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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누군가의 과거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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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피플앤이슈부 기자

먼저 사과부터.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댓글이 달릴 걸 각오하며 쓴다. 14일 출근길에 ‘일본 국민그룹 스마프(SMAP) 결국 해체’라는 비보를 접하고, 절망에 빠진 팬 1인이다. 올해 초 SMAP가 해체 위기란 소식이 전해진 후 계속 불안불안했다. 팬들은 물론 일본 아베 총리마저 나서 “해산 반대” 의견을 내며 갈등이 봉합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올 연말까지만 활동하고 팀 활동을 끝내기로 했다는 뉴스. 지지부진한 연애 끝 예상했던 이별 통보인 셈이지만 충격은 작지 않다.

이 칼럼에서도 이미 밝혔지만 20여 년 SMAP의 팬으로 살았다. 1991년 데뷔해 일본에서 한참 전성기를 누리던 그들을, 일본 대중문화가 정식으로 수입되기 직전 알게 됐다. 여행을 간 이들에게 음반 구매를 부탁하고, PC통신으로 연결된 팬들과 콘서트·드라마 동영상을 주고받으며 ‘팬질’을 시작했다.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콘서트에 가기 위해 휴가를 내고, 오빠들이 출연한 드라마를 자막 없이 보고파 일본어를 배웠으며, 결국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성덕(성공한 덕후)’으로 불리기도 했다. 5년 전 열렸던 20주년 콘서트에서 “50, 60대가 되어도 아이돌로 남을 것”이란 말을 들으며 영원한 팬이 되겠노라 다짐했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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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후 다시 결합한 ‘젝스키스’의 콘서트에서 펑펑 울었던 팬들이라면, 한국 최장수 아이돌 ‘신화’의 내년 콘서트를 기다리는 이라면 이해해줄 거라 믿는다. ‘그 나이에 무슨 팬질이냐’는 눈총을 받으면서도 ‘함께 나이 들어 가는 아이돌’이 있다는 사실에 행복했다. 삶이 버겁거나 지루하다 느껴질 때, 여전히 무대에서 뛰고 구르는 그들을 보며 위로받았다. 오늘 아침 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쏟아진 수많은 메시지는 이거였다. “우리의 청춘도 이렇게 끝나는구나.” 가끔이지만 잘살고 있는 걸 확인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놓였던, 오랜 친구의 사라짐을 애도하는 하루다.

멍하니 오전을 보내다 주말에 본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사진)를 떠올렸다. 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했지만 이제는 흥신소 직원으로 누군가의 뒤를 캐며 살아가는 40대 남자 쇼타(아베 히로시)가 주인공. 지금의 자신을 부정하고 과거에 얽매인 아들에게 어머니는 말한다. “행복이란 무언가를 잃겠다는 각오가 없인 찾아오지 않는 거야.” 그리고 “어른이 된다는 건, 누군가의 과거가 될 용기를 내는 것”이라는 말도. 오늘 ‘무언가를 잃어버린’ 나 같은 팬들과 이제 ‘누군가의 과거가 될’ 그들도 다시 행복할 수 있기를. 그동안 많이 감사했습니다.

이영희 피플앤이슈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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