. 소설가가 부지런하지 못해 그 소재를 모두 이야기로 완결시키지 못할 뿐이다.”

-짧고 간결한 글을 쓰면서 거꾸로 거대한 서사로 작가적 역량을 펼치고픈 창작 욕구가 생겼을 것 같다.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 소설을 쓰고 있다. 내년이면 일곱번째 소설집이 나온다. 장편이든 단편이든, 이번처럼 짧은 이야기든, 소설은 분량에 따라 가치를 가늠하는 글이 아니다. 길이나 분량이 필요한 긴 이야기가 나에게 다가오면 그런 소설을 쓰면 되고, 그게 아니라면 나에게 다가오는 이야기에 맞는 형식의 글을 쓸 생각이다. 이번에 쓴 짧은 글을 장르상 ‘손바닥 소설’이라고 한다. 나뭇잎 한 장 정도에 담기는 분량이라는 의미로 ‘나뭇잎 소설’, 즉 엽편소설이라 부르기도 한다. 『설국』의 일본 작가 가와바타 야쓰나리가 “많은 작가들이 젊은 시절 시를 쓰지만, 나는 대신 손바닥 소설을 썼다”고 했다. 나도 시인을 꿈꿨던 시절이 있었던 터라 이 문장이 마음에 깊이 박혔다. 시 대신 손바닥 소설을 꼭 써보고 싶었던 거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손바닥 소설 쓰기를 계속할 생각이다.”

-이번 책은 소설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을 향한 프로포즈 같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소설 읽기를 권하는 이유가 뭔가.

“소설 읽기의 가치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펼쳐서 읽기만 하면 우리를 어디론가 순식간에 데려다주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해준다. 우리는 나 자신을 알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거울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타인의 삶에 나 자신을 비출을 때 나에 대해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를 비춰보는 거울로 소설만한 게 없다. 우리가 뭉뚱그려서 ‘책을 읽어야 한다’고 표현하는데, 나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책이 바로 소설이다. 소설은 단순한 글과 문장을 읽어내려가는 게 아니라, 나를 발견하는 것이고 내가 살아야하는 이유를 찾게 하는 글이다. 그래서 좀더 좋은 소설, 많은 독자가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조경란이 추천하는 짧은 글의 매력을 알려주는 책 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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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문학과지성사
가와바타 야쓰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작가는 손바닥 소설을 “내 문학의 표본실”이라고 말한다. 짧은 분량에 함축적이고 완결된 이야기로 인간의 꿈과 이별·사랑·환상 등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담아냈다. 내가 손바닥 소설을 알게 된 것도 이 작가 덕분이다. “젊은 시절 시를 쓰는 것 대신 손바닥 소설을 썼다”는 작가의 얘기에, 나 역시 언젠가 꼭 손바닥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내가 쓰는 손바닥 소설의 표본이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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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원숭이 열림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무리카미 하루키가 젊은 시절에 쓴 책을 매우 좋아한다. ‘소설은 이래야 한다’는 엄숙주의, 완결성에 대한 압박과 편견을 내려놓고 그야말로 펑키하게 써내려간 짧은 글이다. 하루키의 풍부하고 독특한 상상력, 감각적인 문장과 안자이 미즈마루의 일러스트가 탁월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열림원에서 펴낸 책은 절판이 됐고, 문학사상에서 『밤의 거미원숭이』라는 제목으로 새롭게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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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나는 인생 강출판사
성석제 지음

책을 펼치면 해학적인 문체에 푹 빠져 낄낄대며 웃다가, 그 안에 담긴 묵직한 주제에 가슴이 울려 울컥해지는 글이다. 손바닥 소설과 사진의 한가지 공통점이라면 생의 찰나를 찍어내 온 인생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짧은 글 안에 우리 인생의 희로애락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싱싱하고 활력이 넘치는 글이란 어떤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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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새터
팀 버튼 지음, 임상훈 옮김

영화 감독 팀 버튼이 직접 일러스트를 그리고 글을 썼다. 엽기적이고 섬뜩하지만 귀엽고 미소짓게 만드는 독특한 감성의 글이 가득하다. 그의 글과 그림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발상의 전환과 알레고리다. 짧은 글을 쓸 때 이 두가지 기법이 아주 중요한데, 팀 버튼은 전문 작가가 아니면서도 특유의 감성으로 이를 예리하게 포착해냈다. 읽을 때마다 배울 점을 발견하게 된다.


글=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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