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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작가전] 포트리스(The fortress) #2. 약탈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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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리스(The fortress)  #2. 약탈자들

한눈에 봐도 평범해 보이지 않는 네 사람이 골목길에 쭈그리고 앉아, 앞에 있는 높은 담장의 집을 바라보았다. 얇은 티셔츠 안으로 화려한 문신이 비치는 사내는 꽁초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찢어진 청바지 위로 치렁치렁 매단 쇠줄을 가지고 손장난을 하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대장처럼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는 사내는 어디서 났는지 계엄군 방탄조끼를 입은 채 담벼락을 바라보고 있었다. 구석에는 X자 표시가 된 마스크를 쓴 사내가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문신을 한 사내였다.
 
“다른 집 보이냐? 다른 집 담장은 불알만 살짝 들어도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인데, 왜 이 집만 지랄 맞게 담장이 높은 걸까? 기분 나쁘게.”
 
이번엔 쇠줄을 매단 사내가 말했다.
 
“지킬 재산이 많은 게 아니면 담벼락 성애자겠지.”
 
두 사람이 성의 없이 뱉은 말이 짜증이 났는지 가운데 있던 조끼를 입은 사내가 인상을 찌푸렸다. 조끼가 여전히 찌푸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딱 보기에도 부잣집 같지?”

 
문신이 대답했다.
 
“뭐가 보여야 부자인지 아닌지 알지. 졸라 높고 긴 담벼락 말고는 보이는 게 없잖아.”
 

쇠줄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담 쌓는데 돈 다 쓴 거 아냐?”
 
쇠줄은 자기 말이 우스웠는지 혼자 킥킥거리다 조끼의 눈치에 입을 다물었다. 조끼가 말했다.
 
“우리도 길거리 생활 접고 정착이나 해볼까? 이젠 길에 맨 거지새끼들뿐이라 뜯어낼 돈도 없잖아. 돈 있는 새끼들은 죄다 집에 쳐 박혀서 나올 생각을 안 하고.”
 
문신이 물었다.
 
“저 집에 살자고?”
 
조끼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내가 저런 새끼들 취향 좀 알지. 몇 년 치 물하고 먹을 거를 쟁여놨을 거야.”
 
쇠줄이 동조하며 나섰다.
 
“여자들만 챙겨오면 딱 이겠는데? 난 찬성.”
 
문신이 꽁초담배를 퉤 벹으며 말했다.
 
“병신아, 네가 찬성하면 집주인이 순순히 나가준대? 담을 봐라. 올라갈 수 있는 수준인지.”
 
단단한 벽돌로 쌓아올린 담벼락은 족히 3미터는 넘어 보였다. 게다가 그 위에는 1미터 남짓한 철조망이 둘러져 있었고 철조망 위는 뾰족한 칼날이 달린 와이어가 감겨 있었다.
 
문신이 말을 이었다.
 
“저런 철조망은 내가 넘어봐서 잘 아는데, 넘다가 걸리면 옷 다 찢어지고 살도 막 터져. 칼날이 또 양쪽으로 벌어져 있어가지고 살에 한 번 파고들면 아주 작살이 난다고, 너덜너덜. 뭐 알고나 떠들어 새끼야.”
 
조끼는 문신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서? 싫다고?”
 
문신이 당황하며 멈칫했다. 조끼가 편을 들어준 것에 힘을 얻은 쇠줄이 문신을 몰아 붙였다.
 
“그런 건 담요 같은 거 덮어서 타고 넘으면 되는 거 아니냐. 영화도 못 봤어?”
 
문신이 대꾸했다.
 
“다, 담요를 갑자기 어디서 구해?”
 
“아무 집에나 가서 담요 좀 달라고 하지 뭐.”
 
“나라가 3개월 만에 이 꼴이 났는데 너 같으면 아무나 문 막 열어주겠냐? 병신새끼, 말하는 거 하고는.”

 
문신의 면박에 쇠줄이 중얼거렸다.
 
“이젠 담요도 훔쳐야 되냐? 상황 참 엿같네.”
 
가만히 듣고만 있던 조끼가 벌떡 일어나며 문신에게 말했다.
 
“네가 가서 담요 구해와.”
 
“아, 왜 날 시켜? 말 꺼낸 놈을 시키지.”

 
“말 꺼낸다고 일시키면 어떤 새끼가 말을 하겠냐? 그러면 발전이 있겠냐? 나라가 이 꼴이 난 게 전부 그런 개 같은 업무 문화 때문이라니까?”
 

쇠줄이 감탄한 표정으로 조끼를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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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역시 회사 다녔던 놈은 다르네.”
 
조끼는 이번엔 쇠줄에게 일을 시켰다.
 
“넌 사다리 구해와.”
 
“사, 사다리? 아니 갑자기 사다리를 어디서….”

 
조끼가 노려보자 쇠줄은 입을 다물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을 보낸 조끼는 담벼락을 바라보다 그제야 생각난 듯 구석을 돌아보았다. 마스크를 쓴 사내와 눈이 마주치자 조끼가 물었다.
 
“너 파구르인가 뭔가 했었다고 그랬지? 막 담 뛰어넘고 옥상 건너뛰고 그러는 거. 저거 넘을 수 있겠어?”
 
마스크는 담벼락을 한 번 힐끗 보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끼가 인상을 쓰자 할 수 없다는 듯 일어선 마스크는 보폭으로 거리를 잰 후 담벼락을 향해 도움닫기를 했다. 벽면을 밟고 타고 올라가듯 뛰어 올랐지만 너무 높아서 떨어지길 반복했다.
 
“야, 됐다. 사다리 오면 올라가자.”
 
