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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대표 이정현’의 행로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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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
런던특파원

최근 머리를 맴돈 문장이다.

“보수당은 브릭스턴 출신 노동자계급의 아이에게 어떤 제안을 했을까?”

새누리당 새 대표에 이정현 의원이 선출됐다는 소식 이후다. 문구 자체는 1992년 영국 총선 당시 보수당 슬로건이다. 두 문장 중 앞부분이다. BBC는 투표 종료와 함께 노동당 연정 가능성을 예고했다. 오보였다.

존 메이저 총리가 연임했다. 바로 문구의 주인공이다. 브릭스턴은 1980년대 폭동이 빈발했을 정도로 런던 안에서도 빈한한 지역이다. 메이저는 거기서 컸다. 16세에 학교를 관둬야 했는데 연로한 부친을 대신해 누군가는 돈을 벌어야 해서다. 보험회사 점원으로 출발했다. 한때 버스 차장이 되길 원한 적도 있었다. 그는 “주경야독했고 보수당에 가입했다. (노동당과 달리) 거저 주기보단 디딤돌이 돼 줬다”고 했다.

실제 몇 차례 도전 끝에 36세 때 배지를 단 그는 마거릿 대처 정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인자인 재무장관을 거쳐 나중엔 대처 총리를 대체하기에까지 이른다. 20세기 이후 영국 총리 중 유일한 비대졸자다.

이 대표가 ‘무(無)수저’를 자처했다기에 든 연상일 게다. 사실 새누리당(전신 포함)은 외부인을 중용해왔다. ‘누군가의 자제’들이 상층부를 구성하곤 했다. 상대적으로 당료들은 덜 아끼는 문화였다. 그로선 당료 중에서도 비공채 출신으로 말석부터 출발했으며 영남 사투리가 표준어인 정당에서 호남 출신이었으니 그렇게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고통은 늘 상대적인 법이다.

아이러니한 건 그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게 당의 엘리트주의가 정점에 달했던 이회창 총재 때였다는 점이다. 지금도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인물들이 당사로 찾아들었다. 그는 이네들과 다른 얘기를 하곤 했다. 주류들이 못 보는 걸 보곤 해서다. 그는 또 엘리트들이라면 저어하는 수준의 충성심과 열정을 보여줬다. 그때는 대상이 이 총재였고 이후엔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그러므로 이 대표 안엔 충돌하는 에너지가 있다고 믿는다. 민정당부터 오늘까지 보수 정당의 비주류였던 데서 오는 불가피한 개혁성이다. 비둘기색 점퍼를 넘어서는 뭔가가 있을 것이다. 반면 정치 스타일은 충성심이었다. 복고적이다. 그의 행로가 궁금하다.

참고로 슬로건의 후반부는 “그들(보수당)은 그를 총리로 만들었다”다. 브릭스턴의 아이는 계급 없는 사회를 지향했다. 이 대표는 어떤 가치를 대표할 겐가. 그저 충성심일 텐가.

고정애 런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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