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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이 역사 명칭에 집착하는 이유는…


인천대 제물포캠퍼스와 청운대 인천캠퍼스는 인천 남구 도화동에 나란히 위치한 이웃사촌이다. 정문 간 거리도 200m 남짓이다.

하지만 두 대학 간의 분위기는 요즘 싸늘하다. 인근에 있는 경인전철 1호선 제물포역의 부기역명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부기역명이란 기존 역명 옆에 함께 적는 역세권 기관이나 기업 이름이다. 현재는 '제물포역(인천대학교 제물포캠퍼스)'로 표기돼 있다. 인천대가 1994년 한국철도공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22년째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6월 30일 부기역명 사용기한이 끝나면서 대립이 시작됐다. 2012년 도화동에 들어선 청운대가 지난 2월 "'제물포역(청운대)'로 부기역명을 바꿔달라"고 한국철도공사에 요청한 데서 마찰이 시작됐다. 이 대학은 "지역 주민들도 원한다"며 도화동 주민과 재학생 등 5582명의 부기역명 교체 동의 서명을 받아 제출했다.

인천대도 "평생교육원 등이 여전히 제물포캠퍼스에 남아있고 철도공사와 이미 3년간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며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논쟁에 인천 재능대도 가세했다. 재능대는 지난 8일 한국철도공사에 부기역명 사용 신청 공문을 보냈다. "제물포역과 직선거리로 약 1㎞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고 재학생의 65%가 이 역을 통해 통학하고 있다"는 게 대학의 설명이다. 대학들의 갈등이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열린 역명부기 심의위원회에서 제물포역 건을 잠정 제외시켰다.

부기역명을 차지하기 위해 대학들이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쟁의 주역은 역사 주변에 있는 대학들이다.

국철 1호선 '아산역'은 2010년 선문대와 호서대가 부기역명을 놓고 힘겨루기를 했다. 선문대는 "호서대는 이미 '배방역'의 부기역명을 사용하고 있다"며 쓴 소리를 했고, 호서대는 "배방역의 부기역명을 반납하겠다"며 강경하게 나왔다. 한국철도공사는 2011년 선문대의 손을 들어줬다.

국철 1호선 두정역은 2006년 부기역명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논란이 됐다. 입찰 결과 백석대가 선정이 됐는데, 이 역을 이용하는 다른 대학 총학생회가 주축이 돼 백지화 운동에 나선 것이다. 두정역 인근에는 공주대(천안공대)·단국대·백석대·백석문화대·상명대·호서대·한국기술교육대 등의 대학이 밀집해 있다.

부산지하철 2호선에는 '경성대·부경대역'이 있다. 부기역명은 '동명대역'이다. 역사와 인접한 경성대와 부경대가 신경전을 벌이면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뒤늦게 가세한 동명대가 부기역명을 차지하면서 대학 이름이 3개가 들어간 이채로운 역명이 탄생한 것이다.

부기역명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사용료도 내야한다. 2006년부터 한국철도공사는 '광역철도 역명 부기 세부운영지침'에 따라 부역명 사용 기관으로부터 사용료를 받고 있다. 2~3년 단위로 공개 입찰을 통해 낙찰받은 곳과 계약한다. 지역별로 다르지만 설치비 3000여 만원과 연간 사용료로 2000만~3000만원을 부담한다고 한다.

새로 개통하는 철도나 지하철도 비슷한 상황이다. 경기도 수원시는 지난해 2월 신분당선 연장선 종착역(올 2월 개통)의 명칭을 '광교역'으로 확정했다가 반발을 샀다. 인근 경기대에서 집회를 열고 국토교통부에 반대 서명을 제출하는 등 반발했다. 국토부 역명심의위원회는 이 역사명을 ‘광교역·경기대역’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서강대 학생과 교직원 등은 2012년 경의선 서강역의 명칭을 바꿔달라며 시위 등을 벌였다. 역이 서울 서강동이 아닌 신수동에 있다며 지역 대표성을 이유로 서강대역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주민 찬반 투표에서 87%의 지지를 얻으면서 2014년 3월 역명이 변경됐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새로 개통하는 역사 명칭이나 부기역명을 신청자의 80%가 대학"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국철 노선 중 부기역명을 가진 61개 역 가운데 38개가 대학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대학들이 역사명이나 부기역명 등을 얻기 위해 힘을 쏟는 것은 인지도 상승 등을 통한 홍보 효과 기대하기 때문이다. 열차 승객들에게 자연스럽게 대학을 알릴 수 있어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역사에 학교 이름이 들어가면 홍보 효과는 물론 교통이 편리하다는 인식 때문에 학교 브랜드 가치도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2~3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다 보니 부기역명이 자주 바뀌면서 시민들이 이용하는데 혼선을 준다는 의견도 있다. 인천도시철도 1호선 작전역의 경우 부기역명으로 사용하던 병원이 다른 병원으로 바뀌면서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역 이름과 달리 대학이 멀리 떨어진 곳도 있다. 국철 1호선 평택시 서정리역(국제대학)과 분당선 죽전역(단국대)은 대학 캠퍼스까지 가려면 마을버스를 타야 한다.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곳도 부지기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역명이나 부기역명을 선정할 때 지자체 등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고 있다"며 "지자체 산하 교통공사의 경우 부기역명 선정 과정에서 세수 등을 노린 고액 입찰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당한 기준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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