보다 못한 조끼가 한마디 했지만, 오기가 생긴 마스크는 더 할 수 있다는 듯 손을 들어보이고는 도움닫기를 했다. 다다닥. 벽면을 타고 올라간 그는 담장 위에 간신히 손을 걸쳤다.
 
“그렇지! 이젠 철조망이니까 쉬울 거야. 위로 올라가서….”
 
조끼는 말을 끝까지 할 수가 없었다. 마스크가 철조망에 손을 대는 순간 스파크가 튀며 전기에 감전 된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사다리를 들고 오던 쇠줄이 놀라서 사다리를 떨어뜨렸다.
 
“이런 젠장….”
 
철조망에 손이 걸린 마스크는 대롱대롱 매달린 채 피부가 터져 피가 흐르고 진물이 튀었다. 조끼는 놀라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쇠줄의 머리를 때리며 소리 질렀다.
 
“뭐, 뭐하고 있어! 사다리로 끌어내려 새끼야! 빨리!”
 
조끼는 쇠줄과 함께 사다리를 들고 여전히 매달려 있는 마스크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원진은 푹신한 의자에 몸을 묻고 12대를 연이어 붙어서 만든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모니터들은 집 주변을 감시하는 십 수대의 CCTV가 전송한 영상을 돌려가며 보여주었다.
원진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정 가운데에 있는 가장 큰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세 명의 사내가 담벼락 철조망에 걸린 동료를 끌어내리고 있었다. 뭔가 저지를 것 같은 느낌에 지켜보고 있었더니 예상대로 일을 저지른 것이다.
원진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놓은 덫에 걸린 사냥감을 보며 느끼는 사냥꾼의 보람 같은 것이었다. 원진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돌대가리는 아니었군.”
 
내심 맨손으로 손을 대서 모두 감전되기를 바랐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담요를 뒤집어 씌워서 끌어내리고 있었다. 철조망에 걸린 팔 한쪽을 남긴 것 말고는 대체로 깔끔하게 끌어내리고 있었다. 원진은 마치 스포츠경기를 보듯 놈들이 남은 팔을 가져갈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지켜보았다. 가져가지 않는다면 청소는 고스란히 자신의 몫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노크소리에 재빨리 모니터 화면을 돌렸다. 문이 열리고 아내 희경이 얼굴을 내밀었다.
 
“뭐해?”
 
“응, 재미있는 걸 봐서.”

 
희경은 모니터를 힐끗 보며 되물었다.
 
“요즘 세상에도 재미있는 게 있어?”
 
원진은 건배를 하듯 커피 잔을 들어 올리며 답했다.
 
“재미 거리는 스스로 찾는 거야.”
 
“내 유일한 재미거리는 정원에 있는 장미 가꾸기인 거 알지?”

 
“잠깐만 기다리라니까. 밖에 이상한 놈들이 있어서 그래.”
 
희경은 방안으로 들어와 모니터를 하나씩 살폈지만, 조금 전까지 원진이 봤던 CCTV 화면은 나오지 않았다.
 
“어디 있는데? 쓰레기밖에 안 보이는 데?”
 
“지금은 갔는데 또 올지도 모르니까 오늘은 그냥 집에서 쉬어.”

 
희경은 방밖으로 나서며 말했다.
 
“더 이상 어떻게 쉬냐? 지겹다, 지겨워. 은퇴하면 세계여행 갈 줄 알았는데…. 에휴, 이렇게 감옥살이를 하게 될지 누가 알았어.”
 
“어허, 감옥이라니! 우리 집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뉴스 못 봤어? 지금 밖은 전쟁 통이야, 전쟁 통. 전부 굶어죽거나 맞아죽는 판국에 우린 이렇게 커피 마시고 있잖아.”
 
“알아. 아는데 답답해서 그렇지.”

 
원진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좋아, 그럼 내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서 요리를 해주지. 참치 스파게티 어때?”

“또 참치 통조림이야? 참치라면 말만 들어도 비린내가 나는 것 같단 말이야.”
 
“참치가 얼마나 좋은 데 그래?”
 
“중금속 덩어리인 건 아세요?”
 
“어느 정도 철분은 필요한 거야. 가자. 내가 스파게티 해줄게.”

 
원진은 방을 나서기 직전에 아까 보았던 담장 쪽 CCTV 화면을 확인했다. 놈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팔 한쪽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개새끼들…. 쯧.”
 
작은 소리로 욕설을 뱉고는 문을 닫고 나가려던 원진은 다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떠난 줄 알았던 놈들이 다시 기웃거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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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중앙대학교 졸업. IT 회사 입사, 경영기획, 전략기획, 사업제휴 등의 다양한 직무 경험.
1999년 포털사이트에 <왼팔> 연재. 2001년 출간. 이후 소시오패스를 전면에 내세운 액션 스릴러 <Business is business>(2010), <유령 리스트>(2015)로 액션물 출간.
 
2001.08 「왼팔」
2003.03 「왼팔II」
2005.07 「적경」
2008.06 「피해의 방정식」 (한국 스릴러문학단편선)
2010.01 「위험한 오해」 (한국 스릴러문학단편선II)
2010.10 「Business is business」
2013.11 「사이비」 (원작 : 연상호)
2014.03 「조난자들」 (원작 : 노영석)
2015.08 「유령 리스트」
2015.10 「살인의 기원」 2015 부산영화제 북투 필름 피칭작 선정
2016.04 「왼팔 rebuild」
2016.04 「블랙러시안」, 「증오」, 「복수의 미학」 (맨 헌터 태성 시리즈)
2016.05 「십이 죄」
2016.07 「세일즈 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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