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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2016] “아픈 무릎아 버텨줘 고맙다”…10대 14 모두 포기했을 때, 15대 14 기적 만든 미친 검객

10-14에서 15-14로 뒤집는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였다. 박상영(왼쪽)은 10-14의 위기에서 막고 찌르는 수비형 공격(파라드 리포스트)으로 전술에 변화를 줘 14-14 동점을 만들었다. 마지막 한 점은 빠른 발로 만들었다. 박상영은 임레 게저를 향해 순식간에 돌진해 주저앉은 상대의 왼어깨에 마지막 찌르기 공격을 성공시켰다. 아래는 박상영이 10-14에서 14-14 동점을 만들기까지의 득점 장면을 찍은 사진.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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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브라질 리우 올림픽파크의 카리오카 경기장.

남자 에페 첫 금메달 21세 박상영
‘날아올라 찌르기’ 주특기 안 통하자
막고찌르기로 전술 바꿔 폭풍 5점
고교 때도 1-11서 15-14 극적 역전승
지난해 무릎십자인대 수술 뒤 복귀
메달 딴 뒤엔 “여자친구와 냉전 중”

남은 시간은 2분24초, 전광판에 새겨진 점수는 10-14였다. 1점만 내주면 끝나는 상황. 남자 에페 개인 결승전에 출전한 세계랭킹 21위 박상영(21·한국체대·1m77㎝)은 헝가리의 베테랑 임레 게저(42·1m83㎝·3위)를 바라보며 크게 심호흡을 했다. 관중은 물론 펜싱 대표팀을 이끄는 조종형 총감독조차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포기하지 않은 한 사람이 있었다. 박상영은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고 중얼거리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박상영은 ‘역전의 명수’다. 2011년 전국 체고체육대회에선 1년 선배를 상대로 1-11로 뒤지다 15-14로 역전승을 거둔 적이 있다. 그의 스마트폰 카카오 메신저 대문에는 아인슈타인의 명언이 적혀 있다. “인생을 사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무 기적도 없는 것처럼 사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모든 일이 기적인 것처럼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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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는 박상영(오른쪽). 결승전에서 역전패를 당한 임레 게저는 굳은 표정이다. [로이터=뉴스1]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정신력은 올림픽 무대에서 기적을 만들어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박상영은 ‘파라드 리포스트(parade riposte·막고 찌르기)’로 전술을 바꿨다. 발이 빠른 박상영의 주특기는 아주 공격적인 기술로 꼽히는 플레슈(fleche·빠르게 전진해 날아올라 찌르기)다. 체격이 큰 유럽 선수들은 스피드가 떨어져 잘 사용하지 않는 기술이다. 준결승까지 전광석화 같은 플레슈로 상위 랭커를 제압했지만 임레에겐 통하지 않았다. 다른 국제대회에서 박상영을 두 번 만나 모두 진 임레가 박상영의 기술을 철저히 분석한 탓이었다.

임레의 칼이 들어오자 박상영은 재빨리 맞받아쳤다. 11-14. 박상영은 공격적으로 나오는 임레의 검을 막고 찌르는 방법으로 또다시 점수를 올렸다. 박상영이 12초 만에 2점을 올리자 임레는 당황한 듯했다. 14-14 동점이 됐다. 자신감을 얻은 박상영은 빠른 스텝으로 거리를 좁혔다. 임레가 약간 주저앉는 듯한 자세를 취하자 빠른 동작으로 그의 왼어깨를 찔렀다. 금메달을 확정 짓는 찌르기였다. 막판 47초 만에 4점 차를 뒤집는 기적의 역전극이었다.

박상영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플뢰레의 김영호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한국 남자 펜싱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올림픽 남자 에페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박상영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에페 종목에선 이상기(2000년 시드니 올림픽)·정진선(2012년 런던 올림픽)이 기록한 동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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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에 펜싱을 시작한 박상영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운동을 계속했다. 현희 진주 제일중 코치는 “집안이 어려웠던 상영이가 공부를 하겠다고 했다. 전교 100등 안에 들면 펜싱을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150등을 해서 펜싱부로 돌아왔다”고 했다.

박상영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지원을 받으면서 운동을 계속했다. 2013년 재단이 지원하는 인재양성지원사업에 선발돼 3년간 지원을 받았다. 펜싱에 인생을 건 박상영은 하루에 10시간 가까이 검을 휘둘렀다. 중 3때 전국대회 7관왕에 올랐고 2013년엔 최연소(18세)로 펜싱 에페 국가대표가 됐다. 지난해 3월 왼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대에 올랐지만 힘겨운 재활 훈련을 소화하고 올림픽에 출전했다. 박상영은 “왼무릎이 잘 버텨줘 고맙다. 계속 무릎이 아팠는데 피스트에 올라가니 통증이 사라졌다. 금메달을 딸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박상영은 펜싱에 최적화된 몸을 가지고 있다. 빠른 발로 스텝을 밟으면서 0.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힘을 모아 공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이 한국 남자 에페 선수 106명을 대상으로 테스트한 결과 박상영은 20초당 56회의 스텝을 밟았다. 선수 평균 47회보다 9회나 많았다. 제자리 멀리뛰기는 279㎝(평균 247㎝)를 기록했다. 시소 중심에서 펜싱 스텝을 하고 버티는 테스트에서는 29.74초(평균 16.08초)를 기록했다.

그의 별명은 미친 듯이 운동을 하는 펜싱 선수란 뜻의 ‘크레이지 펜서(Crazy fencer·미친 검객)’. 한국스포츠개발원 정진욱 박사는 “박상영은 훈련을 성실하게 한다. 장점은 발이 빠르다는 것이다. 손이 느린 게 흠이었는데 리듬 훈련을 하면서 손 동작도 빨라졌다”고 말했다.

박상영은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사귀는 여자친구가 있는데 지금은 냉전 중이다. 단체전을 마친 뒤 연락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상영은 12일 오후 10시30분 헝가리와 남자 단체전 에페 8강 경기를 벌인다.
 
에페, 신체의 모든 부분 공격 가능…둘이 동시에 찌르면 모두 득점 인정

◆에페·플뢰레·사브르=박상영이 금메달을 딴 에페(Epee)는 신체의 모든 부분을 공격할 수 있다. 찌르기만 허용된다. 먼저 찌르는 사람이 점수를 얻지만 25분의 1초 이내에 함께 공격을 성공하면 두 선수 모두 점수를 얻는다. 플뢰레(Fleuret·Foil)는 얼굴과 팔을 제외한 상반신이 득점 부위다. 찌르기만 가능하다. 심판의 시작 선언 후 먼저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 선수가 ‘공격 우선권’을 가지며, 우선권을 가진 선수의 득점만 인정한다. 수비자는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거나 전진을 가로막아 우선권을 가져올 수 있다. 사브르(Sabre)는 머리와 팔을 포함한 상반신을 공격할 수 있으며 찌르기와 함께 베기도 가능하다. 플뢰레처럼 공격 우선권 제도가 있다.

박소영 기자, 리우=윤호진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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