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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기예프 “난 평생 공부한걸 벌써 이해…손열음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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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 극장에서 열린 제 1회 마린스키 극동 페스티벌. 조성진, 클라라 주미 강 등 9명의 한국인 아티스트가 참가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10일 밤 폐막무대를 장식한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청중들도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사진 마린스키 극동 페스티벌]

무녀가 추는 검무 같았다. 피아니스트 손열음(30)의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2번은 신들린 듯했다.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지휘 아래 오케스트라 연주는 러시아 땅처럼 광활하게 횡(橫)으로 퍼졌다. 체중을 실어 종(縱)으로 꽂는 손열음의 타건은 강렬했다.

10일 밤(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마린스키 극장 프리모르스키 스테이지(연해주 무대)에서 열린 제1회 마린스키 극동 페스티벌 폐막 공연 풍경이다. 2013년 개관한 이 극장은 원래 블라디보스토크 주립극장이었다. 올해 1월부터 ‘마린스키’ 명칭을 달고 국립극장으로 격상됐다.

자국 작곡가 프로코피예프의 탄생 125주년을 기리는 러시아 청중들도 기립박수와 기차박수로 성원했다. 손열음은 앙코르로 역시 프로코피예프의 ‘토카타’를 연주했다. 손가락이 안 보일 정도였다. 게르기예프는 젓가락 절반 크기의 지휘봉을 부르르 떨며 악단의 볼륨과 완급을 조절했다. 손열음 협연 전 연주한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2번에서는 금관과 타악기가 착 달라붙으며 본고장 사운드를 냈다.

휴식시간에 대기실에서 게르기예프를 만났다. 프로코피예프 음악 해석의 대가로 손꼽히는 그는 “내가 평생 공부한 걸 젊은 손열음이 이해하고 치더라. 놀라웠다”고 만족을 표했다. 이날 오케스트라는 게르기예프의 분신과도 같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연해주의 ‘터줏대감’ 프리모르스키 오케스트라가 7대3 비율로 섞여 있었다. 프리모르스키 오케스트라의 유일한 한국인 단원인 바이올리니스트 장지혜(29)씨는 “그동안 세계적인 대가들과 연주했지만 손열음씨의 음악적인 해석과 연주에 감동받았다”고 했다.

2부에서는 그리스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브람스 협주곡을 연주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듯 냉철한 연주였다. 느린 템포에서도 굼뜬 느낌이 없었다. 그는 바흐와 이자이의 무반주 작품을 잇따라 앙코르로 연주하며 청중과 함께 음악제의 폐막을 아쉬워했다. 이번 마린스키 극동 페스티벌에서는 12일 동안 모두 27편의 공연이 펼쳐졌다. 12개국에서 300명이 넘는 스타들이 참가했다. 음악. 발레 등이 포함됐다. 러시아·중국·한국·일본·대만·미국·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2만명 넘는 방문객들이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았다. 페스티벌측은 한국과 일본, 중국 기자들을 초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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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밤 ‘세계 오페라의 젊은 스타’ 공연에 나선 소프라노 임선혜(오른쪽). [사진 마린스키 극동 페스티벌]

이번 페스티벌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등 9명의 한국인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8일에는 피아니스트 김태형과 김다솔의 리사이틀, 9일 ‘세계 오페라의 젊은 스타’ 공연에 소프라노 임선혜 무대가 이어졌다. 발레에서는 김기민이 부상으로 불참해 아쉬웠지만, 이수빈(18)이 8일 갈라 콘서트에서 ‘백조의 호수’ 중 2인무를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국제 클래식 무대에서 한국 아티스트의 약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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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폐막공연 직전 업무협약 MOU를 맺은 평창대관령음악제 정명화 예술감독과 게르기예프 마린스키 극동 페스티벌 예술감독. [사진 마린스키 극동 페스티벌]

폐막 공연 직전 마린스키 극동 페스티벌과 평창대관령음악제의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이 열렸다. 연주자 교류 등을 추진키로 했다. 게르기예프 예술감독은 “오랜 친구들이 이끄는 평창대관령음악제와 함께해 기쁘다. 실력 있는 젊은 연주자들의 무대를 마련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긴밀하게 협업하겠다. 현재 내년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선보일 오페라에 대해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정명화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은 “평창대관령음악제의 레퍼토리를 오페라, 발레 등으로 확장할 생각이다. 한국· 러시아 뿐 아니고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간 음악적 교류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제2회 마린스키 극동 페스티벌은 내년 이맘때 개최된다. 현재 ‘총알’은 충분하다. 러시아는 2024년까지 300개에 달하는 극동의 프로젝트에 1조 루블(약 17조원) 이상의 금액을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선결 과제가 적잖다. 올 페스티벌에서는 30~40분 정도 예고 없이 공연이 지연되는 일이 속출했다. 해외 관람객을 위한 대중교통 미비도 문제였다. 저녁 공연이 7시, 9시에 잇따라 열려 7시 공연을 보다가 9시 공연을 보러 퇴장해야 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동방을 정복하라’는 뜻을 가진 도시 블라디보스토크. 마린스키의 이름으로 극동의 예술기지를 건설할 수 있을까. 한·중·일·러 4국의 협력에 지칠 줄 모르는 게르기예프의 마법이 더해진다면 실현될 수도 있겠다.

블라디보스토크=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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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